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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4 반 고흐와 현대사회의 탄생 (3)
지난주에 암스테르담을 갔다가 시간이 나서 반 고흐 박물관에 갔습니다. 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몇 년 만에 다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해 보니 감동이 더 크더군요. 19세기로부터 20세기까지 서양 미술의 전환기에 수많은 천재 예술가가 등장했지만 반 고흐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는 드뭅니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진실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만화 주인공 스누피가 그러했듯 반 고흐의 작품을 방에 걸어 놓고 위안을 받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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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위대성은 그가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했다는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살았던 19세기는 얼굴 없는 서민이 사회의 중심으로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역사를 보면 고대 시대엔 왕족과 귀족이 사회를 지배했고, 프랑스 혁명 이후론 중산층의 세력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늘 남에 의해 착취를 당하기에 무식하고 가난할 수밖에 없던 서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부를 창조하는 것은 노동이고, 따라서 경제의 주체는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은 이러한 변화한 분위기의 반영이었죠. 하지만, 예술계는 여전히 전통적인 가치관에 따라 고귀한 귀족들과 그들의 일상을 주제로 한 작품만을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흐는 가난하고 헐벗었지만 땀 흘려 일하며 자기 손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난한 자들에게 큰 애착을 느꼈고, 가난한 자들을 모델로 한 작품을 많이 그립니다. 그가 농민의 삶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남긴 밀레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도 이처럼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했기 때문이죠. 그의 예술에서 가난한 자들은 인간의 순수성을 보존한 고결한 존재로 새롭게 해석되었고, 그들이 곡식을 가꾸는 밭, 그들이 신는 신발, 그들이 앉는 의자조차 새로운 영적인 의미를 얻었습니다. 주류 예술가들이 이러한 그의 작품을 조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민주주의가 전파되며 대중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그의 작품은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되죠.

반 고흐는 다양한 문화의 충돌 속에서 예술적 에너지를 얻었다는 점에서도 현대 사회의 선구자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반 고흐 이전에도 유럽 내에서 다양한 문화의 혼합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르만족의 감수성에 이탈리아의 멜로디를 혼합한 모차르트가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반 고흐는 아시아, 특히 일본이라는 전혀 다른 예술 전통과 만나면서 전통적인 서양 미술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당시 서구 열강은 아시아, 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인쇄 기술의 발달로 대중이 다른 대륙의 예술을 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정제된 예술에만 익숙한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과격한 색상, 자연을 보는 새로운 시각 등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예술가들이 자연의 요소들을 마음대로 조종해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는데 비해, 일본의 화가들은 인간이 만든 틀을 거부하는 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별 의미 없는 나뭇가지가 화면을 지배하는 일본의 판화를 반 고흐가 모사한 작품을 남겼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일본의 새로운 미학에 영향을 받았는지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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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다양한 문화의 혼합은 20세기 말에 들어 세계적인 조류로 자리 잡습니다. 특히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에 사는 미국인들은 점심은 피자(이탈리아음식)을 먹고, 저녁은 스시(일본 음식)을 먹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흑인들이 지배하는 미식축구 중계를 보다가 라티노 음악을 들으며 잠드는 식으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이는 정도는 다를지언정 많은 나라 사람들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바입니다. 반 고흐는 이처럼 전혀 다른 문화를 혼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유럽의 전통만 고수한 예술가들보다 훨씬 현대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반 고흐는 미술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아카데미에 지원하지만, 그의 실력을 무시한 교수들에 의해 입학이 거절당하고 혼자서 미술을 배우게 됩니다. 그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카데미즘에 물든 예술가들의 매너리즘을 피할 수 있었고, 오랜 연구 끝에 자신만의 화풍을 개발합니다. 이러한 그의 개성은 자아를 찾기 원하는 현대인에게 큰 영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현대인들은 숨이 막힐 듯 개인을 억누르는 조직 속에 살면서 나만의 색깔을 발견하기 원합니다. 물론 나만의 색깔을 발견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고, 많은 사람은 남들을 따라 삶으로 안정감을 누리기 원하죠. 그렇기에 반 고흐처럼 치열하게 인생을 살며 남과 다른 나의 모습을 완성한 사람은 현대인이 보기에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반 고흐는 기독교 사역에서부터 예술까지 평생 하는 일마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예술계의 멸시를 받으며 외로이 살다가 결국 정신병 때문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그의 삶은 비극적인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20세기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기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람이 불행을 경험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증가하는 우울증은 이러한 슬픔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현대인들은 성공한 인생을 산 위대한 영웅보다는, 비극적인 인생을 산 예술가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흑백영화 시대의 코미디언 중 20년대의 신분 상승 정신을 표현한 해럴드 로이드가 거의 잊히고, 30년대 대공황 시대를 대표한 찰리 채플린이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원인도 이러한 대중의 심리 때문일 것입니다. 예술에선 천재로 태어나 천재로 대우를 받으며 즐거운 인생을 산 피카소 보다, 천재적인 재능이 부족했고, 그렇기에 남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괴로운 인생을 산 반 고흐가 현대인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반 고흐는 삶과 예술로 현대 사회의 특징을 거의 완벽하게 표현한 예술가입니다. 비록 살아생전엔 무시를 당한 그이지만, 죽은 후에라도 재발견되어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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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