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의 위험

경제 2008/11/17 04:14
헌재의 종부세 부분 위헌판정이 나온 후, 정부는 벌써 종부세 환급방안 마련에 들어갔고, 한나라당은 종부세 개정안 신속 처리 방침을 밝혔으며, 보수언론은 종부세의 완전폐지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감세를 주요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종부세를 변경 또는 폐지할 근거가 생겨서 매우 기쁜 듯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레이건 대통령의 "Trickle-down economics"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Trickle-down economics란 부자의 세금을 줄여주면 부자가 기분이 좋아 돈을 많이 쓸테니 결국 경제가 잘되 가난한 사람도 경제적 이득을 얻고, 정부는 경기 활황으로 세수가 늘어나 모두에게 좋은 상황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해, 그냥 부자의 세금을 줄여준다면 반발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부자의 세금을 줄여주면 결국 부자에게만 유익하고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면서 이번 미국 대선에선 "부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걷겠다"고 주장하는 오바마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만큼 Trickle-down economics는 미국에서 조차 폐기된 이론입니다.

블로거 이정환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수준을 10등분할 때, 가장 소득이 적은 두 등급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이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면 바로 지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이런 사람의 세금을 줄여주면 바로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살아납니다. 그에 비해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면 쌓아두는 돈이 늘 뿐이지 지출은 크게 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부자에 대한 감세를 추진하는 이유는 명백하지 않겠습니까?

많은 사람은 정부가 호황기에는 세금을 많이 거둬 비축하고, 불황기에는 비축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면 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호황기든 불황기든 국민은 "더 많은 혜택"을 약속하는 정치인을 뽑기 마련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좋은 예를 보여 줍니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당시 재정적자를 줄이는 정책을 썼고, 재정적자가 사라지자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어 90년대 장기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부자를 위한 감세와 이라크전 때문에 재정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지금은 연방정부 빚이 8조 7천억 달러에 이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 정부는 영원히 빚을 갚지 못할 것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심각합니다.

미국이 이처럼 심각한 재정적자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국채인 재무부 채권 (이른바 T-bill)이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 워낙 인기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자산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아도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T-bill을 구입했고, 따라서 미국 정부는 아무리 재정적자가 나도 별 걱정을 하지 않고 T-bill을 발행해 돈을 구했습니다. 심지어 딕 체니 부통령은 "로날드 레이건은 재정적자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니, 미국 지도자들이 재정적자에 대해 얼마나 느슨하게 생각했는지 알만합니다.

원래 미국 국채는 대부분 30년 만기 고정이율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발행된 국채는 3년, 5년, 10년물이고 변동이율입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한다면 미국 정부가 내야 하는 이자 부담이 급등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진 미국 국채의 안전성이 인정되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 정부가 돈을 더 이상 빌리지 못해 부도를 낼찌도 모릅니다. 이러한 부도를 피하려면 돈을 찍어내야 하는데,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금리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국채 이자를 갚기 위해 돈을 더 찍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하이퍼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빚을 탕감하기 위해 하이퍼플레이션을 발생시킬찌도 모른다고 예측합니다. 하이퍼플레이션이 발생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몇조 달러도 결국 아무런 의미 없는 돈이 되기 때문에 채무탕감이 이뤄지는 셈이지요. 물론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가 동시에 무너지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적습니다만, 어쨌든 최근에도 금융구제에 700억 달러를 쓰는 등 돈을 펑펑쓰는 미국 정부를 보면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내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2조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기획재정부(한국통합재정수지)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는 248조원으로 GDP의 33.4%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단 접어두게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계속해서 감세와 토목공사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추진한다면 정부빚이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로 16.4조에 이르는 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간 경기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돈을 있는대로 풀었는데, 그 결과 국가채무가 GDP의 147%에 달하는 "빚덩어리 국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국 정부도 지금처럼 돈을 풀다간 10년 후 어떤 상황이 될 찌 모르는 일이죠.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크고, 특히 미국은 외국에서도 미국 정부의 국채를 구입하기 때문에 국가 채무가 많아도 당분간은 그럭저럭 정부운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면 경제 전체가 어려워집니다. 국채 발행이 늘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국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도 올라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집니다. 이것만 해도 경제에 큰 짐이죠. 또한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국가 부도율이 오르면 외국의 자본이 빠져나가 갑자기 경제가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와 토목공사를 통한 경기활성화는 경기는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국가채무 증가로 경제만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얼마나 해칠찌 심히 염려됩니다.

참고도서: I.O.U.S.A. by Addison Wiggin and Kate Incontrera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로화의 미래는?  (4) 2008/11/19
워렌 버펫 따라 주식투자하기?  (5) 2008/11/18
재정적자의 위험  (1) 2008/11/17
한미 통화 스와프의 약발은 끝났다  (0) 2008/11/13
은행 예대율의 진실  (6) 2008/11/13
ABCP,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뇌관  (4) 2008/11/12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오늘 조선일보 인터넷 사이트 헤드라인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무 띄워주는 제목 같아서 거북했지만, 클릭해보니 본문 자체는 연합뉴스에서 쓴 이 대통령, 금융위기극복 '4대구상·7대제안'이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에서 선도발언과 외교활동을 통해 ▲보호주의 확산 반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 공조 ▲신흥국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국제금융개선 논의에 대한 신흥국 참여 보장 등의 4대 구상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기사를 읽어보면 'G20' 국제무대서 인정 받은 이 대통령 이라는 제목을 읽었을 때와 같은 감동 (?)이 많이 부족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본문에도 "참가국들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아냈다"는 평이 나오는 등 칭찬의 내용이기에 제목과 본문이 같은 방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국제무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훌륭하다고 인정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국의 주요 언론의 보도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선 영국의 더 타임스를 보겠습니다. 영국 신문이라고 브라운 총리가 제목에 등장하는군요. 물론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브라운 총리" 같은 낮간지러운 제목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니... 없습니다 @_@ 세계무대가 인정한 이명박 대통령인데, 더타임스 너무하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은 뉴욕타임스. 미국 신문 답게 미국 대통령과 재무부장관이 사진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내용은... 역시 없습니다. 뭔가 불안해지는 순간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G20 정상들 연합 전선 형성, 그러나 약속만 제시하다"는 제목으로 이번 모임을 평가했습니다. 즉, 구체적인 실천은 없고 말만 오간 이번 정상회담의 실상을 꼬집은 것이지요. 특히 모임이 여섯 시간도 안되서 끝났다니, 이 짧은 시간에 20개국 정상이 무슨 중요한 회의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내용은... 역시 없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랑스의 Le Monde, 독일의 Die Welt, 이탈리아의 Corriera della Serra, 심지어 인도의 Times of India까지 찾아봤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활약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Times of India는 G20에 대해 아예 보도를 안했더군요 -_-;;).

어쨌든 여러나라 신문을 비교하면서 몇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 국제 회의가 있어도 언론의 초점은 자국 지도자에게 맞춘다
2. 그래도 외국의 주요 언론은 자국 지도자를 지나치게 찬양하는 기사는 싣지 않는다
3. 세계 주요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활약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4. 이번 G20 정상회담은 큰 의미가 없는, 언론에 보이기 위한 쇼에 가깝다.

그러면 세계 언론이 이명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고,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인정한 주체는 누굴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G20)"한국이 대표로 IMF 돈 좀 갖다 써달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분석해 봅시다. 이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IMF의 단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SLF : Short-term Liquidity Facility)이 제공하는 자금을 써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
대통령은 IMF 총재의 이같은 요청을 받고 그 자리에서는 의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만수 장관은 그러나 "그런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아직 이 문제를 고려하거나 검토를 한 적이 없다"면서 IMF로부터 대출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자, 생각해보면 상황은 뻔합니다. IMF가 한국에 액션을 요청했고, 한국 정부는 들어줄 마음은 없지만 "검토해보겠다"고 말하고 넘어간 것입니다. 그렇다면 IMF가 보도할 때는 이러한 내용이 어떻게 둔갑할까요?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G20 정상회담에서 많은 수확을 올렸다. 특히 회의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에게 IMF의 자금을 써달라는 요청을 했고,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가 되겠지요. 이것이 외교이고, 이것이 언론입니다. 단, 외국에서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은 정부나 집단의 자체 기관인데, 한국은 조중동이 나서서 정부를 위해 사태를 왜곡해줍니다. 이러니 조중동만 읽는 사람은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이고, 우리나라의 어려움은 아직도 모두 노무현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꼭 조중동이 아니라도 언론은 늘 사태를 조금씩 왜곡합니다. 그러므로 신문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믿으면 안되고, 보도 뒤에 담긴 실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경제 펀다멘탈은 문제 없다"고 앵무새처럼 읇조리다가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의 아픔을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지리멸렬하게 진행되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국가기록 유출공방이 결국 노전대통령의 검찰출석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14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록물 사건 관련 검찰의 방문조사 입장에 대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료에 나왔듯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나오는 이유는 검찰에서 먼저 방문조사를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즉, 검찰이 "찾아가서 조사하겠다"고 하니까 노전대통령은 "찾아올 것 까지 없고, 내가 가겠다"고 맞받아친 것이지요.

제가 7월에 쓴 노무현 전대통령이 청와대에 자료를 남기지 않은 이유는?에서 설명했듯, 노무현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자신의 재임기간 중 발생한 기록을 늘 열람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료를 국가기록원에만 보관하면 자신이 열람할 수가 없기 때문에 봉하마을에서 복사본을 두고 보겠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청와대나 한나라당은 아무리 그래도 국가 기록을 사적으로 보관하는 것은 불법이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노무현 전대통령의 주장이 맞을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주장이 맞을찌는 법정에 가서야 판결이 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지금까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지만,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이유는 이 문제가 여권 지지자들에게 쉽게 먹혀들어갈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여권 지지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원인을 노무현 정부에서 찾기 원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 임기중 발생한 기록을 이명박 정부에 넘겨주지 않아서 우리는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자 여권 지지자들은 "역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고 한탄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지 않았죠. 물론 법률상 전직 대통령 재임 당시 발생한 기록은 현직 대통령이 볼 수 없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자료를 파기하고 국가기록원에만 넘겨준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은 무시되었습니다. 게다가 서버, 하드 드라이브 등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노년 세대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 관련된 이야기기 때문에 적절히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만 한다면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넘겨준 기록은 복사본이고, 원본은 뒤로 빼돌렸다"고 한다면, 디지털의 세계에서는 복사본과 원본의 차이가 의미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원본을 빼돌리다니 이것은 대단한 범죄다"라고 생각하겠죠.)

결국 여권에서 지지층 결집용으로 몇달간 잘 울궈먹던 "노무현 국가기록 떡밥"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출석을 자청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듯 싶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써가면서 싸움을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검찰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처벌하겠다"는 소리까지 흘러나오자 아예 전면전을 각오한 듯 보입니다 (참고로, 검찰은 누구를 처벌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닙니다. 처벌은 법원이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이죠.)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과 일전을 벌인다면 이는 정치판을 흔들 큰 사건이 될 것입니다. 지금 반이명박 정서를 지닌 국민은 많지만, 이들을 묶어줄 구심점은 없는 상태입니다. 지난 여름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사실은,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폭력을 용인하는 과격한 주장 또한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촛불집회가 과격해지면서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은 많은 시민이 폭력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은 중도적인 성향이기에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대다수 시민에게 구심정이 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물론 그의 중도적 성향 때문에 급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를 무척 싫어하죠).

그런데 노무현 전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하고, 검찰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서고, 검찰의 말대로 "처벌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온건한 시민 다수가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노무현 전대통령이 이들을 지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노무현 전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자발적인 촛불집회가 열렸듯, 그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민을 움직이는 힘이 생기는 것이지요.

물론 노무현 전대통령은 민주당과도 거리를 유지하는 상황이고 해서 그가 현실정치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찌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노무현 전대통령 만큼 존재감이 큰 정치인을 찾기는 힘듭니다. 어쩌면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여권은 만만한 노무현 전대통령을 이용해 지지층 결집이나 하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이는 반여권 지지층의 결집이라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커보입니다.

과연 노무현 전대통령의 전면 등장이 반이명박 정서를 공유하는 시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찌 주목해 보게 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은 제가 있는 독일에서도 하루종일 큰 화제였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이 대단히 기뻐했고, 독일인을 비롯한 다른 대륙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분위기인데, 미국인 중에는 매우 크게 실망하는 사람이 눈에 띄더군요. 하긴 그들이야 말로 자신의 나라 대통령이 결정되었으니 크게 기쁘든지 크게 슬프든지 하겠지요.

인터넷을 보니까 한국에서도 오바마의 당선에 대해 환영을 하는 사람이 많은 듯 싶습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 부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에 대단히 실망한 많은 사람은 미국에서나마 부시 대통령과 정반대 스타일의 후보가 대통령이 된 사실이 기쁠 것입니다. 또한 무식하게 미국 우월주의를 추구하는 공화당 후보가 아니라, 협력하는 세계를 만들기 원하는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 사실에서 세계가 좀 더 평화로워지길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취임도 안한 대통령이 어떠한 정책을 펼칠찌 짐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몇가지 상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공화당 대통령들이 힘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데 비해, 민주당 대통령들은 전략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스타일 외교 노선을 잘 보여주는데, 예를 들어 그는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하고,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자주 마찰을 빚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히려 핵무기를 공개해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자 허겁지겁 태도를 바꿔 북한을 달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였죠. 즉, 공화당 대통령은 힘을 과시하는데는 능하지만 계획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못이룰 가능성이 큽니다 (부시 대통령이 자신 있게 시작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국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한데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죠). 그에 비해 민주당 대통령은 보통 철저한 계산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한 번 목표를 세우면 상대방이 결국 그대로 끌려가기가 쉽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인데, 그는 세계를 미국의 시장과 생산기지로 보고 각국과 수 많은 협약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챙겼고, 그 결과 그가 집권한 90년대는 미국 경제의 황금기로 기억됩니다.

오바마도 취임하고 나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에 힘이 아닌 전략으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후보시절부터 오바마는 한미 FTA가 한국에 유리한 조약이라고 많이 비판했습니다. 이는 바꿔말하면 FTA 비준을 거부하거나, 미국에 유리하게 재협상을 하겠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FTA 비준을 대단히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정부는 FTA 비준에 목을 맸다며? 우리는 지금 같은 조건으론 비준할 생각이 없고, 우리가 원하는대로 재협상을 해야겠거든? 어떻게 할래?" 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나올까요? 노무현 대통령 처럼 "반미 좀 하면 어떻냐?"고 큰소리 치면서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을 대하듯 "나라간의 협상이라는게, 한 번 끝나면 다시 한다는게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가르치려 들까요? 어떠한 일이 벌어질찌 대충 상상이 가시겠죠? 즉, 이명박 정부처럼 미국을 떠받드는 정부는 미국 정부가 보기엔 가장 만만한 상대이고,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한국 정부에 여러가지로 요구사항을 내세우고, 이를 관철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한미 관계의 매우 중요한 주제는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이른바 "통미봉남" (通美封南) 즉, 남한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북한에 대해 유화 제스쳐를 쓰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이유에서 북한에 대해 화를 내는 등, 60년대식 냉전 논리로 북한을 상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욱하는 성격 등 이명박 대통령과 나름대로 통하는 면이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사람일찌 파악하고, 아니다 싶으면 남한을 무시하고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이미 북한을 미롯한 문제 국가 (rouge countries)의 지도자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문제 국가에 군대를 보내 전쟁을 벌이는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이를 북한에 대해 적용해 본다면, 김정일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클린턴 대통령 임기말에 김정일과 클린턴의 회담에 대한 논의가 있었죠). 이렇게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게 된다면 남한은 그냥 "아, 그런 일이 있구나"하고 옆에서 구경만 하는 처지로 전락해 버립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다녀와 세계에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를 광고하는 효과를 누리던 때에 비하면 형편 없이 초라한 신세가 되는 것이지요.

민주당 대통령이 공화당 대통령 보다 영리하기에 더 상대하기 힘든 면도 있지만, 한가지 좋은 점은 민주당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대의와 양심을 외교관계에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경제문제 등에서는 외국을 치열하게 압박하지만, 대의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이 되면 국익과 상관 없이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예를 들어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권을 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다"고 위협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이에 맞서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때 박정희 대통령의 의도대로 "자주국방"을 외치던 신문들이 노무현 정부때는 "미군 철수하면 우리는 망한다"고 떠들었으니, 참 이분들도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는 또한 미국이 불법 비슷하게 점령하고 있던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주기로 조약을 맺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로 난리가 났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파나마 땅이니 파나마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긴 합니다. 즉, 양심과 대의를 국익 앞에 둔 것이었죠.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미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찌는 쉽게 짐작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정부에게 쉬운 협상 상대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논리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약점을 잡히지 않고 행동한다면 부시 정부처럼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괴롭히는 일은 덜 할찌도 모르죠. 그렇게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오바마와 밀고 당기면서 나름대로 국익도 챙기고 관계도 개선할 수 있었을찌 모르는데, 미국에 대해서 일방적인 저자세에만 익숙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잘 상대할 수 있을찌 걱정이 앞섭니다. 정말 부시 퇴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인들이 부럽게 느껴지는군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한 23일, 조선일보는 '이유 없는 열병(熱病)' 앓는 한국 경제를 구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올렸습니다. 내용을 보면 한국은 경제가 어려울 이유가 없는데도 어렵다는 상당히 애매한 내용입니다. 내용이 애매해서인지 결론도 애매해서, 이미 시장에서 버림받은 정책을 잔뜩 내놓은 정부에게 "이럴수록 정부는 정책 대응의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하였고 (정책을 또 내놓으라는 뜻?), "경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면 그걸 바로 세우는 데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알뜻말뜻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강만수 장관을 자르라는 뜻?).

조선일보의 사설이 중요한 이유는, 조선일보의 사설은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발표 이상으로 여권의 의중을 잘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사설은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의 “ (지금 경제 상황은)총괄적으로 아이엠에프(IMF) 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 안쓰겠다"는 발언도 이러한 여권의 태도 변화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죠.

원래 조직의 지도자는 웬만한 위기가 닥쳐도 절대 "위기다"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위기라는 말이 조직을 흔들뿐 아니라, 지도자인 자신이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할까봐 두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엄청나게 큰 위기가 닥치면 태도를 바꿔 "지금은 대단한 위기 상황이다"는 말을 하기 마련입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잔말 말고 나를 따르라"는 뜻이지요 (실제로 검찰은 25일 촛불집회에 대해 금지를 검토하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처럼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상 초유의 혼란 상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핑계, 아니 이유를 댔습니다).그런데 이렇게 태도를 바꾸는 지도자 치고 큰 위기를 제대로 이겨내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지도자라면 처음 위기가 닥쳤을 때부터 정직하게 위기를 인정하고 차근차근 대책을 실행했겠죠.

지금 한국이 겪는 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입니다. 이미 한국인 대부분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방식이 21세기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듯, 외국인이 보기에도 이런 대통령이 있는 나라가 잘 될리 없다는 생각이 퍼진 것이지요. 특히 시장이 철저하게 외면한 강만수장관을 교체하지 않는 것은 경제를 살릴 마음이 없다는 뜻으로까지도 해석하게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을 자르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사람만 쓰기 좋아하는 대통령의 특성에 맞춰 생각해 볼 때, 대통령 주위에 강만수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 비판하던 언론은 다 어디로 숨었는지 궁금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제의 핵심이 대통령인데, 대통령을 공격하지 못하는 소심한 조선일보는 엉뚱하게 외국언론을 탓하였습니다. 즉, "외국 언론들이 돌아가면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논리지요. 하지만 파이넨셜타임스를 비롯한 외국의 저명한 언론들이 서로 짜고 멀쩡한 한국경제만 피멍이 들도록 공격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한국의 경제 상황이 안좋기 때문에 안좋은 그대로 보도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저는 지난 몇주간 한국의 경제상황을 지켜보면서, 최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작년말 부터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찾아오리라고 예상하였기에 한국도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지만, 최악의 상황만은 오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위기 없다"를 "중대한 위기다"로 말바꾸기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통령을 보면서, '아, 한국경제는 당분간 소망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문제의 장본인인 김영삼 정부가 바로 퇴진하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문제의 장본인인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도 여러해 동안 권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답답하고 슬픈 마음 뿐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사용자 삽입 이미지
22일 주식시장은 장중 1100선이 무너지는 등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주가가 내리는 현상은 자연스럽지만, 올해들어 주식을 계속 내다 파는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에 가속이 붙는 듯한 모습은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파는 이유는 여려가지입니다. 우선,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고, 따라서 세계 경기가 안좋으면 덩달아 경기가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두운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전망이 좋을리가 없기에 한국 주식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내다 파는 것이지요.

또한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꿔 나가는데,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해 미리 팔고 나가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문제는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이 더 올라갑니다. 환율이 더 올라가면 외국인은 더 자극을 받아 빨리 한국 주식을 팔아버리겠죠. 즉,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주가를 떨어뜨리고 환율을 올리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라는 돌발변수도 외국인이 떠나게 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얼마전 "북한 중대 발표설"에 모두가 긴장했듯, 한국은 언제라도 북한으로 인한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퍼주기"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북한에 지원을 계속한 이유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외국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정책도 그렇지만 대북정책도 방향을 알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북한과의 관계는 빙하기로 들어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때만 해도 북한은 남한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는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남한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의식한 제스쳐였죠. 북한이 미쳤다고 돈주고 쌀주는 남한에게 핵폭탄을 쏘겠습니까?) 이제 북한은 다시 한 번 투자자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거대한 위협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불안한 나라에 투자금을 묻어두기 보다 손해보고라도 빨리 떠나가기 원하겠죠.

올초부터 지금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41조4804원에 달합니다. 작년 전체 외국인 주식 순매도 액수인 30조5608억원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죠. 게다가 9월까지순매수를 하던 채권조차 순매도로 돌아섰으니, 셀 코리아는 가속화하고, 이는 곧 외환시장의 불안요소를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외국의 자본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물론 국내 자본을 기반으로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전쟁을 겪으며 폐허로 변한 나라가 자본이 있을이 없었으니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죠.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외국 자본이 더욱 많이 들어왔고,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다는 말은 곧 한국에 투자했던 돈을 되찾아 간다는 말이고, 한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특히 지금은 달러가 많이 부족한데 외국인이 달러를 찾아간다면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외환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의 본질이 바로 달러 부족이였죠). 은행이 기업에게서 급하게 대출금을 회수하면 기업이 부도날 수 있듯, 한국 경제도 외국 자본이 급하게 빠져나가면 국가부도가 날 수 밖에 없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기관과 개인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외국인 지분율을 낮추도록 이 기회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사태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 외국인이 한국에서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썼던가요? 이분들만 아니면 한국은 지금과 같은 큰 위기를 겪을 필요가 없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9월 위기설 속에 맞은 9월의 첫주는 주가의 폭락과 환율의 폭등 속에서 힘겹게 끝났습니다. 많은 사람은 불안한 주식, 외환 시장의 모습,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는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을 보며 꼭 1997년 외환위기가 오던 상황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실제로 지금 상황이 거대한 경제위기의 시작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많고, 또한 그렇지 않다고 볼 증거도 많긴 하지만 (예를 들어 1997년엔 외환 보유고가 200억달러선이었는데, 지금은 그 10배의 외환을 보유중이라는 점 등), 어쨌든 지금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모습을 보며 "역시 경제 대통령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쓸 때마다 국민은 실망만 커질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경제상황이 안좋은 것은 어찌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일찌도 모릅니다. 이미 작년에 쓴 글에서 지적했듯, 미국발 경제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많은 금융기관이 위기를 겪었고,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세계는 인플레이션 속에 경기가 침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이미 작년말 부터 상황이 이처럼 안좋았는데도 "연간 7% 경제성장"을 들고 나온 대통령이나, 그를 믿고 찍어준 국민이나 상황판단이 안되기는 매한가지였고, 결국 지금의 실망스러운 결과는 어쩌면 지나친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행태를 가만히 지켜보자면, 아무리 좋은 상황에서도 그가 좋은 경제대통령이 되었을 가능성은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경제 대통령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의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이 매우 가난한 시절 대통령이 되어, 20년이 안되는 기간 안에 한국을 중진국의 반열에 안착시켰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도 은연중 박정희 대통령을 롤모델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그를 지지하는 국민도 그에게서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를 느끼기 원하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결코 오늘날 대한민국 대통령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없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한 60년대초 한국의 경제상황은 한마디로 암울했습니다. 우선 제대로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이 턱없이 부족했고, 산업 경제의 핵심인 공장도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국민들 대부분은 무식하고 가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을 시도하였습니다. 즉, 정부가 경제발전 계획을 세우면 기업은 이에 맞추어 각 분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구조였죠. 또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항만이나 도로 등을 건설하여 발전하는 경제를 뒷받침했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경제는 철저하게 정부 주도 경제였고, 민간부분은 정부를 따라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경제가 발전하면 민간부분이 성장하였고, 기업은 정부와 마찰을 빚게 됩니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현상이지요. 특히 지난 10여년간 세계를 휩쓴 신자유주의는 기업이 극단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도록 자유를 달라는 운동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자유"는 당연히 기업의 자유이지요). 실제로 미국은 클린턴 정부로부터 부시 정부에 이르기까지 민간부분에 자율권한을 많이 넘겼습니다. 즉, 이제 미국에서 경제 발전은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이를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태도가 자리잡은 것입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의 원조인 부시 행정부가 LA에서 뉴욕까지 대운하 파겠다는 소리를 안하는 이유도, 이러한 거대한 토목공사는 필요에 따라 기업이 주도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추진할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한쪽으로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정부가 나서서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듯합니다. 취임 직후에 물가가 많이 오르자 품목별 물가관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그러한 예이지요. 정말 비즈니스 프랜들리한 정부라면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려받으려고 할 때 마음껏 올려 받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싫다면 비즈니스 프랜들리라는 표현을 쓰면 안되지요. 그리고 기업이 투자를 하려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도록 자유를 줘야 지 한나라당처럼 자꾸 기업들에게 투자하지 않는다고 목멘 소리를 하면 안되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비즈니스 프랜들리한 정책을 펴려고 한다면 돗자리만 깔아주고 기업이 알아서 활동하도록 뒤로 빠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경제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니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나섭니다. 환율이 오르면 강만수 장관 시켜 도시락 폭탄도 던지고, 물가 오르면 특별 품목에 대해 가격지도도 합니다. 대운하를 파겠다고 발표할 뿐만 아니라 운하를 운수용으로 쓸찌 관광용으로 쓸찌까지 결정해서 건설회사보고 따라오라고 다그칩니다. 이렇게 경제 전반을 어질러 놓고는 "나 경제 살리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경제 대통령 맞죠?"하고 물어봅니다.

문제는 기업이 이러한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외국의 투기자본이 이러한 상황을 "정부가 나서 시장을 왜곡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판을 흔들려 한국에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기업이나 국민은 억눌러도 외국의 투기자본은 절대 마음대로 다루질 못합니다. 결국 문제가 터진다면 이들에 의해 터질 것입니다.

한때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던 박정희 대통령도 70년대 말이 되면 자신의 부하에게 총을 맞고 쓰러집니다. 이는 이미 70년대 말 한국의 상황이 박정희 같은 지도자가 필요 없었기 때문입니다. 80년에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도 7년만에 국민에게 항복하고 맙니다. 그 이후로 한국은 더 이상 경제 대통령은 필요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작년 대선때 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경제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이 되긴 하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대를 잘못 판단한 후보 자신과 국민의 실수일 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나마 남은 임기를 잘 마치려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청와대가 뿔났습니다. 지금까지 뿔난 국민, 뿔난 종교계, 심지어 뿔난 조중동 (강만수 장관 유임 문제 때문에) 에게 연일 혼이 나던 청와대는 노무현 전대통령측이 재직시 생산한 자료를 남겨두지 않고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며 크게 분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측을 고발할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는 모습을 봐서는 결국 법정싸움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와대의 주장
을 요약하자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는 청와대 내부의 민감한 자료 상당부분을 파기하였고, 특히, 민정과 인사 등 민감한 부서의 자료들은 물론 청와대 전산시스템인 이지원 파일과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파기하였기에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는 자료가 없어 국정 운영에 대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명박 청와대에 따르면 노무현 청와대는 과거 정권기에 발생한 민감한 사항들이 노출될 경우 분란소지가 되거나 정치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인수인계해야 할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이명박 청와대가 인사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도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부자, 고소영 계통의 인사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처럼 인사 자료가 파기 되었기 때문이라는군요. 특히, 자료를 파기한 것은 단지 기분 나쁜 일이지만, 자료를 봉하마을로 들고 간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검찰에 고발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만 들으면 역시 이명박 정부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원인도, 인사에 실패한 원인도, 모두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워낙 국민과 소통이 잘 안되는 정부이고, 게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대통령이 컴퓨터를 못쓴 에피소드를 연출한 이명박 청와대의 말이기에 그냥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래서 몇가지 조사를 해본 결과,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우선, 이명박 청와대가 제기하는 "노무현 전대통령측이 자료를 가져가서 청와대에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말은 전혀 말이 안됩니다. 대통령 제직시에 발생한 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데, 이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을 소관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지, 청와대에 남겨두도록 되어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전대통령측에서 청와대에 자료를 넘겨주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또한, 법률적으로 볼 때 대통령기록물은 어차피 청와대와는 상관이 없는 일로, 문제가 있다면 담당기관인 국가기록원측이 노무현 전대통령측에 따지면 될 일이지 이명박 청와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청와대에서 자꾸 문제를 삼으니 노무현 전대통령측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일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로부터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자료의 진본을 이관받았다고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은 "전자기록물은 사본을 조작하거나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관에 진본을 이관한 뒤에는 청와대 하드디스크나 개인 컴퓨터에 남아 있는 관련기록을 모두 폐기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라며 "현 청와대 서버에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는군요. 즉, 청와대가 자료가 없어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그렇게 불평을 했지만, 찾고 찾던 자료는 이미 담당 기관이 가지고 있고, 청와대가 원한다면 법률상 공개된 부분에 한해서는 마음껏 열람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인 자료 불법유출 문제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이 부분이 요즘 청와대에서 대단히 집착하는 내용인데, 법률상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으로 넘긴 것은 그렇다고 쳐도, 그걸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대통령측을 공격하는 중요한 논리입니다. 이에 대해서 노무현 전대통령측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르면 전임 대통령은 자신이 재임시에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습니다. 즉, 법률상 자신이 볼 권리가 있는 내용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울에 산다면 매일 국가기록원으로 출근하면 되겠지만, 봉하마을에서 문서 하나 보자고 매일 서울을 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예 자료를 곁에 두고 보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전임대통령의 열람권에 우선을 두느냐, 아니면 자료를 외부로 가져가면 안된다는 원칙에 우선을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청와대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 담당기관인 국가기록원이 처리해야 하는 문제이지요.

결국 이명박 청와대는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대단히 노력하는 듯 한데, 지금 상황에서 이명박 청와대는 국가를 위한 정책을 펼칠 생각을 해야지, 이미 청와대를 떠난 노무현 전대통령을 공격해봤자 소인배라는 인상만 더 강해질 뿐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P.S. 한겨레에 난 기사를 보니 대충 제가 쓴 글과 비슷한 결론이군요.

진실 드러나는 ‘청와대 자료 유출 논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악화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이명박 정부의 대변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중인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에게 가장 큰 골치거리인 촛불집회가 반대 여론에 부딪쳤다는 기사를 올려 화제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촛불집회 반대의 시작점은 대학생 이세진씨로, 그는 며칠전 부터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혼자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벌이는 중입니다. 물론 1인시위가 기사거리는 아니지만, 촛불집회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은 동아일보나 이명박 정부로서는 대단히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일이겠죠. 이세진씨의 용감한 행동에 감명한 ‘밝은 인터넷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는 회원을 무려 3명이나 이세진씨의 시위현장으로 보냈고, 어디서 왔는지 기사에 나오진 않지만 여섯 명이 더 동참해 무려 열 명이 촛불시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이런 속도로 ‘촛불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진다면, 1년 안에 촛불 반대 시위자가 50명까지 늘어날찌도 모르겠네요.

한편, 이러한 움직임은 온라인 상으로도 번져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 카페 회원도 5000여 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러한 반대 여론 때문인지 열 명의 참가자가 반대하는 촛불집회는 위의 사진에 나오듯 '겨우' 수 만 명이 참여해 도심을 가득 메우는데 그쳤고, 온라인 상에서는 이명박 탄핵 서명자가 136만 여명 맊에 안된다고 합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계 대표들을 만나 “쇠고기 재협상 않겠다”고 선언했고, 기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주문처럼 읆조렸다고 합니다. 결국, 정부의 협상 잘못을 인정하거나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지요. 그런데도 노무현 전대통령은 "정권퇴진 운동은 헌정 질서에 맞지 않는다"고 이명박 정부를 보호하는 듯한 말을 했다니, 참 대인배와 소인배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올해 6월은 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난지 21주년이 되는 때입니다. 당시 전두환정부는 쿠데타로 잡은 정권을 간선제 대통령선거로 연장하려고 하였지만, 박종철 고문사건의 조작이 폭로되면서 국민의 저항이 거세어지자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결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걸음 전진하였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6월이 시작하는 1월, 이명박 정부는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는 국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경찰 특공대를 투입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많은 국민은 반발하였고, 도심 시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국민이 반발할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대응을 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협상 기준을 무시하고,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거의 다 수용해서 소고기 수입협상을 마쳤습니다. 이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부시 대통령과 우의를 다지는 상황에서 미국측에 안겨줄 선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국에 큼지막한 선물을 턱 하니 안겨줬는데, 지금와서 "미안하지만 그때 준 선물 돌려줄 수 있겠니?"하기가 어렵겠죠. 결국, 문제는 미국과 풀어야 하는데, 미국 눈치보기가 외교의 기본인 정부 입장에선 미국에 어려운 부탁 하느니 국민에게 물대포 쏘기가 쉽다고 느껴지겠죠.

또한, 재협상을 시도한다면 이는 이미 진행한 협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이러한 성격은 서울시장 시절이나 작년 경선과 대선에서 이미 잘 드러났죠).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절대 협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듯 합니다. 여론이 극히 안좋은 상황에서도 장관고시를 밀어부친 것을 보면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잘 드러납니다.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아직도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는 점입니다. 얼마전 중국에서 돌아와 보고를 받던 이명박 대통령은 집회에 대한 평범한 보고에 대해 화를 내면서, "양초는 무슨 돈으로 사고, 배후는 누구인지를 왜 보고하지 않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합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시내에서 모인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국민들이 정말 일부의 선동에 휩쓸린 상황이라면 배후세력을 검거하고, 불법 시위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물대포 등으로 공포 분위기 조성해서 억누를 수 있을찌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반정부 시위의 배후세력은 바로 평범한 국민들입니다. 이들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자 자발적으로 모였기에, 물대포 맞고 나면 다음날은 친구들 모아서 나오기에 시위는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며칠 전 작은 촛불문화제로 시작한 집회가 며칠만에 수만명이 모일 정도로 커질 만큼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한 이유는, 시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80년대 반독재 투쟁 당시 시위는 곧 폭력이었고, 화염병과 짱돌, 각목 등은 시위의 필수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위는 모여서 노래 하고 구호 외치고 행진하는 등 평화적으로 진행되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집회를 열어도 꾸준히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강경진압을 통해 시위를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을 품은 사람이 이처럼 많은 상황에서, 평화로운 집회참여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원하는 국민의 열망은 쉽게 사그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정부로서는 이러한 평화적 집회가 폭력집회보다 훨씬 더 무서운 법입니다. 폭력집회는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할 빌미를 제공합니다. 그에 비해 다수가 끊임없이 집회를 연다면, 정부는 결국 항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슬이 퍼렇던 전두환 정부도 시민들이 매일 수십만 명씩 한달을 모이자 6.29 선언을 통해 항복하였는데, 21세기 한국에서 매일 수십만 명이 모여 외치는 소리에 정부가 언제까지 귀를 막을 수 있을까요? 당장 한나라당은 경찰에 집회 참가자 연행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할했습니다. 당은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국민 무서운줄을 아는 것이죠. 그에 비해 임기가 보장된 청와대 사람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번 사태만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이는 국민의 분노를 더욱 크게할 뿐입니다.

지금 많은 국민은 이명박 정부라는 악몽에서 깨어나기 원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는 한, 국민은 가위에 눌린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부디 이러한 불행이 오래 지속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