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공천을 둘러싼 내분으로 총선승리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어제 박근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측의 처사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현하였습니다. 박근혜 의원의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최대한 감정적 발언을 억제하던 모습과는 매우 다른 태도였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속았다"는 말을 한 것은 바꿔 말하면 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측을 "믿었다"는 뜻입니다. 즉, 공천을 공평하게 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고지 곧대로 믿었기에 지금까지 참았는데,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측이 자신의 세력을 제거하려고 처음부터 작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죠. 사실 이명박 대통령측이 박근혜 의원 세력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정치판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는데, 박근혜 의원은 너무 순진하게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믿었다는 점이 실수였죠. 어쨌든 순진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속았다고 깨닫는 순간 대단한 분노 폭발하기 마련이기에 박근혜 의원의 상한 감정은 쉽게 치료되기 힘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 대표인 강재섭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기자회견이 나오자 바로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온 몸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대표나 되는 사람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도, 이 정도로 사태가 수습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의 실세라고 보기는 힘들고, 단지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는 점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가 갈수록 친이계의 성격을 드러내면서 버퍼 역할을 못하였고, 따라서 이제 그가 정치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즉, 정치적으로 가치가 없는 강대표가 총선에 출마하건 안하건, 한나라당의 내분은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죠.

강재섭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전화를 걸어, "왜 혼자 책임을 지려 하느냐" 고 물었습니다. 박근혜 의원의 발언은 강재섭 대표가 수습하고, 강재섭 대표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수습하려는 모습에서,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전혀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게다가 강재섭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상의도 없이 움직였으니, 강재섭 대표의 살신성인은 사태의 큰 흐름을 막지 못하는, 무의미한 희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심지어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조선일보조차 김대중 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를 비난할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대중을 의식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서민 생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생필품 가격 잡으라"는 지시나 "박대통령은 밀가루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설렁탕에 사리를 넣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일화의 언급 등은 그러한 예이고, 실제로 이러한 언행에 감동한 국민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판은 그러한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말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정치꾼으로 가득하고, 이러한 정치꾼을 다스리려면 정치판의 큰 흐름을 잘 읽고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미리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불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에겐 이러한 정치적 식견이 부족하고, 주변에 이를 도울 사람도 없는 듯 보이는군요.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이 불도저라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이 말려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성격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죠. 실제로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난을 들은 장관 임명과, 박근혜계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 등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나 그의 참모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기만 할 뿐, 욕심을 억누르고 상대방 (또는 국민)과 공생하려는 태도는 부족하다는 사실 드러납니다. 이러한 공격은 언젠가 상대방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반발에 대한 대처능력이 극히 떨어지는군요.

어쨌든 이제 갓 출범한 정부인데, 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는 극도로 높아 보입니다. 앞으로 5년이 매우 걱정되네요.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국민에게 피로를 안겨준다면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200석 획들을 기대하던 한나라당이 이제 과반수 의석 확보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까닭은 바로 이러한 상황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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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제가 사는 동네에 걸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을 보면, 1월에 걸린 현수막엔 예비후보와 이명박 당선자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이명박의 선택" 등의 문구가 보이는데 비해, 2월 중순 이후에 걸린 현수막엔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이 나오지 않고 예비후보만 나오더군요. 지나친 해석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변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더 이상 선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한나라당에 퍼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말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거의 두배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두었을 때, 이명박 당선자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노력으로 가난을 이기고 한국 경제 발전의 상징과 같은 현대 그룹에서 CEO를 지낸 경제인 출신의 대통령에 대해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았고, 이러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인기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얻는 대승을 거두리라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는 인수위의 출범과 함께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인수위가 새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임시 조직이 아니라 마치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영구 조직인양 영어 몰입 교육에서 출퇴근시간 직행 지하철 운행까지 다양하고도 설익은 정책을 내놓아 국민을 혼란에 빠트렸고, 국민은 출범도 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점차 줄여 나갔기에, 70%대에서 출범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다르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당시 지지율이 겨우 50% 선에 머물렀습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각종 비리 의혹에 연류된 사람을 장관으로 뽑음으로 결정적으로 정이 떨어지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게다가 세계 경제 상황이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았고, 몇 달째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최근의 환율 불안은 한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제 상황은 엄밀히 말해 이명박 대통령의 영향력 밖에 있기는 하지만, "경제 살리겠다"는 구호로 대통령이 되었기에, 어떠한 이유에서건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좌파나 우파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실용주의를 강조하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좌파나 우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그는 정치를 국민이 잘살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듯 하고, 이를 위해선 어떠한 방법을 써도 괜찮다고 믿는 듯 보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정치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실용 정치"가 많은 모순을 내포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강조하며 대기업 사장들에게 직접 전화하도록 허용했다는데, 국민들을 향해서는 "생활 필수품 50개 품목에 대해 집중 관리"를 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즉,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열심히 도와주면서, 동시에 국민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업을 억누르겠다는 말입니다. 이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이른바 포퓰리즘인데, 이런식의 포퓰리즘은 장기적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정책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에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어차피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통합민주당이 석권할 것이고, 승부처는 수도권일 것인데, 수도권 민심이 빠르게 한나라당을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곳도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문국현 후보에게 밀린다는 여론조사는 충격적입니다. 이재오 의원은 이미 대선 전 부터 박근혜 의원을 공격하여 한나라당내 우파에게 미운털이 박힌 상태입니다. 좌파는 당연히 실어하고, 우파도 등을 돌린다면 아무리 3선의원이라 해도 선거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겠죠. 이는 이명박 정부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문국현 후보는 작년 대선에서 인터넷 상의 돌풍을 오프라인의 돌풍으로 이어가지 못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두었고, 특히 대선이 끝난 다음 그를 돕던 정치인들이 모두 떠나가 정치적 장래가 불투명하던 차에 당시로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이던 3선의 이재오 의원과 무모해 보이는 맞대결을 택했는데, 지금까지로는 문국현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입니다. 만약 문국현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는 문국현 후보를 무시할 수 없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겠지요. 물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은 지금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이재오 의원과 문국현 후보의 대결이 이번 총선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으로 한 달 남은 기간 동안 민심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변할찌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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