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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4 조선일보가 또 본색을 드러내는군요
처음 삼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을 때, 대부분의 언론이 침묵하는 가운데 시사IN, 한겨레, 그리고 조선일보만이 삼성 비자금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결국 사제단이 이른바 "떡값" 받은 검사 명단을 밝히고 나서야 언론이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조선일보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조금은 신기했습니다. 우선, 조선일보는 평소에 삼성, 특히 삼성전자에 관해 거의 홍보지의 역할을 행한다고 할 정도로, 별것 아닌 기술개발도 "세계 최초" 딱지를 붙여 대문짝만하게 보도하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보도하는 모습을 보며, 혹시 조선일보가 조금은 달라졌는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오늘 나온 칼럼 ([동서남북] 김용철 변호사의 손가락)을 보니까, 아, 역시 조선일보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칼럼의 내용은, 삼성 비자금 의혹은 달이고, 그 달을 가리키는 김변호사의 동기는 손가락인데, 달보다 손가락에 의혹이 가는 것은 본질을 호도한다는 소리를 들을 위험은 있지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칼럼 은 내용이 좀 왔다갔다 하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은 "김용철 변호사가 이런 폭로한 것은 결국 정의가 아니라 돈때문 아닌가? 그러니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을 통해 정의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정도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 조선일보는 다시 삼성의 기관지로 돌아온 모습을 보이는군요.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가 민망했는지, 하고 싶은 말은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인데, 그렇게 솔직하게 말했다간 전에 매일경제에 실린 불편한 진리 불량한 폭로 처럼 반발이 심할 것 같으니까 "그는 우리 사회에 숨어 있던 ‘돈과 권력의 카르텔’에 대해 종소리를 냈다... 설사 그렇다 해도 그 종소리는 귀한 것이다." 등으로 김변호사를 칭찬하는 말도 섞고, "그가 조직에 대해 폭로하는 용기로, 혹 자신의 감추고 싶은 ‘사소한’ 욕망에 대해서도 함께 고백했다면 훨씬 많은 세상 사람들이 그의 편에 섰을 것이다. 우리는 때로 비슷한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처럼 마치 이 글이 정말 정의의 편에 서려는 고민에서 나온 듯이 포장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포장을 벗겨내면 결국 나오는 것은 "김변호사는 순수한 동기에서 폭로한 것이 아니기에 폭로의 내용을 믿을 수 없다" 는 주장이죠.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의 동기는 정말 사건의 본질이 아닙니다. 진정한 본질은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하였고, 돈을 주고 검찰을 조종했다는 의혹입니다. 이 의혹이 맞다면,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부패의 한 고리가 노출된 것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의 큰뿌리를 발견한 것으로, 김용철 변호사의 동기를 찾기 전에, 그의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만약 그의 주장이 맞다면, 삼성은 검찰이나 정치권에 워낙 많은 돈을 뿌린 상태이기 때문에 그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펼처질 것입니다. 만약 그의 주장이 틀리다면 그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했으니 명예회손죄로 처벌 받아야겠죠.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동기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의 주장이 옳은가 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최소한 객관적으로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공평하게 보도하면 될 일이지, 마치 삼성의 사주를 받은양, 동기를 문제 삼으며 "물타기"를 하는 듯한 칼럼을 실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이제 다행히 삼성 비자금 의혹은 그냥 덮고 넘어갈 수준은 지났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전의 X 파일 문제도 한때 시끄러웠지만 결국 무마되었듯, 이번 사건도 어느 순간부터 언론의 침묵이 진리를 짓누르게 될 찌도 모르겠네요. 특히 조선일보가 다시 삼성을 위한 기사를 쓰기 시작한 이상, 진리를 덮으려는 노력은 한층 힘을 받을 것 같습니다. 부디 한국 사회를 건강하게 할 이 수술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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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