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준비로 바쁜 이명박 당선자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방안을 논의하다 갑자기 아침 방송 이야기를 끄집어 냈습니다. 자기가 방송을 보았는데, 내용이 선정적이었다는 것이였죠. 선정적인 아침방송과 정부조직 개편안이 무슨 상관인지는 알기 힘들지만, 대선 승리 이후 들뜬 분위기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덩달아 흥분하며 "BBC나 NHK는 안그러는데 KBS만 왜 이모양이냐"며 맞장구를 쳤다고 합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정치 얘기 하다가 생활 얘기도 할 수 있는 일이니 뭐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는 옛날에도 실언을 한 경우가 많기에, 즉흥적으로 한 말에 대해서 큰 비중을 두기는 힘듭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씨가 김수미, 여운계씨 등을 "한물간 배우"로 불렀다고 이들이 한물간 배우로 공인되는 것도 아니고, 도산 안창호 선생을 안창호씨라고 불렀다고 흥사단이 안창호씨를 따르는 단체로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자가 하는 말이라 특별한 무게가 실렸는지, 이명박 당선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속조치가 이어졌습니다. 조선닷컴은'불륜’팔아먹는TV, 선정성에 빠져버린 '아침방송'등이명박 당선자의 말이 얼마나 진리인지를 재확인하는 기사를 내보냈고, 곧이어 방송위원회는 이명박 후보가 문제를 지적한 생방송 세상의 아침에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물론 문제 있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누구라고 문제를 지적해서 고쳐졌다면 그 자체가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두가지 잠재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군요.

우선, 대통령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평을 하기 시작하면, 방송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 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무한도전을 보고 "어제 어떤 코미디 방송을 봤는데, 내용도 없이 억지로 웃기려하더라. 이런 프로그램은 없애야 하는 것 아니가?"라고 말했다고 무한도전이 폐지된다고 상상해 보면, 대통령이 방송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방송의 수준은 방송사, 시청자, 방송위원회 등이 지켜나가야지, 대통령이 지켜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사회의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간섭하고, 그 밑의 사람들은 "각하의 뜻"을받들어 즉시 실행하던 모습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나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많이 봤습니다. 당시의 대통령은 왕과 같았고, 따라서 국가의 어떠한 면에 대해서라도 지시를 내릴 권리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가 진전되었고, 대통령이라도 권한 밖의 권력을 휘두룰 수는 없습니다. 지금 대통령은 정치, 국방, 경제 등 큰 문제를 담당해야지, 아침방송에 불륜이 나왔는지 안나왔는지를 걱정하는 역할을 하면 안되는 것이지요. 만약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이 된 후로도 사회의 사사콜콜한 문제에 대해 직접 의견을 밝히면 (예를 들어, "디시겔에는 왜 악풀이 많냐, 인터넷에는 왜 비속어를 쓰는 사람이 많냐" 는 등) 국민들은 대단히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당선자가 아침방송을 비난했다고 맞장구 기사를 올린 조선일보의 태도입니다. 대통령도 인간이니 자신의 영역 밖의 일에 대해 말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언론에서 나서서 "그 말은 정말 옳은 말이다! 우리 모두는 대통령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선동한다면, 이는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언론이 자신의 사명을 저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인수위가 정책을 내놓으면 언론에서 그에 맞장구치는 기사를 싣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맨날 싸우는 관계였던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마음이 잘 맞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다니 기쁘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언론과 정부가 너무 유착하는 모습을 보니, '저래서야 정부가 잘못할 때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나?"하는 걱정이 드는군요.

우리는 80년대 9시 뉴스를 "땡전뉴스"라고 불렀습니다. 9시 하면 "띠띠띠 땡~"하는 신호와 함께 "오늘 전두환 대통령 각하는" 하고 대통령의 동정이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이죠. 국민 중 대통령의 소식을 알기 원하는 사람은 적었지만, 살벌한 군사정권 시절에 방송이 권력에 굴복하는 모습에 시비를 걸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 언론은 국민의 편에 서서 정부의 잘잘못을 객관적으로 따져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표하는 한국의 신문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누가 더 잘 표현하는지 충성경쟁을 펼치는 듯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 출범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는 5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아 있습니다. 언론이 권력의 종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언론은 권력에 충성하는 모습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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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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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유럽의 언론들은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가 미모의 앵커우먼 로랑스 페라리와 교제중이라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공식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사르코지가 최근에 이혼하였고, 페라리도 얼마전 이혼한 상태라 사귄다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로랑스 페라리는 클레어 샤잘 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한 여성 아나운서인데, 이번 일로 더욱 유명해지겠군요.

생각해보면 프랑스는 한국 처럼 여자 아나운서가 사회의 관심을 끄는 점에서 비슷해 보입니다. 그에 비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여자 아나운서는 그저 방송계의 일부분일 뿐, 사회적인 인기를 끄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이나 프랑스에서 여자 아나운서가 인기를 끄는 원인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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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통적으로 유교의 영향이 강했고, 지금도 유교의 가치관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교의 가치관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해야 하고, 자신을 드러내면 안됩니다. 유교적 사고에 따르면 섹시한 여자는 곧 천한 여자죠. 심지어 연예인 중에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섹시한 이미지의 여가수는 80년대 김완선 이후에 2000년대 이효리까지 한동안 공백기였고, 섹시한 이미지의 여배우도 많지 않죠. 사회의 인식이 그러하니 한국의 여성은 섹시한 이미지를 추구하기를 대단히 어려워 합니다.

섹시한 이미지를 추구할 수 없기에 한국 여성들은 단아한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단아한 아름다움은 천하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아름다움이지요. 이러한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 직업은 바로 아나운서입니다. 그러니 여성들은 아나운서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완성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이지요.

유교의 또 다른 영향은 교육에 대한 존중입니다. 따라서 유교의 전통이 강한 동아시아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입니다. 그런데 아나운서는 지적인 이미지와 별 상관 없는 다른 연예인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권위 있게 말을 하고, 따라서 지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여성들은 아나운서를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죠. 그에 비해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는 연예인에게 지성까지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지적인 이미지의 여자 아나운서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추측하건데, 프랑스에서 여자 아나운서가 인기가 많은 이유도, 지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분위기 (요즘은 변하는 중이긴 하지만)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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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한국 여성은 여자 아나운서처럼 똑똑하면서도 단아하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길 원하기 때문에 여자 아나운서를 선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젊은 여성들이 가수나 여배우를 롤 모델로 삼는다면, 한국에서는 아나운서가 젊은 여성들의 롤 모델이죠 (특히 90년대에 백지연씨가 이런 역할이었습니다). 이처럼 아나운서를 동경하는 마음 뒤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형성된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지요. 그러고 보면 전통적 가치관은 세상이 바뀌어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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