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07 국민이 영리해졌다 (3)
  2. 2008/06/04 미국이 쇠고기 수출을 자제하지 않을 이유... (2)
5월에 시작한 촛불집회는 6월에 들어서도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모습입니다. 처음에 촛불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조그맣게 시작할 때만 해도 "그저 몇 번 모이다 말겠지"하는 예상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정부가 작심한 듯 촛불에 휘발류 뿌리는 정책으로 도와준 덕에 "시내 교통혼잡"을 눈물겹게 우려해주는 보수언론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모임 참가자는 늘어났고, 국민에게 물대포 쏴대고 집회 참가자 머리 밟는 경찰 덕분에 시위의 열기도 한층 뜨거워졌습니다.

이러한 국민의 움직임에 놀란 정부와 한나라당은 연일 온갖 대책과 대책을 미화하는 수사법을 동원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지만, 갈수록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만 떨어질 뿐, 국민은 꿈쩍도 안하는 모습입니다. 처음 미국 쇠고기 수입협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드높을 때 국민은 바쁘게 움직이고 정부는 꿈쩍도 안했는데, 이제 입장이 바뀐 셈이지요.

최근 촛불 집회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국민이 장기전을 준비한다는 사실입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정부에서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발표가 당장 나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따라서 시위는 계속되어야 하겠고, 이왕 계속 시위를 하려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게 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즉, 긴장해서 계속 전경과 대치하기 보다는, 김밥도 나눠 먹고, 공연도 보면서 쉬엄쉬엄 재미있게 시위를 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지요. 이러한 시민의 태도는 정부에 대단한 골치거리를 안겨줍니다. 사실 시민이 성급한 마음에 돌맹이도 던지고, 기물도 부수고 해야 질서를 찾으려는 여론이 형성되어 강하게 시위대를 밀어붙일텐데, 교통혼잡 일어날까봐 퇴근시간 이후에야 거리로 나서는 시위대에 대해선 도저히 강력하게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차도로 나선 사실에 대해 문제 삼아 몇 백명 연행하긴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 계속 잡아들이기도 힘들고, 또 잡혀온 사람들도 공권력의 부당한 집행에 대해 항의하고, 민변에서 변호사가 오기까지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연행한 보람을 못느낀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민의 태도 뒤에는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이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한 일은 아무리 정부라도 함부로 처벌할 수 없다"는 믿음이 굳게 버티고 있습니다. 즉, 예전 같으면 시민도 법을 어기고 경찰도 법을 어기면서 서로 싸웠는데, 이제는 시민들이 철저하게 법을 지키는 바람에 경찰도 법의 틀 안에서 대응해야 하고, 사실 법의 틀 안에서 이처럼 준법정신이 투철한 시민을 처벌할 방법이 없어 경찰이 난감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도로로 나간 것은 불법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하위법인 집시법의 세부조항으로 불법화 하는 것은 분명히 법의 정신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에 대해선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특수임무수행자회의 시청앞 광장 점령 사태는 시위대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지난 몇주간 계속 촛불집회가 열린 시청앞 광장을 북파공작원들이 차지하였을 때, 많은 시민들은 놀라고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민들은 침착하게도 시위 장소를 대한문쪽으로 옮겨 평화롭게 집회를 열었습니다. 만약 이날 몸싸움이라도 벌어졌으면 조중동에서는 "갈때까지 간 촛불집회" "폭도에게 점령당한 시청앞 광장" 등의 제목으로 촛불집회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올라오고, 시민들은 많이 위축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성숙한 반응으로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고, 촛불집회는 무사히 진행하였습니다 (이상은 5일 상황이고, 6일에는 충돌이 벌어졌는데, 서로 싸운 것이 아니라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시민 5-6명을 때렸다고 합니다).

지금 시민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불순세력이 프락치를 동원해 폭력사태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지나치게 강경한 주장을 펼치면 당장 "프락치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왕따되는 분위기입니다. 즉, 대다수의 시민들은 시위를 하되, 정부에 강경 진압의 빌미를 제공하는 과격행위는 절대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대포를 발사하고, 여대생이 군화발에 밟혀도 시위대가 늘어날 뿐, 과격한 시민의 대응은 없습니다. 심지어 온라인 상에서도 시위에 관련한 근거가 없는 괴소문은 잘 전파가 안되는 모습입니다. 근거가 있는 소문이면 사진과 동영상이 뜨거나, 중립적인 언론에서 보도를 할테니 누가 맞아죽었다는 식의 소문은 의심을 사서 잘 전파가 안되기 마련이죠).

이러한 모습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 국민이 참 영리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유혹 (과격한 반응)을 뿌리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움직이니 어찌 영리하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문제는 국민은 2GB도 부족할 수준인데, 정부는 2MB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니 답답하다는 점입니다. 언제쯤 이 나라 정부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찌 몹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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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월요일에 "계속되는 시위에 정부가 항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예측한 직후, 꿈쩍 않던 이명박 정부는 정말로 사태 진정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장관고시를 관보에 계제하지 않고, 미국측에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출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이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국민이 기대하는 안전의 수준에는 미흡하지만, 어쨌든 정부가 조금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측은 이러한 한국정부의 요청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일부에서는 미국이 곤경에 처한 이명박 정부를 돕기 위해 요청을 수락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 이는 미국의 외교에 관한 태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미국인은 외교를 상당히 통이 크게 진행합니다. 따라서 좌로 우로 재고, 계산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한가지 목표를 세워놓고 꾸준히 밀고 나갑니다. 그러다가 부작용이 나면 그때 가서 부작용을 해결하는 정책을 내놓습니다. 즉, "이렇게 하다간 부작용이 날태니 처음부터 살살해야지" 하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잘 보입니다. 일단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고, 친미정권을 세우는 목표를 정해 놓으면, 중간에 아무리 반미감정이 심해지고, 친미정권이 민심을 잃는다 할찌라도 그러한 목표를 향해 달려갑니다. 지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겪는 국가적 혼란은 이러한 정책의 결과죠.

이렇게 본다면 미국이 이명박 정권을 돕고자 자발적으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출을 자제하리라는 기대는 근거가 희박합니다. 미국은 자신들과 친한 정권을 통해 최대한 이권을 누리고, 결국 국민의 저항이 심각해지면 빠져나오는 방식을 좋아하지 (쿠바나 이란이 좋은 예입니다), 친미정부가 오래 존속하도록 욕심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세련되고 똑똑한 제품 보다는 크고 우직한 제품을 잘 만드는 양키 센스가 외교에도 드러나는 것이지요.

지금 미국이 보기에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이익을 얻어내기에 가장 좋은 파트너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위험할 정도로 미국과 힘겨루기를 했기에 함부로 대하질 못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선물을 들고 백악관에 찾아올 정도로 자발적으로 미국을 도와주는 정부입니다. 미국 입장에선 이러한 상황에서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려고 하겠죠. 물론 이러한 정책 때문에 다음 대선에선 미국과 친하지 않은 대통령이 당선될찌 모르지만, 미국 입장에선 그러한 대통령은 그때 가서 다루어야할 문제이지, 그러한 대통령의 출현이 무서워 눈 앞에 보이는 이익 (30개월 이상된 쇠고기의 수출)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여기겠죠.

그렇게 본다면 정부의 이번 미봉책도 성공하기는 힘들고, 정부와 국민의 힘겨루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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