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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2 ABCP,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뇌관 (4)
11일 주식시장에선 전날 만기 도래한 ABCP 850억원을 갚지 못한 대우자동차판매의 주식이 하한가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ABCP의 만기를 연장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이로서 ABCP가 한국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뇌관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ABCP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 (Asset-backed commercial paper)의 약자로, 자산을 담보로 한 기업어음입니다. ABCP를 발행하기 위한 담보로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을 쓸 수 있는데, 한국에선 부동산 PF (Project Financing)관련 자산을 기초로한 ABCP가 많습니다.

PF에 대해선 이미 상승미소님이 PF 이야기에서 잘 설명을 해주셨기에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 외에도 상승미소님의 블로그에 가시면 좋은 글이 많습니다.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짧게 설명하자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던 시절엔 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만 하면 거의 확실하게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니 은행에선 대규모로 PF대출을 해줬고, 건축시장은 활기를 띄었습니다.

실제로 건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은행과 시공사 (건설사), 시행사의 삼각관계가 형성됩니다. 시행사가 시공사와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금융기관이 시행사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돈을 빌려줍니다. 이 돈이 바로 프로젝트 파이넨스 (PF)이죠. 이때 시공사는 금융기관에 돈을 확실히 돌려주겠다는 지급보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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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유동화 흐름도 한겨레 대박 즐기던 ‘부동산 PF’ 금융부실 제발등 찍나 참조)

그런데 이렇게 PF를 따내도 돈이 당장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담은 대출증서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시행사는 이 대출 증서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립니다. 이것이 바로 PF에 근거한 ABCP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행사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이 쓰는 방법은 ABCP가 아니라 ABS (자산유동화증권, Asset-backed security)였습니다. 그런데 건설시장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PF-ABS 발행을 억누르자 발행이 간편한 PF-ABCP가 유행한 것입니다.

문제는 아시다시피 요즘처럼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상황에서,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건설사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ABCP를 통해 자금을 들여와 건축을 진행했는데, 평소 같으면 이자만 내고 대출연장을 하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연장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ABCP는 단기어음이라 1년미만입니다. 즉, 작년말 부터 발행된 ABCP의 만기가 이제 시작된 것이지요. 대우자동차판매의 위기도 이러한 상황의 일부분입니다 (왜 대우자동차판매가 PF-ABCP와 관련 있느냐 궁금한 분도 있겠지만, 대우자판에 건설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우자판에서는 ABCP에서 얻은 돈으로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는군요).

ABCP는 건설회사에서 직접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기관에서 발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이 세운 콘듀잇 (conduit)이 ABCP 발행을 담당하죠. 콘듀잇은 자산유동화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vehicle, SPV 또는 special purpose entity, SPE)로서, 미국에서는 콘듀잇을 SIV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라고도 부릅니다.

은행들이 앞다투어 SIV, 또는 콘듀잇을 세운 이유는, 콘듀잇은 은행과 별개의 회사이기 때문에 위험 자산을 넘기는 등 은행의 장부상 재정상태를 좋게 꾸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규제를 받는 은행과는 다르게, 은행의 역할을 하면서도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활동할 수 있기에 "shadow bank"라고도 불립니다. 한국에서도 콘듀잇을 상법에 따라 유동화전문회사로 세우면 유가증권 등록 및 공시, 사업보고서 제출 등의 의무가 필요없고 자산유동화 법에 따른 각종 신고 및 보고 의무 등도 부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콘듀잇이 ABCP를 발행해 다른 회사에 넘기면, 금융당국은 그 규모를 알 수 없고, 따라서 감독도 불가능하죠.

한국에서 콘듀잇의 효시는 2003년 신한은행이 세운 골드윙입니다. 5000천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골드윙은 올해 초 ABCP를 2조원 넘게 발행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적자를 면치 못하고 올해 7월에 청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운영상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콘듀잇이 워낙 위기에 약하기 때문에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도 2007년 이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오자 대부분 SIV가 지급불능 사태에 빠졌습니다.) 앞으로도 ABCP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를 막지 못하는 건설사가 추가로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특히 ABCP를 발행한 건설사 중 신용도가 낮은 회사가 많기 때문에 이런 회사는 요즘 상황에선 상환연장도 어렵고, 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대출을 구하기도 어렵죠. 과연 건설사들이 ABCP만기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찌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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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