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은 2007년 여름 대중과 평론가 사이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D-War를 내놓는다. 심형래 감독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원했고, 대중이 만족할만한 컴퓨터 그래픽을 담은 영화를 제공하기 원했다. 결국 8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았기에 대중의 반응
이런 상황만 놓고 본다면 서태지와 심형래는 비슷한 방식으로 문화를 바꾸어 놓은 듯 보인다. 서태지나 심형래나 전문가의 무시를 딛고 대중의 기호에 맞는 창작 활동을 하였고, 결국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었다. 하지만 보다 심층적으로 따져본다면 서태지와 심형래는 문화에 대해 전혀 다른 접근법을 보인다.
서태지는 타고난 음악가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시나위에서 음악활동을 했을 만큼 음악에 미친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음악의 문법과 관습, 전통에 대해 잘 알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능력이 있다. 말하자면, 그는 어떤 음악 전문가보다 더 음악을 잘 아는 전문가이다. 따라서 다른 음악 전문가가 그의 음악을 무시한 것은 서태지의 음악이 가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음악이 전문가들의 수준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심형래는 타고난 영화인은 아니다. 그는 원래 TV 코미디언이었고, 코미디의 영역 확장을 위해 코미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그는 영화의 문법과 관습, 전통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는 영화인으로 영화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가로 접근한다. 그가 주목한 사실은 헐리웃의 특수효과 회사들은 너무 많은 제작비를 요구하는데 비해, 그의 영구아트는 훨씬 싼 제작비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헐리웃에서 만드는 괴수 영화를 우리가 만들면, 제작비는 훨씬 적게 들면서도 대중에게는 비슷한 만족을 줄 수 있고, 따라서 거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처음에 그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만든 영화는 용가리였고, 용가리는 그리 좋은 평을 얻지 못한다. 두번째 시도는 디워이고, 디워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가 사업가로 영화에 접근하였기에, 영화 자체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서태지는 어느 정도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후에는 대중의 눈에서 사라져 조용히 살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계속 발전하는 중이다. 돈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진 지금, 그는 더 이상 대중을 만족 시킬 음악이 아닌, 자신의 음악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실험적 음악을 하기 원한다. 이는 그가 진정한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심형래는 앞으로도 제작비는 적고 관객수입은 많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영화는 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태도가 잘못은 아니다. 사실 그는 언젠가 서태지가 꿈꾸지 못할 정도의 사업적 성공을 거둘지도 모른다. 또한 그의 영화가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그의 업적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영화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영화라는 장르를 혁신하지는 못할 것이다. 예술의 혁신은 예술의 전통에 익숙한 내부자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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