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2/05 입소문 마케팅 성공의 비결은? (5)
  2. 2007/12/19 집단 우울증에 빠진 이탈리아 사회 (11)
  3. 2007/12/02 경쟁심에 병든 한국 사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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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60억 명의 사람이 살지만,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이 된다는 주장을 들어보셨는지요. 이른바 six degrees of separation이라는 이론에서 나온 주장인데, 이러한 주장은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밀그램은 네브래스카에 사는 160명에게 편지를 보내 보스턴에 있는 특정한 증권 거래인에게 편지를 전달하도록 그와 가까울 만한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하도록 요청한 결과, 여섯 명 정도를 거치면 편지가 목적한 사람에게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실험의 결과를 두고 티핑 포인트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여섯 단계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목적한 사람에 도달한 편지의 절반이 그 증권 거래인의 세 친구를 거쳤음을 주목합니다. 즉, 그는 특별히 사람들과 넓게 연결된 연결자 (Connector)가 존재하고, 이들이 사회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는 티핑 포인트, 즉 사회적인 크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발생하는 요인 중 하나로 이러한 연결자의 역할을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허시퍼피는 한때 한물간 상표로 인식돼 인기가 없었는데, 뉴욕에서 유행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이 신발을 신기 시작하자 새롭게 인기를 끌게 되었고, 결국 2년 만에 매출이 20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몇몇 중요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침으로 사회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이론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광고계에서 대단히 인기를 끌었고, 미국의 경우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어떤 웹사이트에 모이는지를 파악해 이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려고 노력하는 광고회사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의 예를 들자면, 위니아 만도는 김치 냉장고를 개발한 후 상류층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친 결과, 김치 냉장고가 좋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부유층이 아닌 가정에서도 김치 냉장고를 구입할 정도로 대중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는 "영향력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던컨 와츠인데, 그는 밀그램의 편지 보내기 실험을 이메일로 바꿔 6100명에게 실시한 결과, 6단계를 거쳐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했지만, 전체의 5%만이 연결자를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연결자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는 또한 천 번이 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회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관찰한 결과, 영향력 있는 사람뿐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사회 변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변화의 주체가 영향력 큰  소수인가, 아니면 평범한 다수인가에 대한 논쟁을 블로그에도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글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 이러한 글이 유명한 블로거의 눈에 띈다면, 그 블로거는 그 글을 소개하는 글을 써서 그 글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겠죠. 또한 이처럼 유명한 블로거가 소개한 글은 중요한 사이트에서 링크가 걸렸기 때문에 검색엔진도 중요하게 여기고, 따라서 검색결과에서 상위 노출되어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될 것입니다. 이는 영향력 있는 소수가 블로그를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예죠. 하지만 유명한 블로거가 아니더라도, 방문객이 그 글의 추천을 누르면 그 글은 다양한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 노출되고, 이로 인해서 방문객이 많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는 평범한 다수가 영향을 끼친 예입니다.

하지만 블로그가 인기를 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이나, 대중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글을 쓰는 것이겠죠. 글이 엉망인데 유명한 블로거가 소개를 해줄 리도 없고, 일반인이 추천을 할리도 없기 때문이죠. 이는 사회 변화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던컨 와츠는 "매해 수많은 산불이 발생하지만, 나무의 건조상태나 비 등의 환경이 맞아떨어질 때만 큰 불로 번진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에서는 작은 불꽃도 큰 불을 일으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사회 변화가 일어날만한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변화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영화가 개봉하기 전 대규모로 시사회를 열어 영화에 대한 좋은 입소문이 퍼지기를 기대하는 경우도, 영화가 엉망이라면 좋은 입소문이 퍼지기는 커녕, 오히려 안좋은 입소문이 퍼져 흥행에 방해만 되겟죠.

결국 입소문 마케팅도, 블로그 운영도, 요령보다는 상황에 맞는 좋은 제품 (또는 포스팅)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성공을 결정할 것입니다. 몇몇 영향력 있는 사람만 설득한다고 티핑 포인트가 생겨나지는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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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이탈리아는 유서 깊은 역사, 풍부한 문화 유산, 맛있는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로 유명한 나라죠. 유럽을 방문한 많은 관광객이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이탈리아를 최고의 관광지로 꼽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죠.

그런데 이러한 이탈리아의 매력적인 모습 뒤엔 구조적 부패, 뒤틀린 가족제도,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사회적 모순 등이 숨어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관광객은 볼 수 없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절실하게 느끼는 현실이지요.

얼마전 뉴욕 타임스는 풀죽은 이탈리아, 실망의 아리아를 부른다 (In a Funk, Italy Sings an Aria of Disappointment)라는 기사를 통해 이탈리아인들이 느끼는 삶의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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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에서 노령화로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이탈리아의 상징으로 선택한 사진)

이 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탈리아를 최고의 관광지로 꼽지만, 정작 이탈리아 사람들은 서유럽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낮은 국민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의 문제점은 과거의 잘못이 해결이 안되고 그냥 그렇게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지요. 정치적으로 이탈리아는 내각제인데, 내각제의 장점은 다양한 정파가 협상과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정부 운영을 한다는 점이지만, 이탈리아처럼 정치인의 부패가 심한 나라에서는 다양한 정파가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만 연합하기 때문에 정치 개혁은 늘 말로만 끝나고, 똑같은 부정부패 정치인이 권력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덴마크인의 국회 신뢰도가 64%인데, 이탈리아인의 국회 신뢰도는 36% 밖에 안된다는군요 (한국은 얼마일찌 궁금하네요).

경제적으로는 이탈리아 특유의 전통 유지 정신 때문에 문화 유산은 많이 유지되는데, 인터넷 경제 같은 새로운 흐름은 제대로 발전을 못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제대로 발맞추지 못하다 보니 경제 발전도 늦어져서, 과거에는 영국을 추월했던 이탈리아 경제가 이제는 한때 서유럽의 후진국이라 불리던 스페인보다 뒤지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이탈리아 사회는 2차대전 이후로 늘 같은 문제로 고민하지만 아무도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이제 사회 노령화가 심해지면서 (이탈리아의 출산율은 유럽 최저 수준입니다) 미래에는 상황이 좋아지리라는 희망조차 잃어간다는 점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데, 이탈리아는 희망을 잃은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저도 이탈리아에 몇 달간 머물러 보니까, 이탈리아 사회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우체국에서 우표 한장을 사려고 해도 길게 줄을 서야 하고, 그나마 우표가 떨어진 우체국도 많았습니다. 길거리의 이정표는 가야할 방향의 반대 방향을 태연히 가리키는 경우가 허다했죠. 학비가 싼 대신, 학생의 특권을 누리고자 대학을 10년 이상 다니면서 특별한 직업을 갖지 않는, 젊은이 답지 못한 젊은이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남부의 나폴리와 시칠리아를 여행해보니 북부의 밀라노와는 전혀 다른, 무질서하고 가난한 모습이였죠.

이탈리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을 괴롭히도록 고안된 것 같은 행정체계였습니다. 밀라노에 사는 교포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등록을 하려면 집주인에게 거주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집을 구해 거주 확인서를 받으려면 외국인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답니다. 이탈리아에는 이처럼 정상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합리한 행정이 너무나 많고, 따라서 모든 사람이 꼼수를 부리며 살아야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한국도 이탈리아와 비슷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낮은 출산율, 뒤틀려진 가족제도, 구조적 부패 등). 현재 똑똑한 이탈리아 사람은 조국에 대한 희망을 잃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많이 간다고 합니다. 한국도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의 생계형 이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이민 가죠. 부디 이탈리아나 한국이나, 이민을 떠나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이민을 오고 싶은 나라로 탈바꿈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세대 뿐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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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LA 타임스에서 한국사회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가 났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습니다. 그 기사(In South Korea, it feels like a scandal a day)는 최근에 한국에서 벌어진 부정, 비리 사건을 총 망라해 놓았던데,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을 한 곳에 모아놓으니 정말 많더군요. 그 기사에 나온 사건들을 보자면
  • 삼성 비자금 의혹
  • 이명박 후보 BBK관련 의혹
  • 김포외고 입시문제 누출
  • 유명인의 학력 위조 사건
  • 전군표 전 국세청장 비리
  • 신정아 학력위조, 변양균 비리
  •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삼성 뇌물 폭로
  • 올 초에 드러난 현대자동차 분식회계
등입니다. 외부에서 보기엔 정말 한국 사회가 부패한 곳으로 보이겠죠.

그런데 신문은 한국인들이 재벌이 뇌물을 돌렸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삼성이 뇌물을 주다니, 상상도 할 수 없다"라는 사람은 드물겠지요. 즉, 우리는 이미 이러한 비리에 대해 무감각해졌고, 따라서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도 약해진 것입니다.

비리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후보의 인기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비리가 없는 영역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하게 비리와 관련한 의혹을 받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일 뿐 아니라, 그가 BBK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지지를 바꾸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즉, 많은 한국인은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별로 꺼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기사는 한국에 비리가 많은 이유를 한국인의 경쟁심에서 찾습니다. 많은 한국인은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하고, 남들보다 앞서려고 경쟁하다 보면 어떤 수단이라도 쓰고, 결국은 비리로 연결된다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남을 밟고 올라가려는 극단적인 투쟁의 연속인 듯  합니다.

김포외고의 입시문제 유출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 어린 중학생들이 외고에 가려고 입시학원에 다녔는데, 입시학원은 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시험문제를 빼와서 학생들에게 알려줬고, 그 사실이 드러나자 학교는 그 학원 아이들의 합격을 취소했고, 합격이 취소된 아이들의 부모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항의하고... 이게 겨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려고 생겨나는 일 맞습니까? 만약 고등학교 입시가 그 정도라면, 대학 입시가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경쟁을 하고, 그러한 경쟁을 당연시합니다. 하지만, 외국과 비교해 본다면 한국 사회의 경쟁은 도가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심합니다. 옛날에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서 열심히 일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과열경쟁은 모두의 삶을 힘들게 합니다. 모두 하루에 한 시간만 공부하는 분위기라면 하루 1시간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었죠. 그런데 모두 하루에 열 시간 공부하는 분위기에서는 나도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루에 10시간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과열 경쟁 사회에서는 누구도 긴장을 풀고 인생을 즐기기 어렵겠죠.

결국 한국인의 경쟁심은 한국인의 양심을 마비 해서 비리의 일상화를 낳고, 모두가 죽도록 일하지만 특별히 이루는 일은 없는 불합리한 사회를 낳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경쟁이 심하면 경쟁하는 삶이 싫어서 이민을 떠나겠습니끼? (물론 지금은 이민 자체가 하나의 경쟁의 수단이 되었지만)

한국 사회가 제정신을 갖춘 사회, 비리가 없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려면 나부터가 경쟁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 남보다 못나고, 조금 남보다 뒤져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인은 아무리 성공을 거둔다 할지라도 더 큰 성공을 위해 자신과 자녀가 병들때 까지 채찍질 할 것입니다. 부디 우리의 자녀는 지나친 경쟁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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