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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6 유럽 경제위기의 배경과 전망 (2)
한동안 괜찮아 보이던 세계 경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의 중심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고, 그중에서도 그리스입니다. 그리스는 재정 적자가 심한데다가 사회구조가 경직되어 경제 위기에 취약한 국가입니다. 정부가 적자를 줄이려고 해도 사회적인 반발 때문에 쉽지 않기 때문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리스의 국가 신용도가 낮아질 위기인데, 문제는 지금까지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신용도가 낮은 국채도 담보로 인정해서 은행에 자금을 공급했는데, 이제 출구전략의 하나로 신용도가 낮은 국채를 담보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금융기관들이 이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기에 그리스 국채 가격이 폭락하겠죠. 그리고 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인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같은 어려움에 빠지고, 이는 곧 유럽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겠죠.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러한 이유에서 유럽중앙은행의 출구전략이 이번 위기의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다 보면 국가부도 사태에 이르거나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데, 이는 유럽 연합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유럽 연합이 나서서 그리스를 구하려고 하겠죠. 하지만, 정치적인 간섭은 경제의 왜곡을 낳고, 이는 헤지펀드가 나서기 좋은 상황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헤지펀드는 그리스가 부도가 난다는 쪽으로 베팅하고, 실제로 그리스 국채를 내다가 팔면 그리스 국채는 폭락하고, 그리스는 부도위기에 몰릴지 모릅니다. 그리스 국채가격이 폭락한다는 말은, 아무도 그리스 국채를 사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고, 이는 그리스 정부가 돈을 구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채 만기가 돌아오면 돈을 갚을 도리가 없어 부도가 나는 것이죠.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를 구하기 위해 개입하려 들지 모르지만, 아무리 국가가 나서도 시장의 뜻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90년대 조지 소로스와 영국은행(영란은행)의 대결에서 알 수 있듯, 헤지펀드와 정부의 싸움에서 시장의 방향을 따르는 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죠.

이번 위기를 심각하게 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리스의 상황이 문제의 작은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국가 중 재정적으로 취약한 나라는 그리스 외에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이 있습니다(이들 국가의 첫 글자를 따서 PIIGS라고 부르더군요). 특히 이탈리아는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큰 위기에 빠지면 유로화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이미 2008년 가을에 다루었는데, 결국 그때 우려하던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번 위기는 미국만큼이나 경제규모가 큰 유로존 전체와 관련된 문제이고, 그만큼 이번 위기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느냐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가 꼭 세계 경제를 침몰시키는 거대한 태풍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경제 상황을 파악할 때 중요한 것은 악재가 아니라 악재에 대한 반응인데, 하루 만에 시장의 반응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금요일은 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다음 주에는 안정을 되찾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한국은 원화환율이 유로화 환율보다 훨씬 더 떨어진 사실에서 잘 드러나듯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유럽의 위기가 전 세계로 퍼질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번 사태는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원래 출구전략은 위기에 빠진 시장에 돈을 공급하고 나서, 시장이 회복되면 시장에서 돈을 회수해서 과열을 막는다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에 돈은 공급했지만, 시장이 제대로 회복은 안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돈을 회수한다면 시장은 돈을 공급하기 전의 위기 상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돈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된 돈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기에 내버려둘 수가 없습니다. 지금 각국 정부는 돈을 회수하자니 위기가 돌아오고, 돈을 회수하지 않자니 부작용이 일어날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니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언젠가 거품이 걷히고 나면 2008년 가을 상황에서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실체가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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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