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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8 [연재] 이야기의 역사 1 (2)
  2. 2009/03/18 한국의 이야기 (4)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인간은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세상에 질서를 부여해야 세상을 이해하고, 그럴 때에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세상에서 짧은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하고, 이러한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죠.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인간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들으면서 점차 세상을 이해하였고, 이는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도록 도왔습니다.

이야기가 이처럼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이야기의 세 가지 특징 때문입니다. 우선, 이야기는 비인격적인 현상이나 존재에 인격을 부여합니다. 인간은 인격적인 존재(person)이기 때문에, 인격을 지닌 존재를 잘 이해하고, 그에 비해 인격이 없는 존재에 대해선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마치 이진법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컴퓨터가 모든 데이터를 이진법으로 바꿔서 처리하듯, 인격적인 존재인 인간은 모든 대상을 인격적인 존재로 바꾸어 놓을 때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격이 없는 지구가 해를 바라보면서 24시간에 한 바퀴 돈다는 설명보다는, 태양신이 불마차를 끌고 종일 하늘을 가로질러 여행을 한다는 설명이 인간에겐 훨씬 이해하기가 쉽죠. 견우성과 직녀성이 지구의 움직임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서로 가까운 듯 보인다는 설명보다는, 서로 사랑하는 견우와 직녀가 서로 떨어져 지내다가 1년에 한 차례 까마귀와 까치가 놓아준 다리 위에서 만난다는 설명은 훨씬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인격화의 과정을 통해 비는 하늘이 내리는 눈물로 바뀌고, 천둥은 죄인에 대한 하늘의 심판, 태풍은 바다의 분노로 새로운 의미를 띄게 됩니다. 이러한 수많은 이야기는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죠.

또한, 이야기는 세상에 구체성을 부여합니다. 인간은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훨씬 잘 이해합니다. 따라서 인간들은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 듣기 원했고, 이야기는 이러한 필요를 잘 채워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닷물은 왜 짠가?"라는 질문에 대해, "강물에 녹아 있는 소량의 소금이 바다로 계속 모여들고, 물은 계속 증발하기 때문에 짜다"라는 설명은 구체성이 부족합니다. 그에 비해 "먼 과거에 바다를 알기 원했던 소금 인형이 바닷속에 뛰어들어 녹았고, 그래서 짜다"라는 설명은 "소금인형"이라는 구체적인 존재가 이야기의 중심이기 때문에 훨씬 받아들이기가 쉽습니다. 이러한 구체성은 특히 민족의 기원을 설명할 때 중요합니다. 대부분 민족은 한 명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한 지역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독특한 정체성을 얻을 때 탄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구체성이 없기에 대부분 민족은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한국의 단군, 이스라엘의 아브라함, 스위스의 우리, 슈비츠, 운터발덴의 영구동맹, 미국의 Pilgrim Fathers)에서 기원을 찾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세상을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해줍니다. 철학에서 인과관계라는 개념은 매우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불을 관찰할 수 있고, 연기를 관찰할 수 있지만, 불 때문에 연기가 난다는 인과관계를 관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철학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대부분 사람은 인과관계를 철석같이 믿고,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일이 발생한 원인을 알고 싶어 합니다. 이야기는 이처럼 인과관계로 세상을 이해하기 원하는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청개구리는 왜 비가 오면 울까?"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청개구리는 어머니 말씀을 반대로 하다가 오해가 생겨 어머니를 강가에 묻었는데, 비가 오면 어머니 무덤이 걱정돼서 운다."라는 설명이나 "인종마다 피부색이 다른 원인"이 궁금한 사람에게 "신이 도자기 굽듯 인간을 구웠는데, 굽는 시간이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은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많은 사람에게 만족스러웠습니다. 복잡하고 논리적인 해답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A라는 존재가 B라는 행동을 했기에 C라는 결과가 생겼다."라는 해답은 훨씬 받아들이기가 쉽기 때문이죠.

이렇게 이야기는 인격, 구체성, 인과관계라는 틀을 제공함으로 무질서해 보이는 세상에 질서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사람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세상을 이해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야기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이야기 중심의 문화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다음 시간엔 이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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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한국의 이야기

사회 2009/03/18 18:54
서울은 불빛 때문에 별을 많이 보기가 힘들지만, 인적이 없는 지역에 가보면 밤에 많은 별을 볼 수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등이 개발되기 전까지, 인류가 보았던 밤하늘은 이처럼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이었겠죠. 그런데 아무리 별이 많아도, 그 자체로는 의미를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인류는 별들을 연결해 별자리를 만들었고, 별자리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었죠. 이러한 이야기의 세계에서 엄마곰은 아기곰 주변을 돌고, 견우와 직녀는 까마귀가 만든 다리위에서 만납니다. 이처럼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의미가 없는 세상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만약 이야기가 없다면 인간은 무의미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죠.

최근 경제계에는 이야기를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예를 들어, 마케터이자 블로거인 세스 고딘은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all marketers are liars)라는 책에서 마케터는 곧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한 스타벅스나 나이키 처럼 유행을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판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블로그 운영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 원해서일 것입니다.

아마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회사 중 이야기를 마케팅에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는 애플이 아닐까 합니다. 애플의 이야기는 여러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친구 워즈니악과 함께 차고에서 컴퓨터를 만들어서 팔았고, 여기서 애플 컴퓨터가 시작하였습니다 (나중에 성공을 거둘 기미가 보임). 그 후 잡스는 애플 II 컴퓨터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매킨토시를 만들면서 지나치게 고집을 부리가다 애플에서 쫓겨났죠 (교만에 빠진 영웅의 몰락). 넥스트 컴퓨터로 재기를 노리던 그는, 결국 애플이 넥스트 컴퓨터를 인수하면서 애플에 돌아오고, 리더십 부재로 어려움을 겪던 애플의 CEO가 되어 애플을 정상화합니다 (시련 끝에 지혜를 얻고, 그 지혜로 성공을 거둠).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영화 같은 삶은 곧 그를 신비에 싸인 인물로 만들고, 많은 사람이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만드는 제품을 자신의 철학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애플은 늘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 놓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대표적인 예가 iPhone)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다 하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지요.

그에 비해 한국 회사들 중에는 이야기를 잘 활용하는 회사가 극히 적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회사인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액이 1000억 달러로, 분기별 매출액이 100억 달러가 훨씬 안되는 애플에 비해 몇배나 큰 회사지만, 삼성전자에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삼성제품은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서 많은 사람이 구입할 뿐이지, 삼성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고객은 매우 적죠. 오히려 삼성엔 부정적인 이야기 (비자금 조성, 상속문제 등)이 따라 다니기 때문에, 삼성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삼성제품의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이러한 이야기의 부재는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과거에 "전쟁의 아픔을 이기고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엔 (올해엔 국민 소득이 이보다 훨씬 낮지만, 2007년엔 2만 달러였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즉, 한국은 중진국의 이야기는 있지만, 선진국의 이야기는 없고, 이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대단한 장벽인 것이지요.

이야기가 없는 한국의 현실은 국민의 삶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길을 막고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삽니까"라고 물을 때, 대단한 인생의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가족 먹여사는 재미로 삽니다"라는 정도의 답이라도 나오면 다행이겠죠. 만약에 한국도 다른 선진국 처럼 가족해체 현상이 발생한다면, "가족을 위해 산다"는 이야기 조차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긿을 잃은 한국인들은 "과거엔 길이 분명했는데...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자"라는 생각 때문에,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가난을 이기고 부와 권력을 움켜쥔 성공의 화신"이었고, 많은 국민이 "그래, 저런 모습이야 말로 우리가 따라야 할 방향이다"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대통령으로 그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는 이미 한국이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고, 따라서 "무조건 열심히 일해 가난을 극복하고, 이를 방해하는 사람은 모두 잡아 가둬서 효율을 높이자"는 식의 생각은 성공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행하는 것은 다 따라서 해보는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브랜드 개발에 힘을 쏟는다는 소식을 듣더니 "국가 브랜드를 덴마크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는 곧 이야기에서 나오는데, 이명박 정부의 이야기는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부실한데 브랜드만 그럴듯 하게 만든다면, 이는 과대광고이자 사기겠죠.

국민이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찾지 않는다면, 한국은 그저 그런 나라로 머물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려면 "과거 한국을 움직이던 가난 탈피의 이야기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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