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0/07 출구전략, 성공할 수 있을까? (6)
  2. 2009/06/05 계몽주의와 경제학 3- 마에스트로의 가짜 연금술 (4)
  3. 2009/03/16 돈이란 무엇인가? (9)
  4. 2009/03/09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8)
10월 6일 주식 시장은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1,600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호주의 기준금리인상이 중요한 까닭은 이것이 세계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중앙은행에서 풀었던 유동성을 거두어 들이는 정책을 뜻합니다. 작년 가을 이후로 경제위기에 처한 각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는데, 이제 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 돈을 다시 거두어들이는 것이죠. 지금까지는 출구전략을 실행한 나라가 없었지만, 호주가 시작한 이상 많은 나라가 출구전략을 쓰리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이론대로라면 유동성 공급과 출구전략을 잘만 쓰면 경제위기를 그리 힘들지 않게 끝낼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돈이 부족한 시중에 돈이 돌면서 수요가 촉진되고, 이로 말미암아 경기 전체가 살아나기 마련이고, 일단 경기가 살아나고 나면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흡수해 경기과열을 막으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동성 공급과 출구전략이 이론대로 움직이질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대 초반 미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뒤이은 출구전략이죠.

2000년에 들어 닷컴 버블이 터지고, 곧이어 9/11사태가 나면서 미국은 불황을 맞게 됩니다. 당시 FRB 의장이던 그린스펀은 유동성을 공급해 불황과 맞섭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불황은 금방 끝났지만, 시중에 넘처 나는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합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그린스펀은 다시 금리를 낮추는데, 그러자 폭등했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였고, 부동산 가격의 폭락은 파생금융상품을 타고 금융권 전체를 부실로 몰고 갔고, 결국 이는 2008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원인이 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FRB의 출구전략은 이미 2006년에 실행되었는데 2000년대 초반에 풀린 돈은 시차를 두고 2008년까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한번 흘러나간 돈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짐작하기 어려운 법이죠.

자산가격은 경기가 좋으면 오르고, 경기가 나쁘면 내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경기와 상관없이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에 자산가격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나쁜데 유동성 때문에 자산가격이 올랐다면, 유동성이 줄어들면 자산가격은 폭락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유동성을 조금 공급해서 경기를 살리고, 유동성을 조금 줄여서 경기과열을 막는다는 생각은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유동성이 많이 풀려 경기가 과열된 상태에서 유동성을 조금 줄였다간 경제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죠.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늘리고 줄이는 것도 문제지만, 여기다가 정부의 개입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중요한 사명으로 하기 때문에 경기가 과열되지 않을까 고민을 하지만, 정부는 물가상승보다는 경기침체를 더 무서워하기에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쓰려고 하면 정부가 이를 제동할 수 있습니다(특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쉽죠). 그러면 유동성은 위험할 정도로 많이 풀리게 되고, 결국 감당하지 못할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은 출구전략을 검토하겠다는데, 정부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다."는 입장을 반복합니다. 즉, 정부는 물가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유동성을 최대한 늘려 불황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국은 G20국가 중 출구전략을 가장 늦게 쓰는 국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지금 경제 상황은 모래밭에다 기초도 없이 임시 건물을 세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초가 없으니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이라 불안한지라 중앙은행은 "그만짓자."는데, 정부는 "기초 없어도 이 정도는 문제없다."며 계속 지으라고 종용하는 꼴이죠. 물론 정부의 말이 맞는다면 좋지만, 제가 보기에 이는 대단히 위험한 정책입니다. 일단 중앙은행이 위기를 막겠다고 개입한 이상 출구전략을 잘 써도 시장이 정상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정부까지 나서 출구전략도 제때 쓰지 못한다면 정말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유동성 공급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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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하는 분은 풋옵션이 무엇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풋옵션은 주식을 특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만약 내가 어느 회사의 주식을 주당 만원에 사들였고, 1년 후 이 주식을 주당 만원에 팔 수 있는 풋옵션까지 보유한다면 나는 주가와 상관없이 손해를 입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주가가 만 원이 넘는다면 풋옵션을 포기하고 시중가에 주식을 팔면 되고, 주가가 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면 풋옵션을 행사해서 만원에 팔면 되기 때문이죠. 풋옵션은 이처럼 투자자에게 유리한 권리지만, 이러한 권리를 사려면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는 풋옵션 없이 주식만 거래하죠.

그런데 90년대말 미국 증시에는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풋옵션이 존재했습니다. 바로 그린스펀 풋이 그것인데, 물론 문서로 보증하는 정식 권리는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문서 만큼이나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 그래프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주가와 기준금리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앨런 그린스펀이 FRB 의장으로 취임한 1987년 이후 주가의 추이를 보면, 1987년 10월의 블랙 먼데이를 제외한다면 주가가 크게 내리지 않고 꾸준히 상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기간에 미국이 S&L 사태, 걸프전, 멕시코 페소 위기, 러시아 디폴트 등을 겪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주가의 꾸준한 상승은 대단히 놀랍습니다. 이처럼 그린스펀이 FRB 의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어느 수준 이상을 유지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그린스펀 풋"이라고 불렀죠. 즉, 그린스펀에 대한 믿음 때문에 풋옵션을 사놓은 것만큼이나 마음이 든든하다는 뜻이었습니다.

미국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누린 90년대엔 인터넷의 발달과 중국, 인도의 세계 경제 편입, 그리고 금융공학의 발달로 세계 경제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고 따라서 과거의 경제 상식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습니다. 앨런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 자체가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잘 대변합니다.

FRB 의장이었던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파티가 무르익을 때 술병을 없애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말은, 경기가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면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높여 경기가 과열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뜻이죠. 경기가 과열되면 반작용이 일어나 다시 급랭하기 마련이고, 이는 경제 전체에 대단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경기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막아야죠.

그런데 만약 경제에서 불황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불황이 없다면 경기가 과열돼도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억제할 필요가 없겠죠. 따라서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불황을 제거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경기 과열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써서 경기를 늘 호황으로 유지할 것입니다.

물론 그린스펀이 정말 호황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의 정책을 보면 그가 불황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걱정하지 않았다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경기를 늘 과열상태로 유지하는 정책을 썼을 리가 없기 때문이죠. 그가 90년대에 주식 시장에 대해 "비이성적 과열"상태라고 경고한 것은 그가 전통적인 중앙은행총재 처럼 경기 과열을 경계한 예이지만, 이러한 예는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은 90년대엔 성공적으로 작용합니다. 당시엔 워낙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정책상의 실수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닷컴 버블이 터지고, 9/11 사태가 일어나고, 엔론과 월드콤이 파산하면서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그린스펀은 다시 한 번 저금리라는 무기를 들고 불황을 사냥하러 나섭니다. 그러자 정말 곧 불황이 사라지고, 미국 경제는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역시 마에스트로"라고 그를 치켜세웠죠.

하지만 2000년대의 미국 경제는 90년대와는 다르게 체력이 매우 허약했고, 저금리 정책은 달러화의 약세와 이에 따르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당황한 그린스펀과 그의 후임자 벤 버넝키는 물가를 잡으려 고금리 정책으로 돌아서죠.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당시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것은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줄여버리니까 돈을 쉽게 빌리 수 없게 되고, 돈을 쉽게 빌릴 수 없으니까 빚으로 떠오르던 부동산 시장이 빚의 무게를 못 견디고 한순간 무너져 내립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 하락 문제는 파생상품을 타고 금융계 전체로 퍼지고, 세계화를 타고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까지 퍼집니다. 금리 좀 올린다고 문제가 없을 것 같았는데, "어, 어" 하는 사이에 세계 대공황 이후로 최대의 위기에 빠지는 황당한 결과가 나와 버린 것입니다.

그린스펀은 중앙은행의 능력을 과신했고, 중앙은행이 처신을 잘하기만 한다면 경제를 늘 호황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재임 동안 미국은 여러 가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호황을 누렸고, 그는 역사상 가장 인기가 높은 FRB 의장이 되었죠. 하지만, 그가 경기의 흐름을 무시한 결과 미국은 불황을 통해 경제를 교정(correction)할 기회를 놓쳤고, 그 결과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러 불황을 묶은 하나의 거대한 재앙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Those who can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고 말했습니다. 그린스펀이 남긴 교훈은 지나치게 "지식의 힘"만 믿고 세상의 질서를 무시한다면 결국 큰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고도 이러한 교훈을 진심으로 깨달은 사람은 적은 것 같군요. 내일은 이에 대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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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

경제 2009/03/16 21:52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 즉 돈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사회입니다. 돈이 중심이 되다 보니, 많은 사람은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 돈을 위해 살기까지 하죠. 이렇게 사회와 개인에게 중요한 돈이지만, 사람들은 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죠.

돈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통용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놓은 징표입니다. 따라서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물건을 살 수도 있고, 남을 고용해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할 수도 있죠. 반대로,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남으로부터 돈을 받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받는 월급도, 자신이 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받는 것이지요. 이렇게 얻은 돈으로 우리는 남의 물건을 사거나 남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씁니다. 즉, 돈을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돌기 마련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돈이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에 근거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의 돈은 가치가 없습니다. 그 나라에는 재화 (즉, 가치 있는 물건)도 별로 없고, 남에게 제공할 서비스도 변변치 않기 때문이죠. 이런 나라가 경제를 발전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자본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본이 없기 때문에 공장을 짓거나, 도로를 건설하려면 남의 나라에서 돈을 빌려와야죠. "돈이 없으면 중앙은행에서 찍어내면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할찌 몰라도, 이는 돈이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에 근거하기에 불가능합니다. 즉, 가난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도 위인의 얼굴이 인쇄된 종이장 (엄밀히 말하면 종이가 아니라 면섬유지만)만 늘어날 뿐, 없던 가치가 생겨나지는 않는 셈이죠. 예를들어, 짐바브웨의 중앙은행은 열심히 돈을 찍어냈지만, 그 결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식당에서 밥값을 지불할 때 돈을 한무더기 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가치는 돈을 찍어 낸다고 생겨나지 않고, 재화와 서비스에서 생기기 마련이죠. 따라서 자본이 없는 국가가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가치가 많은 선진국의 돈을 들여와야만 합니다. 우리나라도 60-70년대 외국의 자본을 들여다가 경제발전의 기틀을 닦았고, 지금 열심히 경제 발전중인 중국도 외국의 자본을 직접 투자 방식으로 끌여와서 경제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페루 출신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소토 (Hernando De Soto)는 자본의 신비 (The Mystery of Capital)에서 제3세계의 자본 부족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라고 자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 부동산이라는 형태로 묶여 있기에 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가난한 나라는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많고, 따라서 대부분의 건물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불법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건물은 거래도 쉽지 않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도 없기 때문에 경제적 활용도가 극히 떨어진다는 말이지요. 이러한 불법 부동산을 가치로 환산한다면 가난한 나라를 위한 외국의 원조보다 몇 배나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나라의 문제는 가치 있는 재화가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재화가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돈으로 바뀔 수 없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즉, 돈이 재화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이지요.

그에 비해, 많은 선진국의 문제는 돈이 재화나 서비스 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지금 미국이 그러한데, 미국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돈을 마구 찍어내는 중입니다. 이를 양적 양화 (quantitative ease) 정책이라고 부르지요. 엄밀히 말해 미국은 최근에 재화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재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돈도 줄어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재화의 가치는 줄었는데, FRB에서는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덜어준다면 돈을 마구 찍어내 은행에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면 FRB에서 돈을 받는 은행들은 좋겠지만, 시장 전체로 보자면 돈이 제대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겠죠.

돈이 경제의 중심인 것은 돈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내가 돈을 받고 물건을 건내는 까닭은, 받은 돈의 가치가 물건의 가치만큼 된다고 믿기 때문이죠. 만약 내가 받는 돈이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와 상관 없이, 경제위기를 끝내기 위해 중앙은행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경제위기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지금 돈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노력은 결국 monetary system에 대한 불신을 심화해 결국 세계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큽니다. 돈의 가치를 보존하려면, 진정한 가치에 근거하지 않은 통화의 증가를 없애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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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가 6500선까지 밀리는 약세장이 펼쳐졌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퍼졌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 위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2009년 상반기면 어느 정도 위기가 끝나리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지금은 올해 안에 경기가 살아나리라고 보는 사람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이번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깨닫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지요.

상황이 점차 악화하면서, 이번 경제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한 회의도 늘었습니다. 미국 정부. 그리고 FRB의 위기 해법은, 쉽게 말해 "돈을 풀어 해결하기"입니다. 돈이 부족해 위기에 몰린 은행,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주택담보 대출금을 못값아 고생하는 국민에게도 돈을 빌려주고, 정부의 예산을 늘려 더 많은 돈이 시중으로 흘러가도록 함으로, 결국은 경제 전체에 활기가 돌아 위기가 끝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지요.

하지만, 미국 정부가 450억 달러를 지원한 시티그룹의 주가가 1달러 선까지 떨어졌고, 134억 달러를 지원한 GM은 300억 달러를 더 요청하는 등,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세금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만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러니 다우지수가 곤두박질 쳐도 당연하겠죠.

경제위기가 시작한 지 6개월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미국 정부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원인은, 미국 정부가 과거의 경제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이트너 장관이나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학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케인스주의와 통화주의의 이론대로 문제를 해석하고 해법을 찾지만, 이러한 경제학은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결코 올바른 문제 해결의 길잡이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과거의 패러다임에 따른 해법을 많이 내놓을 수록 경제 상황은 점차 안 좋아질 수 밖에 없죠.

경제학은 진공 속에 존재하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되는 학문입니다. 어떤 이론이 유행하다가, 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경제현상이 나타나면 새로운 환경을 잘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이 유행하는 식이지요. 예를 들어, "정부가 간섭하지 않을 때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최상의 효율을 낸다"는 아담 스미스의 주장은 국가의 간섭을 거부하던 신흥 상공인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기억에서 사라졌을 것이고, "유효수요가 부족할 때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 유효수요를 진작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이론은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유효수요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경제 이론뿐 아니라 경제 제도도 현실이라는 실험을 통해 탄생하는 법입니다. 중앙은행이라는 제도도 그렇습니다. 미국은 20세기 초까지 제대로 된 중앙은행이 없었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의 흐름을 조절해 시민을 착취하는 또다른 권력이라는 거부감이 강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1907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예금주들이 동시에 은행에서 예금을 빼가는, 이른바 "run on the bank"가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멀쩡한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에 빠지면서 무녀졌죠. 이러한 경험 때문에 중앙은행에 대해 거부하던 미국인들도 결국은 중앙은행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1913년 연방준비제도 (the Federal Reserve System)가 탄생합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연방준비은행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에 자금을 대줌으로 은행이 부도가 나지 않도록 막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탄생의 배경 때문에, 작년에 많은 미국 은행들이 위기에 빠지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the Federal Reserve System을 이끄는 지역 책임자를 governor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모인 조직이 the Federal Reserve Board죠)는 "아,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으니 우리가 돈을 빌려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엄청난 금액을 은행에 지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버냉키 의장이 추진한 quantitative ease 정책이었죠. 하지만, 1907년의 유동성 위기는 뱅크런 때문에 갑자기 자금이 부족한 은행들이 무너진 것이고, 2008년의 금융위기는 파생상품에 지나치게 투자한 은행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아니고, 따라서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FRB는 전통을 따라 은행에 현금을 퍼붓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돈만 낭비하고 은행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결국, 이번 경제위기 해결이 늦어지는 원인은 미국 정부가 20세기 경제학과 20세기 경제 기구로 21세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제위기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이론과 경제 기구가 탄생하기까지, 세계 경제는 당분간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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