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2/11 부실의 대형화 (3)
  2. 2009/11/23 국가의 탄생 (11)
  3. 2008/11/19 유로화의 미래는? (4)

부실의 대형화

경제 2010/02/11 22:50
지난주 유럽발 악재에 흔들리던 세계 경제는 이번 주에 들어서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는 모습입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그리스가 유럽연합의 도움을 받으리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각국의 증시는 오름세로 돌아섰고, 환율도 안정적인 모습입니다. 제가 전에 "악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악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썼는데, 이러한 악재에도 시장이 빠른 시간안에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낙관적인 분석으로 끝나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납니다. 작년말의 두바이 사태나 이번 그리스 사태는 시장이 악재를 잘 소화해 내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부실이 대형 부실로 커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바이 사태는 두바이의 부실을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이 떠안고 무마가 되었습니다(두바이는 아랍에미레이트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스 사태는 그리스의 부실을 유럽연합이 떠안고 무마가 되고 있습니다. 더 멀리 보자면 2008년 터진 월스트리트의 위기는 월스트리트의 부실을 미국 정부가 떠 안고 무마가 되었습니다. 이는 좋게 말해 해결사가 등장해 문제가 해결이 된 것이지만, 나쁘게 말해 부실이 대형화한 것입니다. 팔다리에 난 상처가 잘못되어 썩어들어간다면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치료가 됩니다. 계속 썩어들어가게 놔둔다면 문제는 계속 커질 뿐이죠.

미국의 예를 봅시다. 미국 정부는 부시 행정부 이후 공공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나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관심 있는 분은 I.O.U.S.A.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빚에 헐떡이던 미국 정부는 월스트리트에서 문제가 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월스트리트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문제로 경제 전체가 흔들리가 경기진작을 위해 실물 경제 부분에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빚으로 고생하던 미국 정부가 이번 사태로 빚이 엄청나게 늘었으니 대단한 문제이지요.

유럽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정부 빚이 많은 상태에서 경제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니 경제를 살리겠다고 돈을 쓸 수록 유럽 각국 정부의 빚 문제는 심각해져만 갑니다. 만약 유럽 연합이 정말 그리스를 돕겠다고 나선다면, 이는 빚 문제가 유럽 연합 전체의 문제로 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로존을 책임지다시피 하는 두 나라인 독일과 프랑스 중, 프랑스는 채무가 엄청나게 많은데 그리스를 돕기위해 빚을 더 낸다면 프랑스의 상황이 엄청나게 악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재정 상태가 안 좋은 다른 유럽국가(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까지 도와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유로화의 미래 뿐 아니라 유럽 연합의 미래까지도 불투명하게 될 수 있죠.

물론 상황이 이러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위기가 벌어지면 정치가들이 사태를 주도하게 되는데, 정치가들은 단기적 해결책을 원하지 장기적인 해결책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당장 선거에 이기려면 몇달 내에 경제위기를 끝내야 하는 법이고, 이를 위해 30년 짜리 국채를 발행하는 쪽이 경제의 썩은 살을 도려내는 쪽 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생에 공짜는 없고, 지금 해결하지 않은 문제는 언젠가 다시 우리를 괴롭힐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전세계가 심각한 홍역을 앓아야 되겠죠. 결국 이번 경제 위기는 이러한 홍역이 나타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중간에 벌어지는 자잘한 위기들은 사태가 흘러가는 방향을 보여주는 징조일 뿐, 위기의 핵심은 아닌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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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탄생

정치 2009/11/23 07:02
얼마 전 제가 일하는 곳에서 베를린으로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총리관저(청와대와 비슷한 곳이죠)에도 가보고, 국회의사당도 방문하면서 독일의 정치체제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독일 국기가 유럽연합 국기가 함께 걸려 있는 모습이 마치 독일이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듯 보이더군요. 하긴 최근 유럽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뽑히는 등 유럽 통합의 강도가 강해지는 중이니, 이런 식으로 간다면 텍사스 공화국이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되었듯, "독일"이라는 나라가 "유럽연합"이라는 시스템에 사실상 흡수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죠.

한반도에는 "국가"의 개념이 오래전 부터 존재했지만, 유럽은 국가라는 개념이 생겨난 지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nation이 국가를 뜻하기도 하고, 민족을 뜻하기도 하고, 국민을 뜻하기도 하는 등 의미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는 유럽의 역사적 배경 때문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국가라는 체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부족(tribe)만이 존재했습니다. 부족은 보통 오늘날의 국가보다 훨씬 작아서 한 지역에 여러 부족이 존재하고, 이들은 많은 싸움을 벌였죠. 하지만, 로마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작은 부족인 라틴족이 이탈리아를 정복하고, 결국 지중해 주변을 모두 정복하면서 유럽 대부분은 로마제국에 흡수됩니다.

로마제국이 붕괴하면서 각 지역엔 새로운 정치조직이 들어서는데, 민족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지도자가 드물었기에 보통 하나의 민족은 여러 개의 부족으로 나뉘게 됩니다(민족은 보통 언어와 문화가 같습니다. 부족은 언어와 문화가 같은 사람 중에서도 내가 진정으로 나와 같은 공동체라고 생각하는 집단입니다. 따라서 게르만족은 한 민족이지만, 그 속에는 반달족, 동고트족, 서고트족, 프랑크족 등 다양한 부족이 존재했죠). 특히 로마제국에 속하지 않았기에 부족 고유의 전통이 강하던 라인강 동쪽 지역과 로마제국 이후 정치적으로 큰 혼란에 휩싸인 이탈리아 지역엔 수많은 왕국, 공국이 생겨나죠. 이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민족에 속하는 이웃 부족들을 경쟁자로 여겨 적대시했고, "우리는 한 민족이니 힘을 합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예를 들자면, 중세시대에 밀라노 공국, 베네치아 공화국, 피렌체 공화국, 제노바 공화국 등은 주도권 다툼을 벌였고,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프랑스, 신성로마제국(독일) 등 외세를 끌어들이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르네상스가 찾아오면서 민족에 대한 각성이 시작됩니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가 "이탈리아를 통일할 군주"를 꿈꾸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주죠. 사람들은 점차 하나의 민족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진 현실에 대해 반성하고, "하나의 민족을 하나의 정치단위로 묶자!"는 주장이 생겨납니다.

이러한 생각이 가장 잘 표현된 지역이 바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나 독일과 다르게 작은 단위의 국가가 난립하지 않았기에 통합이 쉬웠고, 르네상스 이후로는 중앙정부의 권력이 강하였기에 국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프랑스에서 프랑스 혁명이 발생하고,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의 이상을 전파한다며 주변국에 전쟁을 일으키자 주변국가들은 나폴레옹의 군대와 싸우면서 민족주의에 눈뜨게 됩니다. 즉, 민족의식이 확실한 프랑스인들과 싸우다 보니 자신들도 민족의식이 싹튼 것이었죠. 이렇게 해서 19세기에 들어서면 서유럽은 민족국가(nation-state)라는 이념을 중심으로 재편되는데, 이는 하나의 민족이 하나의 정치체제를 갖추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가장 늦게 이러한 흐름에 합류한 국가는 이탈리아였습니다. 이탈리아는 워낙 많은 지역으로 나뉜데다가 교황령이 반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서 통일이 어려웠지만, 가리발디 장군이 혁명군을 지휘해 교황령을 비롯한 모든 지역을 군사적으로 정복함으로 통일을 이룩해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통일이 늦어졌기에 지금도 지역적 차이가 많이 존재하죠.

유럽에서 싹튼 근대적 민족의식은 19세기 유럽의 팽창을 따라 전 세계로 퍼지고, 지금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민족주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는 에티오피아를 제외한다면 19세기까지 민족국가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지만, 유럽에서 독립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우리는 나이지리아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우간다 사람은 "우리는 우간다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등 국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민족의식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민족의식의 성장은 유럽을 두 차례의 큰 전쟁으로 몰아넣습니다. 각국이 민족의식을 중심으로 뭉치자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낫다"라는 경쟁심이 싹트고, 이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 것이죠. 이러한 아픔을 겪고 난 유럽은 민족주의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하였고, 민족이 아닌 유럽을 공동체의 단위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새로운 태도의 표현이 바로 유럽연합이죠. 이제 유럽연합 내의 대부분 지역에선 같은 통화를 쓰고, 여행을 할 때 여권이 없어도 됩니다. 거의 한 나라와 같은 상황이 된 것이죠. 이처럼 유럽이 통합된 상황에선 전쟁을 할 수가 없겠죠. 결국, 유럽은 전쟁을 막고자 민족주의를 약화하고 로마제국식의 거대 정치체제를 받아들인 것이죠.

유럽의 통합이 강화하면서, 한국에서도 "한중일도 통합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아시아는 역사적으로 민족의 경계가 뚜렷하기에 유럽보다 민족주의가 훨씬 강합니다. 유럽의 민족국가들은 역사가 겨우 100-200년 정도지만(물론 그전에도 유럽의 국가들은 존재했지만, 이러한 국가는 "민족국가"라고 부르지 않죠), 한국은 통일신라 이후로 천 년이 넘도록 단일 국가가 유지되었고, 일본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지가 400년이 넘었습니다. 중국은 땅이 넓고 여러 민족이 함께 살기에 유럽과 비슷한 면이 있긴 하지만(중국의 한족이 만주족의 지배를 떨쳐낸 것은 19세기 유럽 민족주의의 영향이 큽니다), 한족 중심의 사고인 중화주의의 전통이 강하기에 주변국과 쉽게 연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민족주의의 역사가 짧은 유럽은 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거대한 기구를 받아들였지만, 같은 현상이 동아시아에서 반복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역사가 다르니 의식도 다르기 때문이죠.

P.S. 제가 다음 주에 1주일간 미국을 다녀옵니다. 주말이 끼기 때문에 글을 올리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어쨌든 12월 중순이면 지금 맡은 일이 끝나기 때문에 12월 말 부터 글을 좀 더 자주 올릴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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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의 미래는?

경제 2008/11/19 02:49
유로 (Euro)는 15개 유럽국가에서 통용되는 돈으로, 유로화를 쓰는 국가를 묶은 유로존은 2007년 실질 구매력 GDP기준으로 미국을 앞설만큼 중요한 경제지역입니다. 이처럼 여러 나라가 하나의 통화를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돈이란 각국의 발행하는 양, 인플레이션의 정도, 정부의 재정적자와 채무, 그리고 경제상태와 신용도에 따라 가치가 다르기 마련이지요. 15개국이 하나의 통화를 쓴다는 말은 참여국 모두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경제를 조심스럽게 운영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러한 체제를 운영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대단한 믿음이 필요하죠.

2002년 1월 1일 부터 통용되기 시작한 유로화는 지금까지 문제 없이 잘 운영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원만하던 지난 6년간 유로화가 잘 유지되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유로화의 미래가 밝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 유로화가 공식 출범하기 전에 벌어진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폭락과 이에 따른 European Exchange Rate Mechanism (유럽환율조정장치, 이하 ERM)로부터의 퇴출은 통화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나라가 유로화에서 퇴출될 수 있음을 보이는 중요한 선례입니다.

ERM은 단일 통화를 도입하기 위해 유럽 각국간 환율의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장치입니다. ERM 참여국들은 서로 환율을 연동하되, 변동폭을 어느 정도 허용합니다 (물론 유로화 출범이 다가오면서 변동폭이 전혀 없는 고정환율로 바뀌죠). 원래 이 제도는 1977년에 시작되었는데, 영국은 뒤늦게 1990년에 참가합니다.

ERM에 참가할 당시 파운드화는 독일 마르크화 대비 환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일단 ERM에 참가한 이상 영국 정부는 높은 환율은 유지할 수 밖에 없었죠. 이러한 상황을 관찰하던 조지 소로스는 파운드화가 결국 약세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파운드화 공격을 준비합니다. 파운드화를 빌려 외환시장에 판 후,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파운드화를 되사서 빌린 돈을 갚고 차익을 얻는 수법을 쓰려는 것이였죠.

이런 상태에서 독일이 통일비용 지출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생기자 분데스방크 (독일 중앙 은행)는 금리를 인상합니다. 독일의 금리가 높아지자 마르크화 대비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ERM에 가입한 상태라 파운드화가 마르크화 대비 6% (허용 변동폭) 이상 가치가 떨어지면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불명예를 무릅쓰고 ERM에서 탈퇴하거나 아니면 시장에 개입해 파운드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할찌를 결정해야 했는데, 결국 후자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때를 기다리고 있던 투기세력은 준비했던 파운드화를 일시에 시장에 내다 쏟고, 이로 인해 파운드화의 가치는 겉잡을 수 없이 떨어집니다. 다급해진 영국 정부는 금리를 10%에서 12%로 올리고, 시장에 개입해 파운드화를 대거 사들입니다. 모든 노력에도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자 그날 저녁 영국 정부는 ERM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즉, "우리는 더 이상 환율을 지켜낼 수 없다"고 항복선언을 한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1992년 9월 16일 영국의 검은 수요일 (Black Wednesday)입니다. 이렇게 해서 영국은 ERM에서 빠졌고, 결국 유로화 출범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로화 체제에 가입한 나라 중에서 경제규모가 크면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나라가 또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죠. 이탈리아는 생산성이 워낙 낮은데다가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공적 부채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뒤에는 풀리지 않는 이탈리아 사회 특유의 부패와 구조적 모순이 숨어있죠 (이에 대해선 집단 우울증에 빠진 이탈리아 사회 를 참고하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 2년전 IMF는 이탈리아가 경제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유로화 체제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탈리아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그 증거가 이탈리아의 높은 국채 이자율입니다. 유로존 각국의 국채금리는 독일의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17일 현재 독일의 국채 10년물 금리가 3.65%인데 비해 이탈리아는 4.65%로 이른바 Spread vs Bund가 +1.00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이탈리아 국채가 독일 국채에 비해 27%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금리차는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다"고 합니다. 만약 이탈리아 경제가 계속 문제를 일으킬 때 독일은 이탈리아로 인해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사태를 용인할까요? 아니면 영국이 ERM에서 퇴출되었듯, 이탈리아도 유로화에서 퇴출될까요? 그리고 이탈리아가 퇴출된다면 경제 규모는 작지만 국채금리는 이탈리아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그리스, 포르투갈 등은 어떻게 될까요? 이는 쉽게 답하기 힘든 질문입니다.

물론 유로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은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며 유로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특히 동유럽국가들이 대거 유로화에 참여하면 유로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통화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효율적인 일인가 하는 의문은 떨쳐버리기 힘듭니다. 1992년 검은 수요일을 겪고 유럽 단일 통화에서 탈퇴한 영국이 그 후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파운드화가 강세를 기록해 "검은 수요일"을 "하얀 수요일"로 부르는 사람이 늘었는데 비해, 유로화의 핵심인 독일은 유로화 출범 이후로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과연 유로화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가 들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달러가 위험하니 유로화는 안전할 것이다"는 단순한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유로화라는 실험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찌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글
European Governments of the Eurozone are Separately Responsible for Their Euro-de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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