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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7 이탈리아식 피자 만들기 (1)
제가 머무는 곳에는 급식이 나오긴 하지만,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직접 요리를 해 먹을 때가 잦습니다. 과거엔 스파게티를 해 먹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질려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보고자 냉동 피자를 사다가 토핑을 얹어서 오븐에 구워 보았습니다. 먹어보니 맛이 있긴 한데, 토핑을 추가하긴 하지만 공장에서 만드는 피자를 주원료로 한다는 사실이 찜찜하기도 하고, 돈도 아까워서 피자를 직접 만들어 먹어보려고 인터넷에서 피자 만드는 법을 찾아봤습니다.

Video Jug이라는 사이트에서 찾은 방법으로 피자를 만들어 봤는데, 먹을 만 하긴 했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났습니다. 머릿속으로 이탈리아에 살 때 먹던 피자의 맛과 비교해 보니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죠. 물론 제가 피자 만드는 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피자 조리법에 담긴 철학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다시 찾아보니, 미국인이지만 이탈리아식 피자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연구한 사람의 피자 조리법 사이트가 나오더군요. 사실 우리가 익숙한 미국식 피자는 이탈리아식 피자와는 전혀 다른 맛이지만, 미국에도 20세기 중반까지 이민 온 이탈리아 사람들이 경영하는 피자리아는 이탈리아 피자의 참맛을 잘 보존하였기에 참고할만하죠(물론 지금은 이탈리아 이민이 거의 없고, 따라서 미국에서 진짜 이탈리아 피자를 찾기가 힘듭니다).

이탈리아 피자는 깔끔함과 단순함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재료도 복잡하지 않고, 맛도 깔끔합니다. 그에 비해 다른 나라의 피자는 맛이 상당히 복잡합니다. 이는 단순하면서도 맛있게 만들려면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복잡한 맛으로 솜씨의 부족을 감추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 음식 중에서도 물냉면은 깔끔한 맛이기에 주방장의 솜씨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비빔냉면은 맛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솜씨가 없는 사람도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죠(하긴, 물냉면도 자극적으로 맛을 내면 솜씨를 감출 수 있긴 합니다. 그래서 요즘 분식점 등에서 나오는 물냉면은 매우 시고 단맛이 강하죠). 또한, 맛이 깔끔하면 그 자체로 포만감이 오기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사이드 디쉬를 팔지 못한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겠죠. 예를 들어, 진짜 제대로 된 이탈리아 피자를 먹는다면 버펄로윙이나 셀러드바를 추가로 주문할 마음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과거에 먹던 이탈리아 피자의 맛을 되새기며, Jeff Varasano's NY Pizza Recipe에 나온 내용을 참고하며 피자를 만들어봤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보자의 어설픈 요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피자의 참맛을 잘 보여주는 Margherita 피자는 조리법이 매우 간단합니다. 우선,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반죽을 엷게 편 위에 통조림에 든 토마토를 적절히 바른 후, 모짜렐라 치즈와 바질(basil) 잎을 얹고 오븐에 구우면 됩니다.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방법은 VideoJug를 참조하거나, Varasano의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VideoJug의 방법은 매우 표준적이고 간단한 방법인데 비해, Vasarino의 방법은 자신감에 찬 개성 있는 방법입니다(예를 들어, Vasarino는 "요즘 나온 이스트는 미지근한 물이나 설탕 없이도 활성화한다"고 주장합니다. 많은 사람의 설명과 다르지요).

VideoJug에선 토마토를 양파, 마늘과 함께 볶아 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제 기억으로 이탈리아에서는 통조림 토마토를 그대로 반죽에 얹었습니다. Vasarino도 토마토를 소스로 만들지 말고 그냥 쓰라고 충고하더군요. 맛을 비교해 보니, 양념을 해서 토마토소스를 만들면 피자헛 같은 미국식 피자 맛이 나고, 양념을 안 하고 그대로 쓰면 이탈리아식 피자에 가까운 맛이 났습니다. 그리고 Vasarino의 페이지에도 나오지만, 재료를 많이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탈리아 피자는 빵의 부드러운 맛, 토마토의 시큼한 맛, 모짜렐라의 고소한 맛, 바질의 상큼한 향이 적절하게 섞일 때 참 맛이 나는데, 재료를 많이 얹다 보면 균형이 깨져 버립니다.


재료 중 바질은 슈퍼에서 화분 채로 사왔는데(2유로), 한달 째 잎사귀를 뜯어 먹었는데도 여전히 잘 자라서 기특합니다. 이걸 보니 다른 채소도 키워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군요. 모짜렐라는 한국에서는 비싼데, 여기선 실 중량 125g 짜리가 55센트(천원 미만) 밖에 안 합니다. 이거 하나로 세 번 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재료비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Vasarino의 설명에 따르면 피자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세 가지는
1. 고온을 낼 수 있는 오븐
2. 반죽을 빚는 기술
3. 이스트의 종류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쓰는 주방의 오븐으로는 250도까지 밖에 오르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피자를 만들기엔 애로 사항이 많습니다(고온으로 구워내면 2분이면 바삭한 피자가 완성된다는군요). 게다가 슈퍼에서 파는 이스트도 한 종류이기 때문에 좋은 이스트를 구할 방법이 없네요(시골이라 슈퍼마켓 찾기도 힘듭니다). 또한, 밀가루 반죽은 평생 처음 만들어 봐서 제대로 반죽을 하기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천원도 안 되는 재료비로 원하는 피자를 마음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기쁩니다. 한국에서도 오븐만 있다면 재료는 조금 비싸더라도 구할 수 있을테니(모짜렐라는 큰 마트에서 판매할 것입니다. 바질은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듯 싶습니다), 원하신다면 피자 만들기에 도전해 보셔도 좋겠네요.

P.S. 어제 티스토리가 점검중이라 글을 못올렸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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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