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여의도는 정부 예산 통과 문제로 큰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야당은 4대강 사업 예산의 삭감을 주장하고, 여당은 이를 거부하면서 예산 통과가 매우 늦어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처음은 아니고, 과거에도 법이 정한 시한에 쫓겨 겨우겨우 통과될 때가 잦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예년과 다른 점은 정부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 준예산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한 점입니다. 준예산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최소 자금만 산정해 임시로 집행하는 예산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고, 정부가 벌이는 공공사업이 위축되기 마련이죠. 이렇게 되면 정부의 지원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기 마련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준예산 준비에 나선 것은 국회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회가 어떻게 해서든 예산을 처리해 주기만 기다렸는데, 이제는 준예산을 무기로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죠. 만약 정부가 실제로 준예산을 쓴다면 국민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이로 말미암은 비난은 "정부예산을 승인하지 않으므로 정부 업무를 마비시킨" 국회가 떠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평소 정치 혐오증을 보여온 이명박 대통령이 매우 바라는 결과이겠죠.
언론은 이번 사태를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의 정부 폐쇄(Government shutdown)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1994년 선거로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클린턴 행정부가 예산을 너무 많이 쓴다면서 예산을 승인하지 않습니다. 다수당이 이렇게 나오면 행정부가 타협안을 내놓기 마련인데, 클린턴 대통령은 "예산을 승인하지 않으면 정부를 폐쇄하겠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실제로 1995년 11 부터 여러 달 동안 연방 정부는 대부분의 활동을 중지합니다. 이러한 사태가 온 책임이 클린턴에게 있느냐, 뉴트 깅리치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에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데, 결국 여론은 클린턴 편에 섰고, 이로 말미암아 클린턴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됩니다. 그가 1996년 선거에서 승리한 원인 중의 하나는 그가 정부 폐쇄 정국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죠.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태가 왔을 때, 국민은 대통령과 야당을 지지할까요? 여기엔 몇 가지 변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여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은 절대적으로 대통령 편입니다. 지금 대부분 언론은 야당을 비난하며 "명분 없는 투쟁을 포기하고 예산을 승인하라."라고 요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읽는 국민은 야당을 욕하기가 쉽겠죠. 게다가, 파업에 부정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 상(당사자가 아무리 억울한 상황이라도, 파업을 해서 사회에 불편을 준다면 대단한 비난을 듣죠), 많은 국민은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국회를 무조건 욕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부 폐쇄와 비교했을 때, 미국에선 정부를 길들이려는 공화당의 도발이 발단이 된데 비해, 이번 사태는 국회를 길들이려는 정부의 도발이 사태의 원인입니다. 먼저 공격을 하면 주도권을 잡기도 쉽지만, 반격에 대해 약점을 노출하게 되기 마련이죠. 그렇게 본다면 준예산을 거론하며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청와대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저지른다면 결국 정치적인 큰 해를 입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미국 행정부가 다수당과 대결해 이긴 것은 정부를 이끄는 클린턴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만한 정치의 고단수였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그가 정치를 혐오하는 까닭은 자신이 정치에 잘 맞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이러한 대치 상황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마련이죠. 마지막으로, 준예산 편성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도 큰 부담입니다. 만약 정말 국회가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된다면 여당내의 비 이명박계열 의원들은 정부를 동지로 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죠. 그렇게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길들이기는커녕, 국회의 지지세력을 잃어버리고 집권 후반기를 국회 전체와 싸우는 데 소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연말까지 나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올 한해 정부와 여당에 끌려다니기만 한 야당으로선 4대강 문제만이라도 성과를 올려야 하고, 여당은 정부의 협조 없이는 4대강 사업 예산을 수정할 수가 없는데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만 하니 협상의 여지를 줄 수가 없습니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정부와 여야가 함께 만나 협의를 함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상황이죠. 결국, 정부를 위해 총대를 맨 여당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을 함으로 야당이 아닌 국민 설득에 나섰는데, 이는 곧 야당을 무시한 채 예산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연말에 이렇게 뒤틀린 정치현장의 모습을 보자니 답답한 마음이 드는군요. 부디 날치기 통과나 준예산 집행 없이, 성숙한 협상과 정치력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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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준예산 준비에 나선 것은 국회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회가 어떻게 해서든 예산을 처리해 주기만 기다렸는데, 이제는 준예산을 무기로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죠. 만약 정부가 실제로 준예산을 쓴다면 국민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이로 말미암은 비난은 "정부예산을 승인하지 않으므로 정부 업무를 마비시킨" 국회가 떠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평소 정치 혐오증을 보여온 이명박 대통령이 매우 바라는 결과이겠죠.
언론은 이번 사태를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의 정부 폐쇄(Government shutdown)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1994년 선거로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클린턴 행정부가 예산을 너무 많이 쓴다면서 예산을 승인하지 않습니다. 다수당이 이렇게 나오면 행정부가 타협안을 내놓기 마련인데, 클린턴 대통령은 "예산을 승인하지 않으면 정부를 폐쇄하겠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실제로 1995년 11 부터 여러 달 동안 연방 정부는 대부분의 활동을 중지합니다. 이러한 사태가 온 책임이 클린턴에게 있느냐, 뉴트 깅리치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에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데, 결국 여론은 클린턴 편에 섰고, 이로 말미암아 클린턴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됩니다. 그가 1996년 선거에서 승리한 원인 중의 하나는 그가 정부 폐쇄 정국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죠.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태가 왔을 때, 국민은 대통령과 야당을 지지할까요? 여기엔 몇 가지 변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여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은 절대적으로 대통령 편입니다. 지금 대부분 언론은 야당을 비난하며 "명분 없는 투쟁을 포기하고 예산을 승인하라."라고 요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읽는 국민은 야당을 욕하기가 쉽겠죠. 게다가, 파업에 부정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 상(당사자가 아무리 억울한 상황이라도, 파업을 해서 사회에 불편을 준다면 대단한 비난을 듣죠), 많은 국민은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국회를 무조건 욕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부 폐쇄와 비교했을 때, 미국에선 정부를 길들이려는 공화당의 도발이 발단이 된데 비해, 이번 사태는 국회를 길들이려는 정부의 도발이 사태의 원인입니다. 먼저 공격을 하면 주도권을 잡기도 쉽지만, 반격에 대해 약점을 노출하게 되기 마련이죠. 그렇게 본다면 준예산을 거론하며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청와대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저지른다면 결국 정치적인 큰 해를 입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미국 행정부가 다수당과 대결해 이긴 것은 정부를 이끄는 클린턴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만한 정치의 고단수였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그가 정치를 혐오하는 까닭은 자신이 정치에 잘 맞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이러한 대치 상황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마련이죠. 마지막으로, 준예산 편성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도 큰 부담입니다. 만약 정말 국회가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된다면 여당내의 비 이명박계열 의원들은 정부를 동지로 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죠. 그렇게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길들이기는커녕, 국회의 지지세력을 잃어버리고 집권 후반기를 국회 전체와 싸우는 데 소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연말까지 나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올 한해 정부와 여당에 끌려다니기만 한 야당으로선 4대강 문제만이라도 성과를 올려야 하고, 여당은 정부의 협조 없이는 4대강 사업 예산을 수정할 수가 없는데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만 하니 협상의 여지를 줄 수가 없습니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정부와 여야가 함께 만나 협의를 함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상황이죠. 결국, 정부를 위해 총대를 맨 여당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을 함으로 야당이 아닌 국민 설득에 나섰는데, 이는 곧 야당을 무시한 채 예산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연말에 이렇게 뒤틀린 정치현장의 모습을 보자니 답답한 마음이 드는군요. 부디 날치기 통과나 준예산 집행 없이, 성숙한 협상과 정치력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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