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뮌헨을 방문했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맥도날드에 갔습니다. 한쪽에서 햄버거를 팔고, 한쪽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등을 팔기에 '매장 하나를 맥도날드와 카페가 나눠쓰나 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둘 다 맥도날드더군요. 한쪽은 전통적인 맥도날드인 데 비해 커피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쪽은 맥카페였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맥카페 광고를 보긴 했는데, 독일에 와서야 실체를 본 것이죠. 저는 커피를 안 마시니 커피의 맛을 평가할 수는 없었지만, 매장 분위기만큼은 스타벅스에 못지않을 만큼 세련되더군요.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패스트 푸드를 비판한 책 Fast Food Nation이나 맥도날드 음식의 유해성을 고발한 영화 Super Size Me 등이 나오면서 맥도날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언제보다도 강해졌습니다. 유럽에서도 맥도날드 하면 유럽 고유의 문화를 파괴하는 미국식 싸구려 문화, 경제 정의를 파괴하는 다국적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맥도날드는 주요 시장에서 총체적인 이미지의 위기를 겪는 중이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맥도날드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스타벅스는 세련된 사람이 즐기는 브랜드, 자유로운 도시인을 위한 브랜드,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등으로 알려졌기에 이미지가 좋습니다. 그러니 맥도날드로선 스타벅스를 닮고 싶겠고, 이를 위해서 투박한 이미지의 햄버거 판매업을 넘어서 스타벅스처럼 세련된 기업들이 많은 커피 판매업으로 진출해야겠죠. 게다가 패스트푸드업은 건강에 안좋다는 인식 때문에 성장성이 의심되는데 비해 커피 판매업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서라도 맥도날드가 카페로 변신을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맥도날드가 커피에 대한 노하우는 부족할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보유한 엄청난 숫자의 매장을 생각할 때, 언젠가 스타벅스만큼 성공적인 커피 판매 체인이 되지 말란 법도 없겠죠.
맥도날드가 사업 모델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사실 맥도날드는 이미 햄버거 판매업에서 부동산 임대업으로 옮겨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맥도날드는 부동산을 사들이고, 그 부동산을 대리점주인에게 맡기고, 대리점주인으로부터 매달 월세를 받는 것이 주요 사업모델입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 판매가 아닌 부동산 임대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임대를 해주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대리점주인과 계약을 맺으면 매달 정해진 월세가 들어오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도 수입이 줄어들 걱정을 안 해도 되죠. Fast Food Nation은 맥도날드가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하는 것은 대리점이 햄버거를 많이 팔아 월세를 잘 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만약 모든 맥도날드 매장에서 매출이 준다면 결국 월세도 낮춰줄 수밖에 없겠죠). 그렇게 본다면 맥도날드가 맥카페를 만드는 것도, 결국은 대리점들이 돈을 많이 벌어 월세를 잘 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기업이 하나의 사업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기업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다른 사업으로 업종을 변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분야에서 다른 역할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오늘날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지배하는 노키아, 삼성, LG가 반세기 전에는 모두 통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던 기업들이라는 사실을 볼 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업 종목의 변경은 매우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죠.
이발소를 생각해봅시다. 이발소는 머리를 깎는 일을 하는 단순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이발소가 맡은 기능은 다양했습니다. 의사가 흔하지 않던 시대에는 칼과 가위를 다루는 이발사들이 간단한 수술도 시행했다고 합니다(이발소의 표시인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 띠는 동맥, 정맥, 붕대에서 나왔다는군요).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발소가 의료행위를 하지 않게 되면서 이발소는 지역 사회 사교의 장소라는 역할을 맡습니다. 사람들은 머리를 깎을 순서를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환담을 나누었고, 그러다 보니 머리를 깎지 않는 사람도 이웃을 만나려면 이발소에 모여들었습니다(이는 유럽과 미국의 상황이고, 한국에선 비슷한 시기에 복덕방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발소가 행한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면도였습니다. 안전 면도날이 없던 시절, 숙련된 솜씨의 이발사들에게 면도를 맡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따라서 매일 이발소에서 면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특히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20세기 후반까지 이러한 전통이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고, 안전면도기가 보급되면서 이발소는 사교장의 의미를 잃었고, 면도를 해주는 일도 무의미해졌습니다. 이렇게 되고 나니 이발소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고, 특히 남자들이 미용원에 가는 풍조가 생겨나면서 이발소는 추억을 잊지 못하는 중년, 노년의 고객을 중심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이발소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합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거하고 저렴하게 머리만 깎는 이발소들이 생겨난 것이지요. 이러한 가계는 가격을 낮춘 대신 손님이 기다리는 공간(과거엔 사교의 역할을 위해 꼭 필요하던 공간)을 줄여 임대료를 줄였고, 이발 기술을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이발사들을 고용해 인건비를 낮췄죠. 이러한 이발소들은 다른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고 저렴하게 머리만 깎기 바라던 고객의 필요를 채워줬기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수십 년 경력의 이발사가 하얀 가운을 입고 면도까지 해주는 이발소는 찾아보기 어렵고, 젊은 이발사들이 간편한 유니폼을 입고 이발하는 체인점이 대다수를 차지하죠.
빠르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하기 마련이죠. 시대에 맞게 변하려면 지금까지 이 조직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패스트 푸드를 비판한 책 Fast Food Nation이나 맥도날드 음식의 유해성을 고발한 영화 Super Size Me 등이 나오면서 맥도날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언제보다도 강해졌습니다. 유럽에서도 맥도날드 하면 유럽 고유의 문화를 파괴하는 미국식 싸구려 문화, 경제 정의를 파괴하는 다국적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맥도날드는 주요 시장에서 총체적인 이미지의 위기를 겪는 중이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맥도날드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스타벅스는 세련된 사람이 즐기는 브랜드, 자유로운 도시인을 위한 브랜드,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등으로 알려졌기에 이미지가 좋습니다. 그러니 맥도날드로선 스타벅스를 닮고 싶겠고, 이를 위해서 투박한 이미지의 햄버거 판매업을 넘어서 스타벅스처럼 세련된 기업들이 많은 커피 판매업으로 진출해야겠죠. 게다가 패스트푸드업은 건강에 안좋다는 인식 때문에 성장성이 의심되는데 비해 커피 판매업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서라도 맥도날드가 카페로 변신을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맥도날드가 커피에 대한 노하우는 부족할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보유한 엄청난 숫자의 매장을 생각할 때, 언젠가 스타벅스만큼 성공적인 커피 판매 체인이 되지 말란 법도 없겠죠.
맥도날드가 사업 모델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사실 맥도날드는 이미 햄버거 판매업에서 부동산 임대업으로 옮겨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맥도날드는 부동산을 사들이고, 그 부동산을 대리점주인에게 맡기고, 대리점주인으로부터 매달 월세를 받는 것이 주요 사업모델입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 판매가 아닌 부동산 임대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임대를 해주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대리점주인과 계약을 맺으면 매달 정해진 월세가 들어오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도 수입이 줄어들 걱정을 안 해도 되죠. Fast Food Nation은 맥도날드가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하는 것은 대리점이 햄버거를 많이 팔아 월세를 잘 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만약 모든 맥도날드 매장에서 매출이 준다면 결국 월세도 낮춰줄 수밖에 없겠죠). 그렇게 본다면 맥도날드가 맥카페를 만드는 것도, 결국은 대리점들이 돈을 많이 벌어 월세를 잘 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기업이 하나의 사업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기업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다른 사업으로 업종을 변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분야에서 다른 역할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오늘날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지배하는 노키아, 삼성, LG가 반세기 전에는 모두 통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던 기업들이라는 사실을 볼 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업 종목의 변경은 매우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죠.
이발소를 생각해봅시다. 이발소는 머리를 깎는 일을 하는 단순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이발소가 맡은 기능은 다양했습니다. 의사가 흔하지 않던 시대에는 칼과 가위를 다루는 이발사들이 간단한 수술도 시행했다고 합니다(이발소의 표시인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 띠는 동맥, 정맥, 붕대에서 나왔다는군요).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발소가 의료행위를 하지 않게 되면서 이발소는 지역 사회 사교의 장소라는 역할을 맡습니다. 사람들은 머리를 깎을 순서를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환담을 나누었고, 그러다 보니 머리를 깎지 않는 사람도 이웃을 만나려면 이발소에 모여들었습니다(이는 유럽과 미국의 상황이고, 한국에선 비슷한 시기에 복덕방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발소가 행한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면도였습니다. 안전 면도날이 없던 시절, 숙련된 솜씨의 이발사들에게 면도를 맡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따라서 매일 이발소에서 면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특히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20세기 후반까지 이러한 전통이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고, 안전면도기가 보급되면서 이발소는 사교장의 의미를 잃었고, 면도를 해주는 일도 무의미해졌습니다. 이렇게 되고 나니 이발소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고, 특히 남자들이 미용원에 가는 풍조가 생겨나면서 이발소는 추억을 잊지 못하는 중년, 노년의 고객을 중심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이발소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합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거하고 저렴하게 머리만 깎는 이발소들이 생겨난 것이지요. 이러한 가계는 가격을 낮춘 대신 손님이 기다리는 공간(과거엔 사교의 역할을 위해 꼭 필요하던 공간)을 줄여 임대료를 줄였고, 이발 기술을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이발사들을 고용해 인건비를 낮췄죠. 이러한 이발소들은 다른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고 저렴하게 머리만 깎기 바라던 고객의 필요를 채워줬기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수십 년 경력의 이발사가 하얀 가운을 입고 면도까지 해주는 이발소는 찾아보기 어렵고, 젊은 이발사들이 간편한 유니폼을 입고 이발하는 체인점이 대다수를 차지하죠.
빠르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하기 마련이죠. 시대에 맞게 변하려면 지금까지 이 조직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모험심과 책임감 (3) | 2009/09/02 |
|---|---|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3) | 2009/08/19 |
| 이발소의 변천사 (7) | 2009/08/14 |
| 외국 생활과 우울증 (8) | 2009/08/07 |
| 잠이 보약 (8) | 2009/08/04 |
| "당신을 전문가로 만들어 드립니다" (5) | 2009/07/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