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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5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6)
우리나라에 그리 잘 알려진 책은 아니지만,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Now, Discover Your Strengths)은 개인의 강점을 34가지로 분류하고, 자신의 강점 다섯 가지가 무엇인지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매우 유용한 책입니다. 저도 몇년전에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테스트를 해 봤는데, 결과가 무척 정확하더군요. 저의 다섯 가지 강점 중 하나는 input입니다. Input은 한국어판에서 탐구심으로 번역되었던데, 더 정확한 번역은 자료수집이라고 생각합니다. Input이 강한 사람은 자료 수집에 열심을 내기 때문이죠. 제 컴퓨터에는 책 부터 인터넷에서 찾은 기사까지 수 많은 자료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더라도 책이나 잡지 등을 읽다가 흥미로운 내용은 꼭 머리속으로 기억을 해두려고 노력합니다. 요즘은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않더라도, 대략 요점만 기억해 뒀다가 필요할 때 검색을 해서 자세한 내용을 찾아 쓰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모인 자잘한 정보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요즘 취직 시험에서 상식이 그리 중요시되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말 자잘한 사실을 많이 기억해 퀴즈 대회에 나갈 정도의 실력은 못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찢어진 백과사전"처럼 연결이 안되는 정보는 거의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죠.

그런데 요즘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올리면서, 이렇게 머리속에 담아두었던 정보가 얼마나 유용한지 깨닫게 됩니다. 제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좀 추상적인 주제가 많은데, 이러한 주제를 전달하는데 구체적인 예가 필수적입니다. 만약 구체적인 예가 없는 심각한 얘기는 지나치게 진지한 대학교수의 딱딱한 수업처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말겠죠. 즉, 마치 VTR이 발명되면서 창고에 잠자던 오래된 헐리웃 영화들이 부활했듯, 제게 블로그는 쓸모 없는 자료의 파편을 유용하게 바꾸는 매우 의미 깊은 도구입니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의미 있는 단위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죠. 삶에서도 이러한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이야기를 잘 꾸며낸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가 이야기를 꾸며내면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귀담아 듣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러한 이야기의 재능을 특별한 형태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그는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잠시 즐거움을 주는 사람으로 끝나고 말겠죠. 그런데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출판이 가능한 수준으로 적어내거나, 아니면 무대에 올라가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시킨다면, 그는 진정한 이야기꾼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재능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취미가 될지, 아니면 직업이 될지는 "꿰어서 보배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뛰어난 아이디어가 많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잊지 않기 위해 공책에 적어 놓는다면, 자신에게는 유용하겠지만 남에겐 전혀 쓸모가 없겠죠(물론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사람의 아이디어 공책은 지금도 출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이는 예외라고 봅니다). 만약에 그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블로그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아이디어 몇개를 모아서 잘 설명하면 블로그 포스팅 하나는 뚝딱 나올테니,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면 아이디어 중심의 블로그를 운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블로그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의사전달은 책입니다. 물론 요즘 상황에서 독자의 숫자는 블로그가 책보다 더 많을 수도 있지만, 책은 상업적인 면이 중요하고, 따라서 출판사에서는 책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어야 출판을 결정하겠죠. 즉, 책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글의 수준을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책이 블로그보다 더 중요한 또 다른 까닭은, 블로그는 관련이 없는 글 여러 개를 순서와 상관 없이 올려도 문제가 없는데, 책은 하나의 제목을 달고 나오는 이상 내용의 통일성이 필요하고, 이는 대충 블로그 포스팅 100개 이상 분량의 글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서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에 훨씬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블로그가 구슬을 모아 만든 팔찌라면, 책은 목에 칭칭 감는 목걸이라고 할만하죠.

제가 옛날에 다양한 주제의 지식이 유용하다는 글을 올렸는데, 어제는 또 소수의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서 혼동스러웠던 분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 다양한 지식은 귀중하지만, 다양한 지식을 꿰어서 보배를 만들지 못한다면 큰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럴 바에는 다양한 지식 보다, 보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집중적인 몇가지 지식이 유용하겠죠. 즉, 지식은 꿰어서 보배를 만들 수 있는 역량만 된다면 넓을 수록 좋고, 꿰어서 보배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면 보배를 만들 수 있는 영역에만 집중을 해야겠죠. 중요한 것은 "내가 구슬이 몇개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몇개의 구슬을 꿰었는가"겠죠.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내 인생에서 구슬을 꿴다는 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시는 것도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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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