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진 6월 2일 열린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선거는 천안함 사태로 말미암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진행되었는데, 선거 막판이 되면서 북풍보다는 현 정부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선택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전개되었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전통적인 민주당, 한나라당의 텃밭인 호남, 영남을 제외하고 볼 때 강원 지사, 충남 지사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많은 승리를 거둔 민주당의 압승, 한나라당의 참패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나라당은 안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경남에서 무소속 김두관 후보에게 도지사자리를 빼앗기는 수모까지 당하였고, 한동안 패배의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이 침몰한 직후 보이던 신중한 태도를 버리고 갈수록 대북강경책을 내놓으면서 남북관계를 대치상태로 몰고 갔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이러한 사태는 지방선거의 중심을 "지역 발전"에서 "전쟁과 평화,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임과 불신"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여권은 이러한 변화가 보수층을 결집하고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이 실패하였음을 보임으로 야당을 무력화하리라고 기대하였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북풍"이 제대로 효과를 본 것은 1987년 대선이 마지막이었고, 그 이후론 남북관계가 좋아지건 악화하건 선거엔 큰 영향이 없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안일하게 남북 간의 긴장상태가 선거에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고(이러한 심리는 "다행히 천안함이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여당 인사의 발언에서도 드러납니다.) 생각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만난 것이죠. 또,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시위 2주년에 즈음해서 "반성할 줄을 모른다."고 시민을 꾸짖는 발언을 함으로 2년 전 자신이 했던 대국민사과성명은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였고, 많은 시민은 정부가 정신 차리도록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기에 그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정치인으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들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판세를 가른 당선자 중엔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인물이 많습니다. 안희정 후보, 이광재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었기에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던 사람들입니다. 김두관 후보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을 닮은 정치인이죠. 이러한 노무현 관련 인사들의 대거 당선은 국민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마음으로 받아들인 증거고, 앞으로 "노무현 정신"이 한국 정치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트위터를 통한 투표 독려 운동입니다. 아마 지난 며칠간 트위터에 들어온 분이라면 곳곳에서 쏟아지는 투표 독려 트윗을 보며 "투표를 안 했다간 죄인 된 기분 들겠다."라는 부담감에서라도 투표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트위터 사용자들의 노력은 실제로 투표율을 올리는데 이바지했고, 이번 선거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방송이나 언론에서 투표를 격려하는 캠페인은 많았지만,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투표 독려 메시지는 무게가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투표 격려 운동은 선거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요소입니다. 많은 언론은 한쪽 후보가 일방적으로 앞선다고 보도하였고, 많은 유권자는 "내가 투표해봤자 별 의미가 없겠네"하고 투표를 포기하기가 쉬웠죠. 하지만, 투표 격려 때문에 투표에 나선 사람이 많았기에 여론조사(특히 전화 여론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지역이 많습니다.

지금 한국의 트위터 가입자가 100만 명이 훨씬 안 되는데, 만약 트위터 사용자가 앞으로 10배가 늘어난다고 가정한다면 트위터는 선거의 판세를 바꿀 중요한 통로가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트위터 사용자들이 특히 투표에 열심히 나선다면 트위터를 많이 쓰는 나이(아마도 20대 중반-40대 중반)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들을 위한 정책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트위터에 영향력을 빼앗긴 보수 언론에서 트위터를 견제하기 위해 "트위터 중독의 위험" 등에 관한 기사를 더 많이 내보낼 가능성도 크죠.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큰 숙제를 남겼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인터넷에는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 중에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미워서 표를 줬으니, 민주당은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고민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죠. 실제로 젊은 유권자 중에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반사이익에 만족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다음 선거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많은 국민이 선거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표와 투표 독려라는 방법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선거문화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선거 참여 열기가 높아져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을 바로바로 솎아내서 정치를 바꾸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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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청와대와 군이 사고를 보는 시각이 달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북한의 공격이란 증거가 없다."라는 입장인 데 비해, 군은 "북한의 공격일지도 모른다."라는 태도입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청와대는 북한을 원인에서 제거하려 하고, 군은 북한을 원인의 하나로 남겨 두려고 하는 점에서 차이가 큽니다. 이러한 의견 차이는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북한 어뢰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자 청와대에서 "VIP"의 의견을 언급하는 쪽지를 보내 이를 수정하도록 지시한 데서도 드러납니다.

북한 관련 의혹은 군만이 아니라 보수 언론에서도 제기하는 문제입니다. 많은 보수 언론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보수 언론과 죽이 잘 맞던 청와대는 이러한 가능성을 극구 부인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청와대와 군, 보수언론의 의견 충돌을 이해하려면 한국의 보수층을 구성하는 두 가지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의 보수는 해방 이후 친미, 반공을 기치로 내세운 이승만 정부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보수층은 6.25를 겪으면서 반공의 중요성을 뼛속까지 느꼈고, 공산주의가 아니라 콩사탕만 빠는 사람도 빨갱이로 몰 정도로 경직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들에게 육영수 여사 피살, 아웅산 사건, 칼기 폭탄 테러, 서해 교전 등은 북한이 여전히 우리의 철천지원수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이처럼 반공, 반북한을 중요한 이념으로 생각하는 보수층은 박정희 정권의 출현을 반겼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고, 반공정신이 투철한 사람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죠. 이들에게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고문을 해서라도 간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박정희 정권은 반공과 함께 경제발전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합니다. 당시 경제적으로 매우 낙후한 한국에서 유일하게 경제를 이끌 능력이 있던 것은 정부뿐이었죠. 따라서 60-70년대의 경제발전은 정부가 끌고 기업이 따르면서 진행되었습니다(이러한 경제발전 방식에 대해선 장하준 교수가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잘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경제적 성과를 내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구도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기업은 정부와 맞먹는 힘을 발휘하게 되면서 정부가 주도권을 잃은 것이죠. 특히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재벌이 정부에 맞설 이론적 근거가 생깁니다. 신자유주의는 쉽게 말해 시장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해선 정부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신자유주의는 미국에서 레이건-클린턴 정부, 영국에서 대처-블레어 정부의 경제 정책의 바탕이 되었고, 한국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90년대에 세계적으로 금융자본이 성장하면서 정부 대 기업의 관계는 기업이 주도권을 완전히 쥐게 됩니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죠.

현대그룹에서 CEO를 지낸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제 정부는 국민의 정부도, 국민이 참여하는 정부(참여 정부)도 아닌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부라면 저소득층 지원 예산을 깎아서라도 4대 강 사업을 벌여 대기업에 새로운 수익원을 공급해줘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대기업 회장이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이 특별 사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줘야겠죠. 권력은 시장이 쥐고, 시장은 몇몇 대기업이 독점하니 이러한 대기업들이야말로 진정한 국가의 주인이기 때문이죠.

기업이 수익을 많이 남기려면 사회가 안정돼야 합니다. 사람들이 불안감이 없어야 돈을 많이 쓰기 때문이죠. 특히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외국에서 돈 빌리기도 어렵고, 주가도 내려가기 때문에 매우 안 좋습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는 남북관계를 안정되게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최소한 남북 관계는 좋아지리라는 예상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의외로 북한을 자극하는 태도를 보이며 남북관계를 긴장상태로 끌고 갔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정말 북한과 대치하기 원해서가 아니라, 툭툭 말을 내뱉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성상 의도와 다르게 북한의 자존심에 상처주는 말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은 잘못을 깨달았는지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이 침몰했습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를 북한과 연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우리 군함을 공격했다면 이는 전쟁에 준하는 사태이고, 곧 주가의 폭락과 환율의 폭등, 더 나아가 전면전으로 말미암은 경제의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최소한 완전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보수층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들은 "북한은 우리의 철천지원수"라는 시각으로 모든 사태를 보기 때문에 이번 일도 당연히 북한이 저지른 일로 생각합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라면 이런 사태에서 북한에 대해 "무력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연계 가능성을 언급한 국방장관의 입조차 막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이기에 대통령으로 뽑아준 이들로서는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일이죠.

이처럼 한국의 보수층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북한을 보는 태도에서 이념 보수와 경제 보수가 뚜렷이 구분됩니다. 이념 보수는 경제가 파탄 나도 북한을 공격하기 원하고, 경제 보수는 북한이 무슨 짓을 하든 경제를 위해 덮고 넘어가기 원합니다. 이번 천안함 사고는 두 세력 간의 간격을 확인하게 해준 중요한 계기죠. 이러한 두 집단 간의 차이가 다음 대선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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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열강의 외교노력이 치열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알라스카쪽으로 미사일을 쏜다면 대단히 곤경에 처하게 될 미국 (가만히 놔 둘 수도 없고, 전쟁을 할 수도 없기에)이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스티븐 보즈워스를 대북특사로 임명하였는데, 이는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이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그동안 "미국이 한국을 놔두고 북한과 대화할리 없다"고 주장하던 조선일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신빙성이 높죠). 만약 미국이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택하게 된다면, 북한이 그렇게 원하던 통미봉남이 이루어지고, 한국 정부는 대북관계의 주도권을 잃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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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한, 북한, 미국의 관계를 살펴보자면, 남한과 북한은 적대 관계이고, 남한과 미국은 우방, 북한은 미국의 골치 덩어리입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대단히 부담스럽습니다. 또한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쓰거나 무력도발을 일으킨다면 동북아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고, 이는 미국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가 무너진다는 뜻이기에, 미국으로선 북핵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북한으로서도 남한과 관계가 껄끄러워진 마당에, 미국이야 말로 자신들을 도와줄 훌륭한 대화 상대라고 생각하기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죠. 그런데, 남한과 북한은 현재 관계가 대단히 나쁘기 때문에, 미국이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할 때 남한을 옆에 둔다면, 남한과 북한이 치고 받고 싸우기 때문에 대화 진행이 어렵겠죠. 따라서 미국은 남한을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우방인 한국을 저버리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함으로 실질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어주는 상황은 이미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때 부터 우려했던 상황입니다. 오바마는 북한과 이란을 포함한 적국의 원수들을 만나겠다고 공언할 만큼, 적극적으로 외교적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다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 부시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즉, 미국은 큰 실수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이야 말로 북한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후 북한에 대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대했는데, 부드럽게 대함으로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보게 되었고, 강하게 대함으로 북한이 남한을 적대시하도록 자극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통미봉남은 실패했다" "미국은 한국을 따돌리지 않을 것이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습니다.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된 것이죠.

이러한 미국에 대한 오판은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때 극에 달했습니다. 정치의 달인 클린턴 장관은 "한미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며,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 고 말하는 등, 한국의 보수층이 너무나 듣고 싶은 달콤한 말을 속삭였습니다. 한국의 보수층은 클린턴 장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는, "역시, 미국은 우리의 혈맹! 미국이 우리를 버리고 북한과 대화를 할 리가 없다! 통미봉남은 실패했다!"며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방문국에 대한 립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전혀 없었던 것이죠.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한국의 보수층은 "우리가 미국에 잘해주면, 미국도 우리에게 잘해줄 것이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미국에게 북한은 골치덩어리이고, 남한은 우방이니, 당연히 우방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논리지요. 하지만, 미국은 이명박 정부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국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이 한국을 좀 무시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뜻이지요. 만약 한국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처럼 미국에 대해 살짝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인다면, 미국은 "혹시 한국이 우리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국에게 엄청나게 잘해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쇠고기 협상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등,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이명박 정부가 있는데, 미국이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반응은 걱정하지 않고, 북한이라는 골치덩어리를 해결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죠.

외교 관계란 늘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봐도, 과거에 자유중국 (지금의 대만)과 친하고, 중공 (지금의 중국)을 적으로 여기던 한국 정부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과 친해질 필요가 생기자, 하루 아침에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맺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동맹"을 버린 한국에 대해 분노하였고, 지금도 그때 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죠. 하지만 그때 중국과 국교를 맺었기에 그 후로 한국 경제가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한국인 중 몇 명이나 당시 노태우 정부의 정책을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마바 행정부도, 남한을 따돌리기 싫을찌 몰라도, "북핵문제를 해결했다"는 업적을 남기는 것이, 남한 정부의 반발보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죠.

이명박 대통령은 두 명의 선임자가 10년간 공들인 대북관계를 1년만에 무너뜨려놨는데, 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앞서 무슨 대책을 내놓을찌 궁금합니다. 만약 이런 사태에 대한 대책이 없이 무조건 강경노선을 추구했다면 정말 생각이 짧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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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부터 "중도 실용노선"을 추구한다고 누차 밝혔습니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최소한 이념에 얽매이지 않게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기대가 많았죠. 이러한 근거에서 많은 사람은 그가 남북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 기업이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현상)의 주요 원인이고, 전쟁의 가능성이 커진다면 경제 전체에 커다란 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취임한 직후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여러 차례 표시했고, 결국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중입니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10년에 걸쳐 곱게 차려놓은 남북관계의 밥상을 보수 이념에 얽매어 발로 차버린 셈이고, 이로 인해 경제도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으로 "중도"가 아니라 "극우"에 가까운 성향을 보입니다. 진정한 중도였던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도 이명박 정부가 훨씬 오른쪽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색깔에 대해선 논쟁이 많지만, 좌파가 "노무현 정부는 좌파가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우파도 "노무현 정부는 우파가 아니다"라고 부정한다는 점에서 중도파로 분류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향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보수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도 신자유주의를 따를 가능성이 크겠죠.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규제철폐, 무역장벽 제거, 사회 내부의 경쟁 강화 등 신자유주의자 같은 말을 많이 했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노선을 추구한다고 보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명박 정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자유주의와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 많은 사람을 당혹케 합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서민에게 꼭 필요한 물품의 가격이 함부로 오르지 않도록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는 정부의 52개 생활필수품목 지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정부의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이 52개 품목의 가격 (이른바 MB 물가 지수)은 평균 물가 상승률 보다 더 많이 올랐고, 정부는 시장에 굴복한 듯 MB 물가 지수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물가를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발언만큼 신자유주의에서 먼 발언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신자유주의는 말 그대로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데, 정부가 물가를 관리한다는 말은 시장의 가장 중요한 자유를 뺏겠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본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부분적으로 신자유주의에 가깝지만, 부분적으로는 신자유주의와 전혀 다릅니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은 과연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살아온 환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시절 현대에 입사했고, 전두환 정권에서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가 됩니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생활을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시기는 바로 한국의 개발독재시기였죠. 이 시절 한국의 대통령은 정부를 통해 경제의 모든 분야를 마음대로 움직이며 경제발전을 이끌었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너무도 익숙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자 생필품 물가로 부터 콘테이너 지나는 길목의 전봇대 문제 까지 모든 일에 대해 사사건건 참견하며 해결사를 자처하였습니다. 즉, 머리로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데, 마음은 경제에 개입하고 싶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지요.

게다가 작년 가을에 경제위기가 닥치자 이명박 대통령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선 아무리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던 정부라 할찌라도 "경제를 살려내라"는 국민의 압박 때문에 시장에 개입할 수 밖에 없긴 하죠.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던 부시 행정부가 은행에 돈을 쏟아부으며 많은 금융기관을 국유화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이번 위기 전 까지만 해도 신자유주의자가 국유화를, 그것도 금융기관의 국유화를 추진한다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죠.

이처럼 정신적 지주로 받드는 부시가 신자유주의에서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도 얼씨구나 하면서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은행에 대한 대출 압력이 좋은 예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번에 걸쳐 은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라"고 압박했죠. 지금 경제의 큰 문제가 기업과 가계의 자금 부족이고, 따라서 대통령의 입장에서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모습은 매우 답답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자가 낮기 때문이고, 이자가 낮은 이유는 정부가 낮은 이자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즉, 정부는 은행에 이자를 낮추면서 대출을 늘리라고 동시에 요구하는데, 이는 가게 주인에게 "물건을 원가 이하로 많이 팔아라"고 요구하는 격입니다. 물건이 원가 이하인데 편의점 주인이 팔 수록 손해나는 물건을 뭣하러 열심히 팔겠습니까? 그저 파는 시늉이나 하겠죠. 지금 상황은 정부가 한국은행을 동원해 시장금리를 교란해 놓고는 "시장이 왜 이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라고 꾸짖는 셈입니다. 만약 인위적으로 이자를 낮추지만 않는다고 해도 시중의 자금 사정은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망치는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에 쉽게 "비즈니스 프랜들리" "경쟁력 강화" 등 신자유주의자의 이념을 따라 읆지만, 그는 경제정책을 레이건이 아니라 박정희에게서 배웠습니다. 따라서 그가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이념 (신자유주의)과, 그의 실제 행동 (시장 통제)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죠. 문제는 그가 이러한 자기모순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데 결과는 뜻대로 나오지가 않고... 결국 "모든 것은 세계적 경제 위기와 촛불 때문이다"는 남의 탓 밖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가난한 자의 권리를 빼앗고 부자편만 든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의 단점을 빼다 박았고, 시장의 자율적인 질서를 무너뜨림으로 경제를 망친다는 점에서 개발독재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합니다. 쉽게 말해 두 극단의 문제점만 모아놓은 셈이지요. 이러니 한국이 세계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경제성적이 꼴찌 수준인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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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질문자님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지금 정부의 정책을 보면 부동산 거품 유지와 경제성장률 높이기가 최우선이고, 은행 건전성 강화나 환율 안정은 큰 문제만 일어나지 않도록 단기적인 땜빵만 하겠다는 태도가 보이는데, 이는 완전히 경제를 망치는 정책입니다. 예를 들어, 금리를 1%나 인하하면서 중국, 일본과 외환 스와프를 거의 동시에 발표한 것은, 부동산 가격과 경제성장에 올인하면서, 이에 따라 일어나는 환율상승 문제를 외환을 빌려 해결하겠다는 뜻이죠. 이런 식으로 환율과 은행 문제를 대충 해결하려고 하니까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해결이 안되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정적 수준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정상적인 시장의 반응이고, 따라서 시장에 거스려 싸우고 하면 안됩니다. 또한 전세계가 위기에 빠져 살까 죽을까를 고민하는 판에, 경제성장률에 집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태도죠. 정말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금리를 올려 외국 투자자의 이탈을 막아야 하고, 은행에 예금이 늘어나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은행의 건전성 (예금으로 돈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과 국가 신용도 (원화를 달러로 바꿔가려는 사람이 적으니 외환부족 사태의 위험이 사라지겠죠)가 향상되기에 은행이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올 수 있게 됩니다. 이러면 외환위기의 급한 불은 껐다고 봐야죠 (게다가 국제수지 흑자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외환위기는 거의 지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고금리 정책으로 경기침체가 따라올 수 있지만, 어차피 지금도 이자율과 상관 없이 은행들이 돈이 없어 대출을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금리를 낮춰도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는 문제죠. 또한 지금 대기업들은 97년 외환위기때 하도 고생을 해서 돈을 상당히 많이 쌓아놓은 상태이고, 그리 쉽게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실업자가 대폭 증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를 확립해야겠죠. 이를 위해서는 재정을 마련해야 하고, 따라서 부자에 대한 감세 정책은 즉각 중단하고 서민에 대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소비로 이어져 내수를 살리기 때문에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또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북한과 관계 정상화가 중요합니다. 북한이 자꾸 도발하는 발언을 하면 외국인은 더더욱 한국에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이들이 남은 돈 다 달러로 바꾸어 나가면 경제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겠죠. 사실 나쁜 관계를 좋게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조차 못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는 무능했습니다. 앞으로라도 북한과 좋은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위협은 외환수급 상황에 계속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환율을 안정시키고, 은행의 건전성을 개선한다면 그 다음 순서는 기업의 구조조정입니다. 한계기업은 퇴출시키고, 미래에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은 살려야겠죠. 특히 이번 기회에 일본에 의존하는 부품 산업을 국내 중소기업이 대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중소기업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죠. 이렇게 할 때 일본에 의존하기에 수출이 늘면 수입도 느는 허약한 경제구조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로 간다면 몇년 안에 구조조정이 끝나고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런 정책을 쓸 리가 없기 때문에, 지금 경제위기는 사실 돌파구가 안보입니다. 최소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동안은 경제위기도 끝나지 않을 듯 하네요.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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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작년 대선 당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한 분이라면, 블로거들과 대중 사이에서 대단한 의견의 차이를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블로거들 중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여론조사에선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1위였기 때문이죠. 블로거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반대한 중요한 이유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블로거는 이명박 후보가 너무 많은 의혹에 연루되었기에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에 비해 일반 유권자들은 추상적인 "도덕성 문제" 보다는, 화끈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에 집중했고, 결국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덕성 문제로 대단한 논란을 겪은 이명박 대통령은 흥미롭게도 남에게는 대단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특히 경제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물가가 오르자 "물가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곧 정부는 이른바 "MB품목"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처럼 특정 품목을 관리 대상으로 삼은 대통령의 발상 뒤엔 "물가를 올리는 행위는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숨어있습니다. 즉, "아무리 원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물가를 올리는 행위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MB 품목을 낳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경제학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릅니다.

경제학은 경제 현상을 도덕이 아닌 경제의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아담 스미스는 물가의 오르내림을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했지, 부도덕한 상인이 순박한 시민을 등처먹는 과정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경제활동은 도덕생활의 연장이 되어버리고, 경제학은 윤리학의 일부분으로 흡수될 수 밖에 없겠죠.

또, 얼마전 환율이 급등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을 상대로 "외환을 사재기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한 번 도덕적인 잣대를 적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기업은 환율이 오른다고 생각되면 보유 외환을 팔지 않고 보관해 두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이지 정부가 도덕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정 이러한 현상이 국가 경제에 짐이 된다면 기업의 외환 보유액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켜야지, 법적 근거도 없는 꾸짖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되죠.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비즈니스 프랜들리"의 정반대 정신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은행의 대출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기업을 운영해 봐서인지, 기업이 대출을 받지 못해 부도나는 현상을 매우 안타까워 하면서 은행들에게 "돈을 풀라"고 여러 번 재촉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은행들은 자기만 살려고 돈을 웅켜쥐지 말고, 국가 경제를 위해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대통령의 시각에 따르자면 돈을 안 빌려주는 은행은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 돈을 못빌리는 기업은 동정의 대상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세상 살기 쉽긴 하겠지만, 자신이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는 입장이 되어 보면 이러한 흑백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연설을 통해 취업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눈을 낮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즉, "취업이 안되는 원인은 너희들이 눈이 높기 때문이야. 그렇게 교만하게 굴지만 않으면 문제는 당장 해결되"라는 뜻이지요. 만약 여러분이 취직을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시겠습니까? 즉,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취직을 못하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하고, 따라서 취직을 못하는 사람은 어떠한 도움도 정부로부터 얻지 못해야 마땅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늘 자신이 "경제를 좀 아는" 경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그가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케인즈가 말했듯, 경제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따라서 일반인 처럼 생각해서는 절대 경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제를 올바르게 운영하기 위해선 단지 일반인의 태도로 경제를 볼 것이 아니라 경제 전문가의 태도로 경제를 봐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에게선 그러한 모습이 안보입니다.

정부가 도덕주의의 몽둥이를 휘두르자 언론도 정부를 거드는 기사를 올립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이자가 높은 은행을 찾아 하루마다 은행을 바꿔가며 달러 예금을 넣었다 뺐다 한다는 기사를 보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이자를 많이 주는 은행을 찾아 예금처를 바꾸는 것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 행위입니까? 여러분은 큰 돈이 있다면 "이자 몇푼 가지고 째째하게 여기저기 옮겨다니지 말고, 이자가 작아도 한곳에 맞겨야 겠다"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기사에는 "이자놀이"라는 자극적인 표현도 들어가는데, 이자 많이 주는 은행에 돈을 맞기는 것이 이자놀이라면, 은행에 예금한 사람은 다 이자놀이하는 고리대금업자라해도 되겠습니다.

물론 모든 경제행위가 도덕성과 무관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도덕군자를 자처하고 경제주체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법적 근거도 없이 도덕의 잣대로 평가하면 경제 전체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이 옵니다. 일반인은 경제의 한 부분만 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비도덕적이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소리를 따르다 보면 경제가 왜곡되기 쉽죠. 이것이 이른바 포퓰리즘입니다. 노무현 정부때 무슨 정책만 나오면 한나라당은 늘 "포퓰리즘이다"고 비난했는데, 지금 한나라당 대통령이 포퓰리즘의 진수를 보여주니 매우 당황스럽군요.

대중은 경제 현상을 늘 도덕의 잣대로 판단합니다. 이는 대중의 속성이자 특권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도덕을 강제하는 집단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집단입니다. 따라서 물가가 올라서 문제라면 물가를 내리기 위한 정책을 써야지, "물가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식으로 제조, 유통업자를 죄인 취급하면 안됩니다. 이는 다른 경제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이 하나도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았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 금융 안정 대책을 내놓았는데 주가 폭락, 환율 급등) 급한 마음에 급한 말을 쏟아놓는 중입니다. 하지만 경제를 모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질타 발언은 경제 주체들을 위축해 경제를 더 망가트릴 뿐입니다. 부디 도덕적 비난자의 역할은 국민에게 맡겨 두고, 정부는 조용히 정책만 잘 집행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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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교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미 작년말 당선자 시절부터 "내년 주가는 3000"이라고 예측하는 등 주식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고, 특히 9월에는 "나는 직접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 상품(펀드)이라도 사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주식에 대한 대단한 애착을 드러낸 셈이지요.

물론 주가 3000의 꿈은 물건너갔고, 들기로 약속했던 펀드도 안드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주식을 사면 부자된다는 이번 발언도 크게 무게를 두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주가의 방향을 정확히 반대방향으로 예측한다는 DC주식갤 둥글게님의 전설처럼, 이명박 대통령도 주가의 흐름을 거꾸로 예측하는 능력을 차곡차곡 키우는 중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사실 내년 주가가 오를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기에 누가 주가를 예측하는 것을 보고 비난하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한 자리에서, "지금은 한국이 아무리 잘해도 물건을 내다 팔 수 없다... 내년이 되면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경제위기를 "우리 생애 한 번 올까 말까 한 세계적 위기"라고도 평가했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졌으니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도 어려우리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쁘면 주가도 떨어지기 마련인데, 내년 경기가 나쁘리라고 예측하면서 주가는 오르리라고 예측했다니,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말을 했을까가 심히 궁금해집니다.

"지금 주식 사면 1년안에 부자" 발언에 묻히긴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중 매우 흥미로운 발언을 했습니다. 바로 "BIS 비율 인하" 발언인데, 그 내용을 보자면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가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이고, 따라서 BIS 비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실 최근 정부가 은행을 상대로 "기업에 돈을 풀라"고 호통을 쳐도, 은행들은 국제적인 기준인 BIS 비율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버티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은행이 국제적 기준 때문에 대출을 하지 못한다면 국제적 기준을 바꾸면 된다"고 나선 것이지요.

뭐 어떻게 보면 창의적 발상일 수도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이렇습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BIS 비율이라는 국제 기준을 바꾸기 위해 금융안정포럼(FSF) 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금융안정포럼의 멤버가 아닙니다. 멤버도 아닌데 남의 포럼에 가서 기웃덴다고 규정을 바꿀 수 있을까요? 물론 내년엔 금융안정포럼이 신흥국을 멤버로 받아들인다지만, 한국이 이에 포함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제적 기준"을 바꾸기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방법은 헛점이 많이 보입니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이 바꾸기 원하는 BIS 비율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죠. BIS는 국제결제은행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약자인데, 이 기구는 나라마다 다른 관습을 뛰어넘어 금융산업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금융산업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 중요한 한 가지 토대는 바로 은행의 건전성입니다. 은행이 돈을 함부로 빌려줬다가 망하게 되면 그 은행에 투자했던 기관은 큰 손실을 보겠죠. 따라서 은행이 건전하지 못하다면 돈을 빌려주려는 기관이 없어서 금융업이 마비됩니다. BIS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은행에게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최소한 8%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합니다. 이것이 바로 1988년 발표된 바젤협약의 핵심이지요. 그런데 은행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자본 8%라는 규정만으론 현재 은행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BIS는 신바젤협약 (Basel II)을 발표했고, 한국에서도 2008년 부터 이를 시행중입니다.

신바젤협약의 핵심은 세 개의 기둥 (Three pillars)라고 부르는 다음 내용입니다.
1. 자기자본 비율 8% 이상 유지
2. 은행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가동 , 감독당국은 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감독
3. 은행이 각종 리스크에 관한 정보를 공시함으로 시장이 각 은행의 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함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이러한 체제가 바뀐다면, 이는 곧 은행이 부도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마음껏 돈을 빌려줘도 되고, 대출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도 되며, 대출금의 위험성에 대해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어떤 은행이 얼마나 건전한지 알기가 힘들어지겠죠. 과연 이렇게 은행의 건전성을 해치면서 대출을 늘리면 경제가 살아날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하는 또하나의 현실은,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BIS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내 은행이 스위스 바젤에 있는 BIS가 무서울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은행들이 BIS 비율을 높이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BIS 비율이 낮아지면 외부에서 돈을 빌려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은행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시장의 눈초리고, 시장은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은행은 곧 파산 위험이 높은 은행이라고 판단하고 거래를 끊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바젤협정을 파기하든, BIS를 해체하든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현상은 바뀔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평소 그의 발언 습관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1. 현실성이 없거나 2. 진심이 담겨 있지 않거나 3. 경제를 모르는 소리가 많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이 이렇게 무게감이 없으니 다른 나라 투자자가 보기에 한국 경제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사태가 벌어졌을 때 소련과 핵전쟁을 각오하고 쿠바를 봉쇄했습니다. 그의 용기와 판단력 덕분에 미국은 코앞에 소련의 핵무기가 설치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죠. 이처럼 좋은 지도자는 말보다 행동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나랑 오바마는 닮은꼴" 같은 말로 대중을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대중이 감동할 수 있는 훌륭한 정책을 펼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말이 앞서는 지도자를 따르지는 않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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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했을 때부터 이념이나 철학에 집착하기 보다는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집값이 올라도 세금은 내기 싫은 사람에겐 "종부세 완화"를 언급했고, 싸게 집을 사고 싶은 사람에겐 "반값 아파트"를 약속했죠. 증권회사에겐 "연내 주가 3000달성"을 약속했고, 건설회사에겐 "대운하 건설"을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부자에겐 세금 완화를, 가난한 사람에겐 복지 강화를 약속하는 정부를 보면서, 사람들은 지상낙원이 도래하리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취임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이명박 정부에 희망을 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명박 정부는 약속은 많이 했지만 실천은 못했기 때문이죠. 이명박 정부가 약속을 실천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니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이루려는 격이 되었고, 따라서 아무런 목표도 이루지 못한 것이죠.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것을 하려고 하면 저것을 포기해야 하고, 저것이 갖고 싶으면 이것을 포기해야죠. 이를 영어로 "You can't have your cake and eat it"라고 말합니다. 즉, 케익을 먹던지 가지고 있던지 선택해야지, 케익을 먹으면서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에서도 수많은 경제대책을 내놓는 중인데, 모두를 만족시키기 원하는 이명박 정부답게 누구에게도 고통을 요구하지 않는, 오히려 모두의 고통을 덜어주는 대책이 잔뜩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달러가 부족하면 달러를 공급해주고, 원화가 부족하면 원화를 공급해주고, 건설사가 부실해졌다면 건설사를 지원해주고, 대출 받은 사람이 이자 내기가 어렵다면 이자율을 낮춰주는 식입니다. 여기다가 집값을 안정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주고,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니 아무리 세계적 경제위기가 닥쳐도 대한민국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실을 무시하기에 이룰 수 없는 "꿈의 정책"일 뿐입니다. 지금 경제를 살리려면 모두에게 돈을 한다발씩 쥐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사람이 반발할 것을 각오하면서도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고환율정책을 써서 단기간에 외국 자금을 끌어와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물론 고환율 정책 때문에 대출을 받은 사람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지만, 국가적으로 본다면 1년 반만에 IMF 지원금을 갚는 기적을 이룬 것은 고강도의 해결책을 착실하게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과 공조해야 한다"는 핑계로 선진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서구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은 정책입니다. 또한 달러와 유로화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미국, 유럽과 원화의 가치가 폭락중인 한국은 처지가 엄연히 다릅니다. 따라서 한국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대통령은 외국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집행하려고만 하고, 외국에 나가서는 IMF를 바꿔야 한다는 등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의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면 IMF에 가서 "돈좀 빌려주세요" 하고 부탁해야 할 판인데, IMF를 바꾸자고 설치는 것은 배짱인지, 아니면 현실인식의 결핍인지 잘 구분이 안갑니다 (후자임이 분명하지만, 그냥 써봤습니다).

위대한 지도자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국민에게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고통스럽지만 함께 이 길로 가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독일의 공격앞에서 떨고 있던 영국을 일깨운 처칠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지도자였죠.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국민에게 "함께 고통을 나누자"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습니다. 그저 귀에 듣기 좋은 "세금 감면, 경기 활성화"만을 외칠 뿐이지요.



결국 취임후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라곤 미국과 쇠고기 협상 잘못해 촛불 시위 일어나게 하고, 주가 반토막내고 원화 가치 폭락시킨 것 밖에 없는 대통령이 바로 국민이 믿고 뽑아준 경제 대통령입니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은 "MB가 다 해줄거야"라고 생각하고 선택했지만, 알고보니 말만 번지르했던 것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정신 차리고 올바른 정책을 집행해 다가오는 위기에서 경제를 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러한 희망이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는 그날까지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하겠고, 그를 지지하는 10%의 국민은 그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귀에 듣기 좋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현실성은 없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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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이미 환율이 1997년말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외환위기는 기정사실이 되었고, 지금 남은 문제는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는 일 뿐입니다. 어제 글을 올렸듯, 이명박 정부는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식, 즉 시중에 돈을 많이 푸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여러가지 면에서 아주 위험합니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가가 올라 서민의 삶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둘째, 원화의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오릅니다. 세째, 지금도 한국 경제에 거품이 많이 끼어 (즉,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망해야 할 기업이 망하지 않는 상황) 문제인데, 유동성이 증가하면 거품이 더 심해집니다. 그리고 커진 거품은 언젠가 더 크게 터지기 마련이죠.

그렇게 글을 써 놓고도, 속으로는 '설마 아무리 경제를 모르는 이명박 정부라도 지금 상황에서 유동성을 더 확대하는 정책을 쓰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 인터넷을 보니, 헉,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정책이 기다리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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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지금까지 쓴 유동성 확대 정책은 장난에 불과했고, 이제부터 진짜 있는 돈 없는 돈 다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입니다.

이제, 한국은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위기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우선 환율의 급등이 우려되네요. 전에 말씀드렸듯, 얼마전 별 원인이 없을 때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올랐음을 볼 때, 지금은 1700-1800원선까지 오를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율급등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0.25-0.5% 인하하리라는 기사를 보면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내리면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맡겨놓지 않고 찾아다가 다른 경제활동을 합니다. 따라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한국의 금리가 낮으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서 금리가 높은 다른나라로 옮겨갑니다. 이러면 환율이 오르는 것이지요. 원래 한은은 금리인하에 대해 소극적인데 (8월에만 해도 기준금리를 0.25% 올렸고, 얼마전에도 0.25% 내리는데 그쳤죠), 이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예방을 중요한 임무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사설까지 동원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금리를 인하할 듯 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체 CEO의 입장에서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내가 기업체 CEO라면 기업의 상황이 어떻든 기업이 부도가 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최고의 목표겠죠. 따라서 은행이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줘 같이 부실화가 되든, 경기가 과열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든, 부도 안나게 막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또한 경기가 좋아 상품과 서비스를 많이 팔 수 있는 상황이 기업 경영자에겐 최고의 상황입니다. 그에 비해 경기가 안좋아 적자가 나는 상황은 최악의 상황이겠죠.

하지만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는 다릅니다. 경영을 잘못한 기업이라면 무너져야 국가 경제가 튼튼해지는 법이고, 경기가 과열되면 시중의 자금을 흡수해 경기를 냉각시켜야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법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아직도 건설기업 CEO인양 국가 경제를 망치고 몇몇 건설기업만 살리는 정책을 밀어붙입니다.

이제는 한국 경제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나는 확인하는 수순만 남은 셈입니다. 물론 유동성 증가로 한 두달은 경기가 잠깐 좋아지고 주식시장이 살아날 수 있겠지만, 이는 그야말로 "고아원에 데려다 주기 전에 사주는 짜장면"이겠지요. 그리고 나면 아무도 바닥을 알 수 없는 침체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 왜 이런 사람이 이런 시기에 대통령이여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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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