작년 가을 경제위기가 본격화한 이후로, 많은 사람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인가, 아니면 디플레이션이 올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당시엔 석유, 원자재, 곡물 가격이 많이 상승한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위기가 심해지면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고,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미국 소비자 물가도 하락하자 이번에는 "1930년대식 디플레이션이 도래했다"는 주장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주가가 폭락하고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 등 디플레이션의 징조가 보였지요. 저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중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았고, 그런 내용의 글도 올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인플레이션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듯 보이는군요.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 환율의 급등 때문입니다. 작년초에 900원대이던 환율은 지금 1500원대를 훌쩍 넘은 상태이고, 얼마나 더 올라갈찌 모릅니다. 한국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의 가격도 따라 오르고, 이는 곧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즉, 원자재 가격이 원화 기준으로 작년 초에 비해 50% 이상 올랐는데, 제품 가격이 그대로이긴 힘들지요. 물론 요즘 경기가 워낙 안 좋아 기업들도 제품 가격을 올리길 꺼리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결국 물가가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바로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이었습니다. 원래 경기침체기에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없고, 따라서 소비가 줄면서 물가가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70년대에는 불경기였기에 물가가 내려야 정상이지만, 석유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이른바 오일쇼크 때문에 경제성장률은 낮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미국은 달러가 강세이니 수입 원자재의 가격 인상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은 원화가 약세니 이로 인한 물가 상승 요인이 대단히 큽니다.

또한,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인플레이션 타게팅" 정책도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겠습니다. 인플레이션 타게팅이란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해 놓고 그만큼 물가가 오를 때 까지 돈을 마구 찍어내는 정책입니다. 지금 미국은 경제사정이 워낙 안 좋아서 소비가 줄면서 물가가 내리는 중인데, FRB는 물가가 1.7-2%까지 오르도록 돈을 풀 계획이라고 합니다. 버냉키는 FRB 의장이 되기 이전 부터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인데 (그래서 별명이 "헬리콥터 벤"이죠), 때마침 디플레이션이 발생한 시기에 FRB 의장이 되었으니 그의 소원대로 원없이 돈을 풀 듯 보입니다. 사실 그는 이미 은행을 살리기 위해 돈을 찍어내는 "Quantitative ease" 정책을 쓴 바 있는데, 이제 inflation targeting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장기를 자랑할 수 있겠네요.

물론 일반인은 "일부러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낸다"는 말을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많은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의 순기능을 인정합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건 값이 점차 떨어지고, 따라서 사람들은 "조금 더 기다리면 가격이 더 내려갈텐데" 하는 생각에 소비를 더욱 줄이기 마련이죠.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소비 감소를 일으키고, 소비 감소는 디플레이션을 부축이는 악순환이 발생하기에, 한 번 생겨난 디플레이션은 없애기가 매우 힘들죠. 그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물건 값이 더 비싸지기 전에 빨리 사두자"는 심리에서 지출을 늘리고, 이는 곧 경제 성장을 낳습니다. 따라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인플레이션 창조입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저축을 많이 해 놓은 사람에게 큰 손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고, 지금처럼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가마저 오른다면 많은 사람이 생활비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게 되겠죠.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경제를 활성화하는 명약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경제 스트레스를 늘여 경기를 더욱 악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쨌든 버냉키의 소신이 "디플레이션 잡는 묘약은 인플레이션이다"이기에, 일단 물가를 올리기 위해 돈을 푸는 정책은 계속될 듯 싶습니다.

문제는 한국인데, 한국은 앞서 보았듯 미국과 다르게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으로 물가 인상 요인이 큰데, 만약 미국을 따라 물가 인상을 부축이거나, 최소한 용인하는 정책을 쓴다면 물가가 겉잡을 수 없이 올라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정부는 금리 인하, 은행에 유동성 공급 등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베껴오는 중이기에, 인플레이션 정책도 옮겨오지 말란 법이 없죠. 한국은 고도성장과 더불어 물가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찾아오면 이른바 "사재기" 등 과거에 보이던 비정상적인 소비행태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찌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자면 사태를 악화할 뿐이죠.

물론 아직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저도 완전히 의견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디플레이션의 흐름이 이길 것인지, 아니면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의 흐름이 이길찌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결국 경제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것이 가장 빠른 문제 해결이라고 믿기에, 버냉키의 inflation targeting은 언젠가 큰 문제를 일으킬 위험한 정책으로 보이네요. 부디 한국 정부가 이런 정책을 본받는 우를 범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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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많은 정부는 돈을 풀어 디플레이션에 대항하는 정책을 쓰는 중이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정부가 돈을 많이 푸는 모습을 보면 7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가 하는 염려도 들기 마련이죠. 실제로 미네르바님이 과거에 쓴 글을 읽어보면 "생필품을 미리 사두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물가가 많이 오르리라는 경고의 뜻이겠죠. SDE님의 글에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서 들리는 소식을 들어보면 10월 소비자 물가가 1% 내렸다고 하는데, 이는 소비자 물가를 통계내기 시작한 1947년 이후 최대의 하락폭이라고 합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독일에서도 TV에서 물가 하락에 대한 뉴스가 나오더군요. 그렇다면 한쪽에선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현실에선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인데, 과연 앞으로 물가가 오를찌 내릴찌가 궁금해집니다.

저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 보다 더 커 보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지금 각국 정부가 돈을 시중에 많이 풀긴 하지만, 이렇게 풀린 돈이 돌아야 물가가 오르는데, 지금은 돈이 돌지 않고 있습니다. 시중에 돈이 도는데는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금융기관, 즉 은행들은 지나치게 높은 예대율을 낮추느라 돈이 한 번 들어오면 다른 곳에 돈을 빌려주질 않는 중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정부가 돈을 시중에 공급하면 이 돈은 돌고 돌면서 계속 신용을 창출합니다. 즉, 이익을 낸 회사가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은행은 이 돈 중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돈을 다시 빌려주고, 돈을 빌려간 회사는 그 돈으로 사업을 해 이익을 내 은행에 맞기고, 은행은 다시 이 돈 중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돈을 다시 빌려주고... 이렇게 해서 정부가 공급한 본원통화 보다 훨씬 많은 돈이 시중에 돌기 마련이죠.

그런데 지금은 은행들이 워낙 대책 없이 돈을 많이 빌려준 상태라 예금이 아무리 늘어나도 이 돈을 다시 빌려주는데 쓰지 않고 그냥 가지고만 있으려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본원통화는 늘어나도 신용창조가 별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시중엔 여전히 돈이 부족하고, 따라서 물가는 오르지 않게 됩니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 (Irving Fischer)는 물가와 통화량의 관계를 MV = PT라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교환방정식 (the equation of exchange)이라고 부르는 이 공식에서 M은 통화량, V는 돈의 유통속도, P는 물가, T는 해당기간의 거래총량입니다. 이 공식에 따르면 통화량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돈의 유통속도까지 고려해 생각한다면, 통화량은 많아져도 돈의 유통속도가 느려진다면 물가가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지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그러한 예이지요.

지금 각국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준이자를 낮추었는데, 이는 결국 돈의 유통속도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큽니다. 은행으로선 이자가 높아야 수익을 내고 싶은 마음에 돈을 빌려줄텐데, 이자가 워낙 낮으니 누가 부도날찌 모르는 상황에서 돈을 빌려주기 보다는 차라리 그냥 가지고 있는 쪽이 속 편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대출이 어렵다면 돈의 유통속도도 느려지겠죠.

그렇다면 지금 인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렸다 하더라도 이는 경제 전체를 활성화하는데는 부족하고, 따라서 미국에서 나타난 디플레이션은 세계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지금 미국 국채 10년물에 인플레이션 방지 (inflation protection)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 연1%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이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10년간 물가가 연1% 정도 오르는데 그치리라고 예상한다는 뜻이지요.

만약 지금 상황이 디플레이션의 시작이라면, 미국이나 일본의 예에서 보듯 앞으로 거의 10년간은 불경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전에도 여러 번 썼지만, 디플레이션은 한 번 일어나면 없애기가 극히 힘듭니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반대로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자리도 줄어들고, 따라서 많은 사람이 궁핌을 면하기 힘들죠. 미국의 1930년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아직도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지금 상황이 결국은 장기불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사실 이보다 더 끔찍한 시나리오도 많기 때문에 장기불황은 그에 비하면 다행이긴 한데, 만약 장기불황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많은 사람이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이긴 합니다. 그리고, 미국도 1929년 주가폭락 이후, 1930년에 잠깐 주가가 반등했습니다. 만약 내년 쯤 이러한 반등이 온다고 해도 "불황 끝났네"하고 안심하지 마시고, 좀 더 장기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참고글
한국경제 어떻게 살려야 하는가 (1) - 투자승수 문제 (이론) SDE님
통화량이란 무엇인가? 세일러님 (카페 가입 필요)
[사고실험] 돈의 속도가 갑자기 줄어들면... lawfully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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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작년 대선 당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한 분이라면, 블로거들과 대중 사이에서 대단한 의견의 차이를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블로거들 중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여론조사에선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1위였기 때문이죠. 블로거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반대한 중요한 이유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블로거는 이명박 후보가 너무 많은 의혹에 연루되었기에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에 비해 일반 유권자들은 추상적인 "도덕성 문제" 보다는, 화끈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에 집중했고, 결국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덕성 문제로 대단한 논란을 겪은 이명박 대통령은 흥미롭게도 남에게는 대단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특히 경제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물가가 오르자 "물가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곧 정부는 이른바 "MB품목"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처럼 특정 품목을 관리 대상으로 삼은 대통령의 발상 뒤엔 "물가를 올리는 행위는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숨어있습니다. 즉, "아무리 원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물가를 올리는 행위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MB 품목을 낳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경제학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릅니다.

경제학은 경제 현상을 도덕이 아닌 경제의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아담 스미스는 물가의 오르내림을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했지, 부도덕한 상인이 순박한 시민을 등처먹는 과정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경제활동은 도덕생활의 연장이 되어버리고, 경제학은 윤리학의 일부분으로 흡수될 수 밖에 없겠죠.

또, 얼마전 환율이 급등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을 상대로 "외환을 사재기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한 번 도덕적인 잣대를 적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기업은 환율이 오른다고 생각되면 보유 외환을 팔지 않고 보관해 두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이지 정부가 도덕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정 이러한 현상이 국가 경제에 짐이 된다면 기업의 외환 보유액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켜야지, 법적 근거도 없는 꾸짖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되죠.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비즈니스 프랜들리"의 정반대 정신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은행의 대출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기업을 운영해 봐서인지, 기업이 대출을 받지 못해 부도나는 현상을 매우 안타까워 하면서 은행들에게 "돈을 풀라"고 여러 번 재촉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은행들은 자기만 살려고 돈을 웅켜쥐지 말고, 국가 경제를 위해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대통령의 시각에 따르자면 돈을 안 빌려주는 은행은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 돈을 못빌리는 기업은 동정의 대상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세상 살기 쉽긴 하겠지만, 자신이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는 입장이 되어 보면 이러한 흑백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연설을 통해 취업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눈을 낮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즉, "취업이 안되는 원인은 너희들이 눈이 높기 때문이야. 그렇게 교만하게 굴지만 않으면 문제는 당장 해결되"라는 뜻이지요. 만약 여러분이 취직을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시겠습니까? 즉,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취직을 못하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하고, 따라서 취직을 못하는 사람은 어떠한 도움도 정부로부터 얻지 못해야 마땅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늘 자신이 "경제를 좀 아는" 경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그가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케인즈가 말했듯, 경제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따라서 일반인 처럼 생각해서는 절대 경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제를 올바르게 운영하기 위해선 단지 일반인의 태도로 경제를 볼 것이 아니라 경제 전문가의 태도로 경제를 봐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에게선 그러한 모습이 안보입니다.

정부가 도덕주의의 몽둥이를 휘두르자 언론도 정부를 거드는 기사를 올립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이자가 높은 은행을 찾아 하루마다 은행을 바꿔가며 달러 예금을 넣었다 뺐다 한다는 기사를 보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이자를 많이 주는 은행을 찾아 예금처를 바꾸는 것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 행위입니까? 여러분은 큰 돈이 있다면 "이자 몇푼 가지고 째째하게 여기저기 옮겨다니지 말고, 이자가 작아도 한곳에 맞겨야 겠다"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기사에는 "이자놀이"라는 자극적인 표현도 들어가는데, 이자 많이 주는 은행에 돈을 맞기는 것이 이자놀이라면, 은행에 예금한 사람은 다 이자놀이하는 고리대금업자라해도 되겠습니다.

물론 모든 경제행위가 도덕성과 무관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도덕군자를 자처하고 경제주체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법적 근거도 없이 도덕의 잣대로 평가하면 경제 전체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이 옵니다. 일반인은 경제의 한 부분만 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비도덕적이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소리를 따르다 보면 경제가 왜곡되기 쉽죠. 이것이 이른바 포퓰리즘입니다. 노무현 정부때 무슨 정책만 나오면 한나라당은 늘 "포퓰리즘이다"고 비난했는데, 지금 한나라당 대통령이 포퓰리즘의 진수를 보여주니 매우 당황스럽군요.

대중은 경제 현상을 늘 도덕의 잣대로 판단합니다. 이는 대중의 속성이자 특권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도덕을 강제하는 집단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집단입니다. 따라서 물가가 올라서 문제라면 물가를 내리기 위한 정책을 써야지, "물가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식으로 제조, 유통업자를 죄인 취급하면 안됩니다. 이는 다른 경제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이 하나도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았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 금융 안정 대책을 내놓았는데 주가 폭락, 환율 급등) 급한 마음에 급한 말을 쏟아놓는 중입니다. 하지만 경제를 모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질타 발언은 경제 주체들을 위축해 경제를 더 망가트릴 뿐입니다. 부디 도덕적 비난자의 역할은 국민에게 맡겨 두고, 정부는 조용히 정책만 잘 집행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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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온스당 300달러를 밑돌던 금값은 최근 몇년간 가파른 상승을 거듭하더니, 며칠전엔 장중한때  97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상승했습니다. 이제 불가능해 보이던 온스당 10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로 다가온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값이 이렇게 올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종이돈의  공급 증가로 인한 약세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GDP 증가율보다 화폐의 공급증가율이 세배나 됩니다. 이처럼 돈을 많이 푸는 분위기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세계적으로 종이돈이 많아지면서 종이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건의 가격은 올라가지요. 최근에 나타나는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값의 전반적인 상승은 바로 이러한 종이돈의 가치 하락이 낳은 결과 입니다.

종이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록 금값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금은 역사상 늘 돈의 역할을 했던 귀금속입니다. 금은 유통되는 양이 한정되기에 쉽게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종이돈은 역사상 안정된 통화의 기능을 수행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정부는 갈수록 종이돈을 많이 발행하기 마련이고, 나중엔 종이돈의 가치는 거의 사라지기 마련이지요. 특히 종이돈 중심의 경제는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면 1자대전 이후의 독일이나 최근의 짐바브웨 같이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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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에서 식사값을 지불하는 모습)


미국 달러화도 원래는 금의 가치에 기초한 화폐였습니다. 즉, 달러는 금을 준다는 약속을 담은 종이었죠. 하지만 무역적자가 심해지면서 미국은 달러를 발행해 외국에 지불했고, 미국 달러를 받은 다른 나라들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금을 퍼주다간 감당이 안될 것을 우려한 닉슨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이제 달러를 가져와도 금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른바 금본위제의 폐지이지요.

이후 달러화는 금의 가치에 의존한 돈이 아닌, 달러 자체에 대한 믿음에 의존한 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 경제가 별로 안좋아 지면서 많은 사람이 달러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게다가 달러화 공급이 늘어나면서 달러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죠. 미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허용한 듯 보입니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에서 만든 물건의 수출경쟁력이 좋아지고, 또한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요. 지금 경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나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죠. 특히 90년대에 이후로 지금까지도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일본의 예는 디플레이션의 무서움을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도 달러화 약세를 용인할 듯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달러화 약세가 원화대 달러화 환율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원화도 세계적으로 보자면 약세라는 점입니다. 즉, 유로화나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대비 가치가 크게 올랐는데, 원화는 조금 오르고 말았다는 점이지요. 달러 대비 가치가 사상 최고치로 오른 유로를 쓰는 서유럽에서도 최근에 물가가 올라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난리인데, 달러 대비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은 원화를 쓰는 한국은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원화 가치 상승으로 흡수하지 못하기에 대단한 물가 인상 압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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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달러대 유로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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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달러대 위안화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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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달러대 원화 환율


최근의 밀가루값 인상이나 이에 따른 라면값 인상 등은 앞으로 다가올 고물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뿐입니다. 최소한 당분간 세계의 많은 정부는 인플레이션으로 디플레이션과 싸우는 정책을 펼칠 것이고, 특히 한국 처럼 최근에 달러 대비 자국통화의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은 나라는 인플레이션을 피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7% 경제 성장이라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 더더욱 물가 상승을 용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라면값 100원 인상이 서민에게 끼치는 타격"을 염려한다 하더라도, 물가상승을 피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참고자료- Daily Reck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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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일이 다가오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서서히 드러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이명박 당선자 자신의 말을 근거로 생각할 때, 이명박 정부는

1. 기업환경개선을 통한 경제 성장
2.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
3. 대운하 계획의 변함 없는 추진
4. 부처 통폐합을 통한 작은 정부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은 일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찌 의문이 듭니다. 우선, 기업환경개선이라는 정책과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라는 정책을 살펴봅시다. 기업환경개선이라는 말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데 방해가 되는 여러가지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시장의 원리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해 주고, 정부는 기업 활동에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투표자의 대부분은 기업가가 아닌 일반 국민입니다. 따라서 이명박 당선자는 기업만 위할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도 펼치기 원합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휴대전화 요금을 내리겠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휴대전화 요금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업에 "휴대전화 요금을 내려라"라고 지시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환경개선이라는 원칙에 위배됩니다. 그래서 인수위원회는 대통령 취임전에 휴대전화 요금을 인하하려고 추진했다가 기업들이 반발하자 대통령 취임 후 요금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이와 함께 추진하던 유류세 10% 인하 방안은 정부의 결정만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곧 시행하겠지만, 문제는 정유회사에서 "원가 인상 요인이 생겼다"며 세금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정부는 서민용 난방 연로인 프로판 가스와 등유의 세금을 인하했지만, 실제 프로판 가스의 가격은 더 올라갔습니다. 가스 수입 업체들이 국제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정부 말만 믿고 구입을 미운 소비자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썼지만, 소비자가 정부만 믿다가 요금인상이라는 뒤통수를 맞는 일은 이명박 정부의 유류세 인하 이후에도 나타날찌 모릅니다. 그리고 기업이 "세금 인하분 보다 원가가 더 올라서 가격을 올렸다"고 말한다면, 기업환경개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정부는 뒷짐지고 바라봐야만 하겠지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모순을 드러내는 또 다른 영역은 교육입니다. 많은 학부모는 지금의 교육 정책이 마음껏 경쟁하지 못하도록 억누름으로 하향 평준화를 일으킨다고 믿기에 불만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원하는 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본고사를 부활하고,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자립형 사립고 100개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학 본고사가 부활하면 일반 고등학교의 느슨한 교육만으로는 감당이 안되기 때문에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자사고 교육이 필수가 되겠죠. 따라서 자립형 사립고가 생기면 우수한 학생들은 좋은 자사고에 진학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즉, 지금 고등학교 부터 시작하는 입시지옥이 앞으로는 중학고, 초등학교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긴 요즘도 초등학교부터 입시경쟁이 치열하다니, 앞으로는 유치원부터 경쟁이 치열해 진다고 보는 것이 낫겠군요).

그런데 이명박 당선자는 사교육비에 등이 휘는 학부모를 의식한듯, 실무자들에게 "학부모가 봤을 때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도 학교에 갈 수 있겠다.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칠 수 있도록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안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는군요. 그런데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서 본고사에 붙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사고는 교육을 잘 시키겠지만, 교육비도 일반 고등학교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후보의 정책은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대신 교육비용 상승과 경쟁 심화를 일으킬 텐데, 한쪽으로는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도 학교에 갈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합니다. 경쟁을 강화하자는 말인지, 아니자는 말인지, 교육비가 더 많이 들어가게 바꾸겠다는 말인지, 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결국 이명박 정부는 특별한 이데올로기의 기반이 없이, 대중의 인기를 척도로 정책을 세우는 듯 합니다. 이는 단지 출범 초기이기에 나타나는 모습이 아니라, 정권의 본질적인 특색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좌파와 우파 모두에서 정체성을 의심하고, 따라서 뚜렷한 지지세력이 없습니다. 그의 인기는 "그가 나에게 이득을 주리라"는 국민의 생각에 근거하죠. 따라서 국민이 그에게 등을 돌리면 순간 인기가 폭락할찌도 모릅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이쪽저쪽 모두를 만족케 할 정책을 찾습니다.즉, 기업이 "기업 활동에 규제가 너무 많다"고 하면 규제 다 풀어주고, 국민이 "물가가 너무 오른다"고 하면 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식이지요. 일부 국민이 "왜 교육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억누르느냐"고 항의하면 경쟁을 허용하고, "경쟁이 너무 심해 못살겠다"고 하면 경쟁이 필요없는 제도를 도입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인기 정책은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로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민이 싫어하는 결정도 내려야 하는 것이 정부 지도자의 역할인데, 이명박 당선자는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듯 합니다. 지금은 정부 출범 이전인데도 이 정도로 정책의 모순이 많은데, 실제로 정부가 취임하고 나면 얼마나 많은 모순이 드러날찌 우려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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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