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6/19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4)
  2. 2009/03/10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 (4)
  3. 2008/05/28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이명박 정부 (2)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1년여가 지난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의 의견을 무자비하게 억압하고, 조직력을 잃은 시민들은 부당한 처사에 대해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정부에게 밀리는 중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우려한 교수나 종교인 등의 시국선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철저하게 정부 편을 드는 언론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는 널리 퍼지지 못하는 중입니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를 "독재 정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었고, 심지어 파시즘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조차 커지는 중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통해 힘들게 얻어낸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빠르게 무너져내리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지금의 사태는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많은 사람은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선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 독재가 출현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이죠.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지 못한 해법입니다. 대통령의 권한 문제만 해도,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면 그만큼 다른 부분의 권력이 늘어나고, 따라서 나중에 진정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대통령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사회를 바꿀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봐도 이탈리아는 민주주의를 잘 구현할 수 있다는 내각제를 채택했지만, 서유럽의 어느 나라 보다 민주주의 전통이 약하고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심합니다. 제도만으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죠.

사실 한국의 정치체제는 시민의 민주의식이 매우 발달해 있던 1987년 토대가 놓였기 때문에 제도 자체만 보자면 대단히 민주적입니다. 대통령이 중임 할 수 없고 5년 만에 임기를 마치는 제도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중임 없는 7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독재를 자행했기에 이러한 대통령의 출연을 막기 위해 만들어낸 독특한 제도입니다. 즉, 다른 나라의 대통령 임기인 4년보다 임기가 조금 긴 대신 중임을 금함으로 장기 독재의 싹을 자른 것이죠.

이렇게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에도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시민의 민주의식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국민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독재를 선택한다면, 훌륭한 민주주의 제도는 오히려 엄청난 독재를 낳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예를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쟁 후 찾아온 경제위기로 굶주림에 시달리던 독일인들은 게르만 민족의 번영을 약속하는 극우 정치인 히틀러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결국, 히틀러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얼마 전까지 매우 민주적인 바이마르 공화국 국민이었던 독일인들은 최악의 독재정부가 탄생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권력을 주지만, 민주의식이 없는 국민은 자신의 권력을 독재자에게 주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여러 국가는 지나치게 민주적인 장치를 도입한 이후 독재권력의 출현을 보게 되죠. 한국도 4.19 의거로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그 이후 군사독재가 시작된 것은 그만큼 당시 한국인들의 민주의식이 낮았기 때문이죠. 이는 오늘날 이라크가 직면한 문제입니다. 미국은 이라크를 독재자에게서 구해내고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기만 한다면 이라크가 민주국가가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라크 국민이 민주주의를 실천할 만큼 시민의식이 성숙해지지 않는다면 이라크는 정치적 혼란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미군이 철수한다면 다시 독재자가 출현해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을 잡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종파별로 나뉘어 서로 살상을 벌이는 사태가 더욱 악화할지도 모르죠.

한국도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은 제도의 개선이 아닌 시민의식의 고취에서 찾아야 합니다. 시민이 독재를 거부한다면 정부가 권력을 남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남용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도 않겠죠. 그에 비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에릭 프롬의 표현을 빌자면 "자유에서 도피"하기로 선택하는 시민이 많다면 독재는 피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부디 한국이 더 나쁜 상황으로 빠지기 전, 한국인들의 의식이 바뀌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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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사람들은 흔히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권하의 한국은 자본주의가 발달하였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였죠. 지금 중국도 비민주적 정부가 자본주의 경제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과거 한국과 비슷합니다. 공산주의국가들은 자본주의를 거부하지만, 명목상으로나마 "민주주의"의 장점을 인정합니다. 유럽의 몇몇 국가는 분명히 민주주의가 발달하였지만, 미국식의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국가가 자원 분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체제이고, 자본주의는 경제체제이지요. 또한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체제인 데 비해 자본주의는 돈 많은 사람이 주인이 되는 체제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대립하는 관계입니다.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 미국은 국가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국가를 세울 것인가, 자본주의 국가를 세울 것인가"를 놓고 많은 논쟁을 벌였습니다. 일부에서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고,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들은 민주-공화당 (Democratic-Republican Party)을 중심으로 뭉쳤고, 이에 비해 "우리는 자유로운 경제체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나라이기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자본주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연방주의당 (Federalist Party)으로 뭉쳤죠. 민주-공화당에 따르면 대중이 국가를 주도해야 했고, 연방주의당에 따르면 경제의 주체가 국가를 주도해야 했습니다. 농민들이 민주-공화당을 지지하고, 은행가, 사업가들이 연방주의당을 지지한 것은 당연했죠. 한때 이 두 당의 대립은 미국을 분열의 위기로 몰고 갔고, 결국 제퍼슨 대통령은 갈등을 봉합하고자, 취임연설에서 "우리는 모두 공화주의자며, 또한 연방주의자다"(We are all republicans... we are all federalists) 라고 말했습니다.

부자들을 위한 당인 연방주의당은 한때 존 애덤스 대통령을 배출하는 등 기세가 등등했지만, 결국 대중적인 인기를 지속할 수 없기에 몰락하였고, 민주-공화당은 나중에 오늘날의 민주당으로 발전합니다 (오늘날의 공화당은 민주-공화당 과는 상관이 없이 나중에 생긴 당입니다). 이로써, 미국은 정치에서만은 자본주의가 아닌 민주주의가 주도권을 쥐게 되지만, 공화주의와 연방주의의 대립은 오늘날에도 정치체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상원은 단지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의 모임이 아니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의 모임이고 (물론 오바마 같은 예외도 있지만), 상원의원은 부유한 사람들의 권익을 대표하기 마련입니다. 그에 비해 하원의원은 출신성분과 상관없이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면 될 수 있고, 따라서 실제로 지역구민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양원제는 공화주의와 연방주의가 타협한 결과 생겨났죠. 또한, 미국의 정당구도에서도, 민주당은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공화당은 부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이 부자를 위한 감세를 추진하였고,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당의 노선을 충실히 따른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본다면 미국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쩌면 영원히 계속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은 헌법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국가가 맞는데, 현실에선 민주주의 논리보다 자본주의 논리가 더욱 강한 듯 싶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재벌에 대한 재판인데, 최근 몇 년간 재판을 받은 몇몇 재벌 회장 중 실제로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간 사람은 없습니다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재판의 결과 감옥에 간 것이 아니라,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을 뿐이죠). 즉, 한국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은 죄를 지어도 감옥에 안 간다는 불문율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론 판결문에는 "피고는 돈이 많기에..."가 아닌 "피고는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기에 이를 참작해서..."라고 나오긴 하지만, 뭐, 그게 그 말이죠). 그에 비해 미국은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마르다 스튜어트가 주식 내부거래로 단 45,000달러의 손실을 피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고, 2001년 파산한 엔론의 최고 경영자들은 수십 년씩 실형을 선고받는 등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분명히 죗값을 치릅니다. 즉, 미국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한데, 한국법 앞에는 돈 많은 사람의 죗값은 가벼운 것이죠.

한국이 정말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이 주인이 되어야 하고,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치가 없다면 경제가 주도권을 잡기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자본주의 국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사실 정치와 경제는 워낙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경제학을 "정치경제학" (political economy)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도 정치와 경제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다만, 정치가 국민편에 서지 않고 경제편에 서는 것이 문제일 뿐이죠.

결국, 이러한 상황을 바꾸려면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으로 주권을 행사하여 선거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잘 지키는 정당을 위해 투표해야 합니다. 서민이 감언이설에 속아 "부자를 위한 정책"을 쓰는 정당을 위해 투표해놓고, "왜 이렇게 살기가 어려워졌나" 해봤자 때늦은 후회일 뿐이죠. 앞으로도 선거는 많이 있습니다. 부디 이제라도 국민이 정신을 차리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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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쁜 중에서도 가끔 인터넷으로 접하는 한국사회의 상황이 영 마음을 무겁게 하는군요. 아마 잘 아시겠지만 지금 한국에선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극심하고, 정부가 이를 억누르는 바람에 연일 충돌이 일어나, 어제는 100여명의 시민이 연행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해 정부는 "안심하라, 아무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몇몇 전문가도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과장되었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국가의 주인은 국민일찐데, 국민이 불안하게 느낀다면 정부가 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국민이 싫어하는 일을 굳이 추진하면서, "너희 생각은 비과학적이니 과학적인 우리 생각대로 밀어붙이겠다"는 태도가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 모습 맞는지 묻고 싶군요.

그리고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도 소를 기르고 쇠고기를 유통하는 사람들의 주장이지, 정말 객관적으로 미국 쇠고기가 안전할찌는 아무도 모릅니다. 미국 사람이 미국 사람을 위해 쓴 책들, 예를 들면 My Year of Meats (Ruth Ozeki)나 Fastfood Nation (Eric Schlosser), 그리고 The Omnivore's Dilemma (Michael Pollan) 등을 보면 미국의 축산, 도살업자들이 얼마나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소를 기르고 잡으며, 이로 인해 얼마나 미국인의 건강이 위협되는지 잘 나옵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소를 과거보다 낮은 기준으로 들어오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국민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한국소라고 꼭 미국소보다 위생적으로 나을찌는 미지수지만, 한국소 문제는 한국정부가 위생기준을 강화하면 되는 문제이고, 미국소 문제와 연관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며칠전 이병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 놓고, 곧바로 "IP 주소 추적해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 "불법 시위 가담자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국민을 압박하는 이명박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3개월간 국민이 신뢰할만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시위 사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정부를 향한 국민의 불신의 표현일 것입니다.

겨우 3개월 밖에 안된 정부인데, 잘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암담하네요. 국민이 아무리 반발을 해도 국민의 목소리로 듣지 않고 "배우 세력의 조종을 받는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만의 소동"으로 보려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도 당분간 청계천 일대는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정치체제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은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 때문에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에 처한 셈입니다. 과연 언제나 이러한 위기가 끝날찌 마음이 무겁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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