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경제 2009/03/16 21:52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 즉 돈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사회입니다. 돈이 중심이 되다 보니, 많은 사람은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 돈을 위해 살기까지 하죠. 이렇게 사회와 개인에게 중요한 돈이지만, 사람들은 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죠.

돈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통용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놓은 징표입니다. 따라서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물건을 살 수도 있고, 남을 고용해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할 수도 있죠. 반대로,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남으로부터 돈을 받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받는 월급도, 자신이 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받는 것이지요. 이렇게 얻은 돈으로 우리는 남의 물건을 사거나 남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씁니다. 즉, 돈을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돌기 마련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돈이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에 근거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의 돈은 가치가 없습니다. 그 나라에는 재화 (즉, 가치 있는 물건)도 별로 없고, 남에게 제공할 서비스도 변변치 않기 때문이죠. 이런 나라가 경제를 발전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자본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본이 없기 때문에 공장을 짓거나, 도로를 건설하려면 남의 나라에서 돈을 빌려와야죠. "돈이 없으면 중앙은행에서 찍어내면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할찌 몰라도, 이는 돈이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에 근거하기에 불가능합니다. 즉, 가난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도 위인의 얼굴이 인쇄된 종이장 (엄밀히 말하면 종이가 아니라 면섬유지만)만 늘어날 뿐, 없던 가치가 생겨나지는 않는 셈이죠. 예를들어, 짐바브웨의 중앙은행은 열심히 돈을 찍어냈지만, 그 결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식당에서 밥값을 지불할 때 돈을 한무더기 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가치는 돈을 찍어 낸다고 생겨나지 않고, 재화와 서비스에서 생기기 마련이죠. 따라서 자본이 없는 국가가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가치가 많은 선진국의 돈을 들여와야만 합니다. 우리나라도 60-70년대 외국의 자본을 들여다가 경제발전의 기틀을 닦았고, 지금 열심히 경제 발전중인 중국도 외국의 자본을 직접 투자 방식으로 끌여와서 경제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페루 출신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소토 (Hernando De Soto)는 자본의 신비 (The Mystery of Capital)에서 제3세계의 자본 부족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라고 자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 부동산이라는 형태로 묶여 있기에 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가난한 나라는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많고, 따라서 대부분의 건물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불법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건물은 거래도 쉽지 않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도 없기 때문에 경제적 활용도가 극히 떨어진다는 말이지요. 이러한 불법 부동산을 가치로 환산한다면 가난한 나라를 위한 외국의 원조보다 몇 배나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나라의 문제는 가치 있는 재화가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재화가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돈으로 바뀔 수 없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즉, 돈이 재화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이지요.

그에 비해, 많은 선진국의 문제는 돈이 재화나 서비스 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지금 미국이 그러한데, 미국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돈을 마구 찍어내는 중입니다. 이를 양적 양화 (quantitative ease) 정책이라고 부르지요. 엄밀히 말해 미국은 최근에 재화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재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돈도 줄어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재화의 가치는 줄었는데, FRB에서는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덜어준다면 돈을 마구 찍어내 은행에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면 FRB에서 돈을 받는 은행들은 좋겠지만, 시장 전체로 보자면 돈이 제대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겠죠.

돈이 경제의 중심인 것은 돈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내가 돈을 받고 물건을 건내는 까닭은, 받은 돈의 가치가 물건의 가치만큼 된다고 믿기 때문이죠. 만약 내가 받는 돈이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와 상관 없이, 경제위기를 끝내기 위해 중앙은행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경제위기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지금 돈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노력은 결국 monetary system에 대한 불신을 심화해 결국 세계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큽니다. 돈의 가치를 보존하려면, 진정한 가치에 근거하지 않은 통화의 증가를 없애야 할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역법과 귀납법  (4) 2009/03/25
경제위기, 끝날 조짐이 보이는가?  (3) 2009/03/24
돈이란 무엇인가?  (9) 2009/03/16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8) 2009/03/09
환율이 내릴 가능성은 없는가?  (10) 2009/03/05
환율, 어디까지 오를까?  (9) 2009/03/02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며칠전 인플레이션인가 디플레이션인가?에서 환율 급등과 통화 팽창 정책 때문에 물가가 오르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는 글을 올렸는데, 곧바로 언론에서 2월 소비자 물가가 4.1%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더군요. 이로써 "물가가 오르는 것 같다"는 많은 사람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물가 상승 움직임은 한국만의 현상으로 다른 중요 국가와 다른 모습입니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의 예를 보자면, 물가 상승률이 1.2% 밖에 안되고, 미국과 일본은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는 상태인데,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유난히 높은 셈이죠.

한국은 자원과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물가 압력 인상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작년 초 9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금은 1500원 중반까지 올랐으니, 수입 원자재의 가격이 60% 인상된 셈이죠. 더 큰 문제는 2월달 물가는 그보다 몇 달 전 환율이 그나마 1200-1300원이던 시절에 수입된 물품의 가격인상이 반영된 결과이기에,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간 지금 물가가 반영되는 몇 달 후에는 다시 물가 인상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환율이 이보다 더 오른다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도 힘들죠.

원래 인플레이션은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생기는 현상인데, 지금 한국은 시중에 돈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을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보면 안되고, 환율 급등에 따른 특수 상황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이 맞습니다. 작년 가을 이후로 세계적인 금융공황이 일어나면서, 돈이 돌지 않아 돈의 가치가 귀해졌죠. 따라서 사람들이 과거 같으면 돈을 쉽게 쓰며 살텐데, 지금은 돈의 가치가 귀해졌으니 한푼을 쓸 때도 더 싼 물건으로 사려는 태도를 보이고, 판매자는 줄어드는 판매를 늘이려고 제품가격을 내리기 마련이죠. 2일 OECD 발표에 따르면 30개 회원국의 1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3% 오르는데 그쳐, 1971년 자료를 발표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는 디플레이션이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죠. 현재 상태가 디플레이션이라는 사실은 자산 가치의 추세로도 알 수 있는데, 지금 세계적으로 자산 가치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증시의 침체나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보면 알 수 있죠. 한국도 물가만 오를 뿐, 자산 가치는 떨어지는 추세가 크게 바뀌지 않는 중입니다.

자산 가치와 소비자 물가는 움직이는 원리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바나나는 환율이 오르면 수입 가격도 높아지고, 높은 가격에 수입해 온 바나나는 더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유통기간이 짧은 제품은 원가의 변동이 즉각 제품에 반영되죠. 그에 비해 아파트는 원가 (즉, 분양가)와 상관 없이 시중의 자금 사정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환율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몇 달의 시차를 두고 즉시 반영되는데 비해, 자산 가치는 시중에 돈이 부족하면 오르지 않는 것이죠.

이명박 정부는 시중에 돈을 많이 풀어 자산 가치, 즉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정부의 의중과는 다르게 시중에 돈이 많이 돌지는 않고 있습니다. 워낙 위험요소가 많은 세상이라 돈을 풀려고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특히 지금까지 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해줬기에 위기에 취약해진 은행들이 기업, 가계 대출을 줄이면서 돈이 돌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이 돌지 않으니 돈을 구하기 힘들고, 돈을 구하기 힘드니 돈의 가치는 올라가고, 돈의 가치가 올라가니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여러분이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일종의 서비스니, 그 가치를 보여주는 월급도 줄어들겠죠. 그런데 환율은 오르니 생활비는 오히려 올라가는 중입니다. 즉,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고, 월급은 줄어들면서, 생활비는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찌 모른다는 점이죠.

디플레이션은 한 번 발생하면 없애기가 무척 힘듭니다. 지금 각국 정부가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쓴 지 6개월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경기가 살아난 국가가 단 하나도 없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죠. 특히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미국이나 영국 등이야 말로 위기가 심해지는 모습을 보면, 이번 위기는 결코 쉽게 끝나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은 게다가 물가 상승이라는 짐까지 지게 되었으니, 내수를 살리기가 쉽지 않겠네요.

봄은 왔으되, 봄으로 느껴지지 않는 3월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작년 노벨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는 대표적인 케인지언 경제학자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케인즈의 이론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근에 개정판이 나온 공황경제의 재림과 2008년의 위기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에서 그는 "사라진 듯 하던 공황 경제가 다시 나타났고,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대공황기에 형성된 케인즈 학파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제 공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듭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사는 젊은 부부들이 서로 애를 봐 주는 조합을 구성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들은 남의 애를 봐주면 쿠폰을 받고, 자신이 남에게 애를 맡기면 쿠폰을 주죠. 그런데 이 조합이 쿠폰을 많이 준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태에서는 남에게 애를 맡기고 싶어도 쿠폰이 없으니 맡길 수 없고, 따라서 아주 중요한 행사를 대비해 쿠폰을 아끼느라 평소에는 남에게 애를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남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으려고 한다면, 남의 애를 봐 주고 쿠폰을 얻으려는 사람도 쿠폰을 얻을 기회가 없겠죠. 따라서 애를 봐주는 조합에 애를 봐주는 활동은 거의 정지하게 됩니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불황이란 근본적으로 이와 동일한 상황입니다. 즉,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방탕하기 때문이 아니라, 통화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지요. 경기침체가 "도덕적 문제가 아니고 기술적 (technical) 문제"라면, 이에 대한 해답도 기술적이겠죠. 케인즈 학파에서 내놓는 경기 침체의 해결책은 바로 통화량 공급의 확대입니다. 애 봐주는 조합의 예로 돌아가서, 애를 봐 주고 얻는 쿠폰이 부족해서 애를 봐주는 활동이 줄어들었다면, 쿠폰의 발행을 늘리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국가에서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태라면, 정부가 적자 예산을 편성해 지출을 확대하면, 돈이 돌기 시작하고, 따라서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쿠폰의 발행을 늘려도 사람들이 쿠폰을 쌓아두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쿠폰을 빨리 쓰도록 유인할 조치가 필요하겠죠. 예를 들어, 과거에 얻은 쿠폰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조항을 마련한다면, 사람들은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쿠폰을 쓰겠고, 따라서 애 봐주는 활동이 다시 활발하게 일어나겠죠. 크루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이처럼 소비를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돈을 푸는 정도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야 하지요.

실제로 지금 각국 정부의 정책을 보면 크루그먼 교수가 제시하는 케인즈학파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해 돈을 풀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발권력까지 동원해 자금을 공급합니다. 그러면 시중에선 돈이 넘치고,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지요.

작년 가을 이후로 한국은행은 발권력을 동원해 거의 40조억원의 돈을 풀었습니다. 이러니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율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케인즈 학파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아주 좋은 정책입니다. 물가가 올라야 소비자들이 돈을 쌓아두기 보다는 돈을 써버리는 편이 낫다고 깨닫기에 소비가 늘기 때문이죠. 하긴 전자 제품을 살 때, "조금 더 참으면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이 나올텐데" 하는 심리 때문에 구입을 늦춰본 사람이라면, 그 반대 되는 상황에서는 지출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잘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론일 뿐이고, 실제로 물가 상승은 경제 위기를 심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인 인식이 강한데, 물가까지 오르면 "정말 살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에서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불쾌지수를 올리기에 경제에 커다란 짐으로 작용한다는 말이지요. 게다가,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이 없기 때문인데 (주거비, 이자비용, 자녀 교육비 등의 부담이 크기에), 돈이 없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른다고 지출을 늘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물가상승은 경제는 살리지 못하고 서민의 삶만 힘들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케인즈 학파의 해법이 꼭 틀리다는 보장이 없긴 하지만, 함부로 인플레이션 유발했다가 국민의 생활만 어렵게 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작년 8월까지만 해도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던 한국은행의 배신은 뼈아프게 느껴지네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작년 11월 2000을 넘으며 정점에 달했던 주가는 최근 1600선을 위협할 정도로 내려갔고, 원화는 약세를 보이며 유로화, 엔화 대비 환율이 3개월만에 15-20% 가까이 올랐습니다. 2월 생산자 물가는 6.8%나 올랐고, 이러한 인상폭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경제 불안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미국도 최근 3개월간 다우지수가 10%정도 하락했고 (한국 주가의 하락은 이러한 미국 주가의 하락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죠), 경기침체의 우려 속에서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입니다. 또한 유가는 110달러를 돌파하며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금의 수요가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금값이 1000달러를 돌파하였습니다. 어디를 봐도 경제 상황이 좋다는 증거는 찾기 힘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인은 불안한 경제 상황에 대해 들으면 곧 19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리지만, 사실 세계 경제를 놓고 봤을 때 1997-1998년의 경제 상황은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1997년 동남아에서 시작한 경제 위기가 한국으로 번지고, 러시아로 건너가고, 결국은 브라질까지 타격을 받았지만, 이렇게 직접 위기에 휩쓸린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과 유럽은 경제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았고, 따라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의 여러 나라가 동시에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고통을 겪는 지금의 상황은 1970년대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는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며 기름값이 폭등을 했고, 이에 따라 물가도 걷잡을 수 없이 오르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은 시절입니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은 전형적인 bear market (약세장)이었기에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만약 지금의 경제 상황이 1997년식 단기간, 국지적인 경제위기가 아니라 1970년대식 장기간, 세계적인 경제위기라면 당분간 고물가와 저성장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주식시장도 당분간은 투자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고, 특히 펀드에 장기간 돈을 묻어두는 식의 투자로는 좋은 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계속되는 물가 인상으로 사회 전체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억눌리고, 이로 말미암아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못해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지금의 경제 상황이 이러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찌, 아니면 짧은 기간 안에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으로 돌아갈찌는 아직 알기 힘듭니다. 어쨌든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단지 한국인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세계경제 상황을 잘 관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온스당 300달러를 밑돌던 금값은 최근 몇년간 가파른 상승을 거듭하더니, 며칠전엔 장중한때  97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상승했습니다. 이제 불가능해 보이던 온스당 10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로 다가온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값이 이렇게 올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종이돈의  공급 증가로 인한 약세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GDP 증가율보다 화폐의 공급증가율이 세배나 됩니다. 이처럼 돈을 많이 푸는 분위기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세계적으로 종이돈이 많아지면서 종이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건의 가격은 올라가지요. 최근에 나타나는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값의 전반적인 상승은 바로 이러한 종이돈의 가치 하락이 낳은 결과 입니다.

종이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록 금값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금은 역사상 늘 돈의 역할을 했던 귀금속입니다. 금은 유통되는 양이 한정되기에 쉽게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종이돈은 역사상 안정된 통화의 기능을 수행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정부는 갈수록 종이돈을 많이 발행하기 마련이고, 나중엔 종이돈의 가치는 거의 사라지기 마련이지요. 특히 종이돈 중심의 경제는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면 1자대전 이후의 독일이나 최근의 짐바브웨 같이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짐바브웨에서 식사값을 지불하는 모습)


미국 달러화도 원래는 금의 가치에 기초한 화폐였습니다. 즉, 달러는 금을 준다는 약속을 담은 종이었죠. 하지만 무역적자가 심해지면서 미국은 달러를 발행해 외국에 지불했고, 미국 달러를 받은 다른 나라들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금을 퍼주다간 감당이 안될 것을 우려한 닉슨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이제 달러를 가져와도 금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른바 금본위제의 폐지이지요.

이후 달러화는 금의 가치에 의존한 돈이 아닌, 달러 자체에 대한 믿음에 의존한 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 경제가 별로 안좋아 지면서 많은 사람이 달러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게다가 달러화 공급이 늘어나면서 달러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죠. 미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허용한 듯 보입니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에서 만든 물건의 수출경쟁력이 좋아지고, 또한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요. 지금 경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나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죠. 특히 90년대에 이후로 지금까지도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일본의 예는 디플레이션의 무서움을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도 달러화 약세를 용인할 듯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달러화 약세가 원화대 달러화 환율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원화도 세계적으로 보자면 약세라는 점입니다. 즉, 유로화나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대비 가치가 크게 올랐는데, 원화는 조금 오르고 말았다는 점이지요. 달러 대비 가치가 사상 최고치로 오른 유로를 쓰는 서유럽에서도 최근에 물가가 올라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난리인데, 달러 대비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은 원화를 쓰는 한국은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원화 가치 상승으로 흡수하지 못하기에 대단한 물가 인상 압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년간 달러대 유로 환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년간 달러대 위안화 환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년간 달러대 원화 환율


최근의 밀가루값 인상이나 이에 따른 라면값 인상 등은 앞으로 다가올 고물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뿐입니다. 최소한 당분간 세계의 많은 정부는 인플레이션으로 디플레이션과 싸우는 정책을 펼칠 것이고, 특히 한국 처럼 최근에 달러 대비 자국통화의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은 나라는 인플레이션을 피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7% 경제 성장이라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 더더욱 물가 상승을 용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라면값 100원 인상이 서민에게 끼치는 타격"을 염려한다 하더라도, 물가상승을 피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참고자료- Daily Reckoning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