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승'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1/19 새로운 상황에 접어든 미네르바 정체 공방 (1)
신동아가 "미네르바는 검찰이 구속한 박씨가 아니라 경제 전문가인 K씨다"라는 주장을 발표한 후, 검찰은 "누가 미네르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살짝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아고라에서 경제에 대해 글을 많이 올린 "미네르바"가 누구든지, 작년말에 "정부가 공문을 보내 외환 매수를 금지했다"는 헛소문을 올린 것은 박대성씨가 맡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 정도면 검찰과 신동아의 대결에서 신동아가 이미 판정승을 거둔 듯 보이네요.

박대성씨가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의혹은 여러 사람이 이미 제기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으로 활약한 박재승 변호사는, 박대성씨를 만난 후, “접견해 보니까 가짜인 줄 바로 알겠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박변호사는 박씨의 변호인단에 포함되어 직접 박씨를 만나보니, 이 사람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확실히 느낀 것이죠. 이는 박씨가 검찰에서 쓴 글이 공개된 후, 많은 사람이 이미 직감했던 바입니다.

그렇다면 박대성씨는 누구일까요? 그는 미네르바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인물일까요? 신동아에 실린 K씨의 인터뷰에서 K씨는 박씨가 미네르바팀 중 한 명의 글을 옮기는 역할을 맡은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박씨는 미네르바는 아니지만, 미네르바의 아이디와 비밀번호에 접근할 수 있었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 쓴 글을 실었을찌도 모르죠.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미네르바가 있고 주변에 몇 명 외환전문가 그룹이 있고 심부름하는 그룹이 있는데, 이 친구가 오버해서 자기도 글을 몇 편 썼던 모양이다"고 설명하더군요). 특히, 정부의 외환 매수 금지 공문 관련글은 K씨가 쓰지 않았다고 하니 박대성씨가 올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검찰은 미네르바의 정체와 상관 없이, 박씨를 구속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박씨가 왜 자신이 쓰지 않은 글까지 자신이 썼다고 주장함으로 죄를 키우는지, 그리고 기자들에게 " (신동아와 인터뷰한) 짝퉁 미네르바를 잡아달라"고 말할 정도로 다른 미네르바의 존재를 부인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또한 박씨가 K씨의 글을 포함한 모든 글을 집에서 올리지는 않았을테니, 왜 모든 글이 두 개의 IP 주소에서 작성되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군요.

사실 검찰의 미네르바 수사는 처음부터 의문점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선, 박씨를 검거한 직후, 언론은 그의 젊은 나이와 경제와 상관 없는 경력을 문제 삼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경제 전문가인양 행사하며 국민을 속였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부정확한 지적인데, 우선, 미네르바는 아고라에서 늘 자신을 "고구마 굽는 늙은이"라고 낮춰 소개했습니다. 사실 국민이 그를 경제 전문가로 "오해"한 것은, 그의 글에서 전문가의 실력이 느껴졌고, 언론에서 정보관계자의 말을 빌어 "50대의 증권맨"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에 수많은 경제학자, 금융관계자가 있지만, 국민이 특별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은 그의 글이 현실과 잘 맞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리먼 브라더스의 부도 사태를 정확하게 예견한 점 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죠. 흥미롭게도 미네르바가 리먼 브라더스의 부도를 예언하던 시점에서, "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빨리 사야 된다"고 재촉하던 조선일보는 박씨가 잡히자 "미네르바는 리먼 브라더스가 망할 것이 뻔한 시점에서 발언했을 뿐이다"고 폄하함으로, 뻔한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하던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고백하고 말았죠.

물론 그의 의견이 다 맞는 것은 아니고, 저만 해도 그의 말을 참고는 했을찌언정, 크게 중요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글이 너무 선동적이라서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몸을 사리느라 바른 소리를 내지 못하고, 언론은 "한국 경제 문제 없다"는 말만 앵무새 처럼 반복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설명해 줌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깨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다른 경제 지식 없이 그의 글만 읽은 사람들이 "미네르바님이 말했으니 진리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는 점이죠. 어쩌면 미네르바님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염려하였기에 글 중에 자꾸 "실력을 쌓아라" "책을 읽어라"라고 잔소리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검찰은 신동아의 주장이 나온 후, “단순한 경제 전망이나 의견 개진에 대해서까지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박대성씨의 죄를 정부 공문 발송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로 한정지었는데, 이 자체가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만약 미네르바의 글이 정부를 비판했기에 구속했다면, 다른 글을 쓴 사람들도 구속을 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되는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만 처벌한다면, 허위 사실이 아닌 이상,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도 괜찮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죠.

아직 모든 의문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안개가 걷히는 느낌입니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찌 계속 지켜봐야 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