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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8 전자책의 미래 (3)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올해 들어 킨들2와 킨들 DX를 내놓으면서 전자책(ebook)시장을 지배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이에 맞서는 정보 서비스의 강자 구글은 이미 스캔해 놓은 엄청난 양의 책을 판매하고 저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기로 합의를 함으로 단번에 아마존을 위협하는 전자책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한국의 아이리버도 스토리라는 이름의 이북리더를 내놓는 등 많은 기업이 이북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몇 년간 지지부진하던 이북 시장에 새로운 활기가 도는 모습이 반갑습니다.

전자도서는 인터넷만큼이나 역사가 깁니다. 콘텐츠가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은 저작권이 없는 책을 스캔해 텍스트파일로 인터넷에 올렸고, 이러한 움직임은 Project Gutenberg로 이어졌죠.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제 영어로 된 고전은 거의 모두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초기엔 저작권이 있는 책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지금은 불법적인 전자서적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불법적인 전자책을 구할 수 없게 되면서 90년대 말부터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합법적으로 전자책을 공급하는 서비스가 생겨났는데, 학술 서적 온라인 도서관인 Questia나 휴대기기용 전자책 서비스인 mobipocket.com, ereader.com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전자책은 대중화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첨단기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남아 있습니다. 전자책이 대중화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은 콘텐츠의 부족과 책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출판사는 전자책의 보급이 곧 해적판의 난립으로 이어지리라는 착각을 극복하지 못하였고(해리포터 시리즈가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죠), 따라서 소수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전자책으로 발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은 손끝에 느껴지는 책의 감촉, 코로 맡는 책의 냄새 등 전자책과 다른 종이책의 매력을 포기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 쉽게 빌려줄 수 있고, 다 읽은 책은 중고로 팔 수 있는 종이책을 버리고 배터리가 다되면 더는 읽을 수 없는 전자책을 받아들이길 꺼렸습니다.

전자책 보급의 또 다른 장애물은 회사마다 다른 포맷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의존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어도비의 전자책 포맷으로 책을 샀는데, 어도비 리더가 몇 번 업데이트 되더니 정해진 인증횟수를 초과했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전자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mobipocket에서 구입해 Palm에서 읽던 전자책은 Palm을 쓰지 않으면서 읽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몇 번 실망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면 ebook을 사기가 꺼려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작년에 아마존이 킨들을 발표하면서 전자책이 대중화할 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아마존은 대형 출판사를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전자책을 출판하도록 설득하기가 쉽고, 따라서 요즘 나오는 인기도서는 대부분 킨들로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마존은 10불이 훨씬 넘는 베스트셀러들을 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함으로 판매를 촉진했습니다. 게다가, 아마존이라는 거대기업이 지원하는 포맷이라는 점에서 킨들 이북은 앞으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확신을 준다는 점도 강점이죠. 하드웨어의 관점에서 보자면, 올해 나온 킨들2와 킨들DX는 작년에 나온 킨들1의 단점을 상당 부분 극복하였고, 아마존이 아이폰/아이팟 터치용 어플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수천만명의 아이폰/아이팟 터치 사용자를 잠재적 킨들 독자로 흡수하였습니다(저도 아이팟 터치에서 킨들 이북을 읽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미국의 전자책 시장에 비한다면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아이리버의 스토리를 예로 들자면, 스토리는 교보문고와 협력하여 전자책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교보문고가 얼마나 출판사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또한, 아이리버 자체가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했다가 접었던 기억이 있기에 앞으로 스토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밀어줄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침체된 출판시장을 생각한다면, 종이책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익숙하지도 않고 초기비용에만 수십만 원이 들어가는 전자책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에서 전자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시기는 미국 등에서 전자책이 완전히 정착하고, "전자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라는 인식이 퍼진 후라고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양피지 두루마리가 종이책으로 진화했듯,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진화하리라고 추측하기는 쉽습니다.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장애물 때문에 시장형성에 어려움이 컸지만, 아마존이 나서고, 구글이 아마존과 경쟁하는 구도가 정착하면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빨리 전자책 시장이 커져서 모든 책을 종이책보다 저렴하게 위치의 구애를 받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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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