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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30 [특집]신자유주의를 넘어서- 3부. 자본가와 노동자 (4)
벤자민 그레이엄은 주식의 가치를 바탕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현명한 투자자 (Intelligent Investor)를 쓴 현대 증권투자이론의 아버지입니다. 그가 쓴 "미국 기업은 살았을 때 보다 죽었을 때 더 가치가 있는가?" (Is American Business Worth More Dead Than Alive?)라는 글을 보면, 미국 기업은 상당한 자산을 소유하고 있기에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을 팔아 주주에게 분배하면 주주들이 많은 돈을 벌지만, 사업을 계속하는 한 주가가 너무 낮은 기현상이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을 비판한 내용이 나옵니다.

만약 주식이 기업의 소유를 증명하는 문서이고, 따라서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면, 기업의 가치는 곧 주가에 반영되고, 그레이엄이 비판한 기업 자산과 주가의 괴리 현상은 발생하지 않아야 마땅하겠죠. 하지만 그레이엄이 이 글을 쓴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기업은 사실상 기업가의 소유였고, 주주는 기업의 운영에 대해 별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왜곡된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실찌 모르지만, 사실 지금 한국의 기업, 특히 재벌을 보면, 실제 주주는 절반 가까이 외국인인데 비해, 기업을 좌우하는 세력은 10%미만의 주식을 소유한 창업자 집안이라는 점에서 50년전 미국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법적인 기업주인 주주"와 "실제로 기업을 지배하는 경영자"의 이중 구조는 오래가지 못하고,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기업은 주주의 소유라는 인식이 퍼지고, 따라서 경영자는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경영자가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바로 파면당하는 시대가 옵니다. 이것이 이른바 경제 민주화인데, 한국도 몇십년 안에 창업주의 아들이라 할찌라도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해임당하는 시대가 올찌도 모르죠 (경제 민주화라는 개념과 재벌 개혁에 대한 비판은 장하준, 정승일교수의 대담을 이종태 기자가 정리한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대기업 창업주의 아들까지도 벌벌 떨게 만드는 주주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물론 그 중에는 외국인 주주도 있고, 강남의 큰손도 있겠지만, 여러분과 저와 같은 일반인도 포함됩니다. 물론 어떤 분은 "나는 절대 주식 투자는 하지 않고, 따라서 주주가 아니다"라고 말할찌 모르지만, 현대 사회를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여러분의 돈이 주식에 투자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내시는 분은, 국민연금의 기금을 통해 주식에 이미 투자하신 셈입니다. 각종 보험 및 금융상품에 투자하신 분도 간접적으로 주식에 투자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주식시장의 큰손은 공무원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같은 연기금이죠. 한국도 점차 일반인의 돈을 모은 연기금이나 펀드가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19세기에 칼 막스 (Karl Marx)는 "자본은 자본가에게만 있고, 노동자는 자본이 없기 때문에, 기업은 절대적으로 자본가에게만 유리하게 운영되고, 노동자는 겨우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봉급만을 받을 뿐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극빈을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20세기 들어서면서 노동자의 월급이 많아지면서 노동자의 월급이 자본이 되어 연기금과 펀드 등을 통해 기업에 투자되었고, 결국 노동자가 곧 영세 자본가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노동자의 자본가화는 노동자에게 기업 운영의 결실을 맛보도록 하고, 기업을 기업가의 소유가 아닌 일반 국민의 소유로 바꾸어 놓는 순기능도 있지만, 기업주와 노동자의 관계를 익명화함으로, 노동자의 근로환경을 악화하는 역기능도 있었습니다. 주주는 주가가 오르는 기업에만 투자를 하기 마련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가를 올려야 자금을 끌어올 수가 있죠. 그런데 주가를 올리려면 기업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쥐어 짜내야 합니다. 그러다가 부족하면 노동력이 더 싼 나라로 옮겨가야죠. 노동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이러한 기업의 처사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빼앗는 불공평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기업가는 이렇게 해서라도 생산성을 올리지 않으면 이사회로부터 해임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선 제가 쓴 기업은 도덕적인 존재인가?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국가간에 장벽이 심하기에 국내 회사와 경쟁만 생각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 회사와도 상품 시장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합니다. 만약 국내 회사의 주가가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다면 국내 투자가들은 미국 회사든 브라질 회사든 더 빠른 주가 상승을 약속하는 회사로 옮겨갈 테니까요.

막스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보았지만, 사실 노동자와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정도 이상으로 험하게 대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대판 자본가라고 할만한 워렌 버펫은 버크셔 헤더웨이라는 섬유공장을 인수했는데, 원래는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을 팔아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었지만, 회사를 살리려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해고할 수가 없어 계속 공장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이는 그의 전기 The Snowball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그에 비해, 요즘은 주식 투자가 전혀 얼굴을 대하지 않고 이루어지기에, 과거보다 더 야멸차게 노동자에게서 노동력을 쥐어짜내기 마련이죠. 97년 이전과 지금 노동의 강도를 비교해 보신 분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자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금방 아실 것입니다.

이처럼 자본가가 과거 처럼 특정 계급이 아니라 얼굴없는 대중으로 바뀐 지금, 결국 주식을 소유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또다른 노동자들이 희생되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주식투자는 "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을 일반화하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이정환님은 "좌파가 주식투자를 해도 좋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주식 투자라는 행위가 지니는 사회적 영향력을 환기시킵니다. 하지만 개인이 주식 투자를 안한다 할찌라도 연금 등을 통한 간접 주식투자가 직접 투자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주식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듯 싶군요.

주말은 쉬고, 월요일에 연재를 계속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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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