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 학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1/12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공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4)
  2. 2008/12/18 케인즈 학파 대 오스트리아 학파 (13)
작년 노벨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는 대표적인 케인지언 경제학자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케인즈의 이론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근에 개정판이 나온 공황경제의 재림과 2008년의 위기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에서 그는 "사라진 듯 하던 공황 경제가 다시 나타났고,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대공황기에 형성된 케인즈 학파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제 공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듭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사는 젊은 부부들이 서로 애를 봐 주는 조합을 구성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들은 남의 애를 봐주면 쿠폰을 받고, 자신이 남에게 애를 맡기면 쿠폰을 주죠. 그런데 이 조합이 쿠폰을 많이 준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태에서는 남에게 애를 맡기고 싶어도 쿠폰이 없으니 맡길 수 없고, 따라서 아주 중요한 행사를 대비해 쿠폰을 아끼느라 평소에는 남에게 애를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남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으려고 한다면, 남의 애를 봐 주고 쿠폰을 얻으려는 사람도 쿠폰을 얻을 기회가 없겠죠. 따라서 애를 봐주는 조합에 애를 봐주는 활동은 거의 정지하게 됩니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불황이란 근본적으로 이와 동일한 상황입니다. 즉,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방탕하기 때문이 아니라, 통화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지요. 경기침체가 "도덕적 문제가 아니고 기술적 (technical) 문제"라면, 이에 대한 해답도 기술적이겠죠. 케인즈 학파에서 내놓는 경기 침체의 해결책은 바로 통화량 공급의 확대입니다. 애 봐주는 조합의 예로 돌아가서, 애를 봐 주고 얻는 쿠폰이 부족해서 애를 봐주는 활동이 줄어들었다면, 쿠폰의 발행을 늘리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국가에서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태라면, 정부가 적자 예산을 편성해 지출을 확대하면, 돈이 돌기 시작하고, 따라서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쿠폰의 발행을 늘려도 사람들이 쿠폰을 쌓아두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쿠폰을 빨리 쓰도록 유인할 조치가 필요하겠죠. 예를 들어, 과거에 얻은 쿠폰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조항을 마련한다면, 사람들은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쿠폰을 쓰겠고, 따라서 애 봐주는 활동이 다시 활발하게 일어나겠죠. 크루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이처럼 소비를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돈을 푸는 정도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야 하지요.

실제로 지금 각국 정부의 정책을 보면 크루그먼 교수가 제시하는 케인즈학파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해 돈을 풀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발권력까지 동원해 자금을 공급합니다. 그러면 시중에선 돈이 넘치고,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지요.

작년 가을 이후로 한국은행은 발권력을 동원해 거의 40조억원의 돈을 풀었습니다. 이러니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율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케인즈 학파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아주 좋은 정책입니다. 물가가 올라야 소비자들이 돈을 쌓아두기 보다는 돈을 써버리는 편이 낫다고 깨닫기에 소비가 늘기 때문이죠. 하긴 전자 제품을 살 때, "조금 더 참으면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이 나올텐데" 하는 심리 때문에 구입을 늦춰본 사람이라면, 그 반대 되는 상황에서는 지출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잘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론일 뿐이고, 실제로 물가 상승은 경제 위기를 심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인 인식이 강한데, 물가까지 오르면 "정말 살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에서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불쾌지수를 올리기에 경제에 커다란 짐으로 작용한다는 말이지요. 게다가,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이 없기 때문인데 (주거비, 이자비용, 자녀 교육비 등의 부담이 크기에), 돈이 없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른다고 지출을 늘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물가상승은 경제는 살리지 못하고 서민의 삶만 힘들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케인즈 학파의 해법이 꼭 틀리다는 보장이 없긴 하지만, 함부로 인플레이션 유발했다가 국민의 생활만 어렵게 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작년 8월까지만 해도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던 한국은행의 배신은 뼈아프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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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 정부의 대책은 결국 정부지출을 늘려 시중에 돈을 풀고, 이로 인해 경기를 자극한다는 내용입니다. 주류 언론을 보면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거나, 아예 더 강도 높은 예산 지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보면, 특히 이른바 "고수"로 불리는 분들 중엔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 분들은 정부가 아무리 지출을 늘려도 경제 위기가 해결되지는 않고, 따라서 미국 정부의 금융구제나 한국 정부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집행은 돈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하죠. 그렇다면 왜 하나의 현상에 대해 이처럼 다른 의견이 존재할까요? 이는 경제를 보는 관점이 틀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케인즈 학파와 오스트리아 학파의 견해 차이를 인정해야 지금 인터넷에서 들려오는 전혀 다른 의견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케인즈 학파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경제이론을 따릅니다. 케인즈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을 연구한 결과, 불황기에는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로 인해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정부의 지출 확대를 통한 수요의 증가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따라서 케인즈 학파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경제위기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경제학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케인즈 학파와는 다르게, 오스트리아 학파는 경제학계에서 비주류이고, 또한 일반인에게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죠. 19세기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했기에 오스트리아 학파라고 불리는 이 학파는, 2차 대전 이후로는 "미국 학파"라고 해도 될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수학 모델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기에 수학 모델을 배제한, 언어 중심의 경제학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오스트리아 학파는 경제에서 개인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갑작스럽게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인간들의 상호작용인 경제현상을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오스트리아 경제학을 따르는 사람들은  종이 돈의 가치를 낮게 여기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의 변동이 적은 금을 대단히 중요시 여깁니다. 또한 오스트리아 학파는 빚을 내 생활하는 방식을 부정적으로 보고, 지금 벌어지는 경제위기는 정부와 개인이 지나치게 빚을 많이 낸 결과로 해석합니다.

케인즈 학파와 오스트리아 학파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케인즈 학파는 공황이 발생하면 정부가 나서서 재정지출을 늘려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에 비해 오스트리아 학파는 개인 중심의 경제학이기에, 정부의 개입은 늘 시장을 왜곡하고,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 자체가 경제를 죽인다고 보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대해서도 케인즈 학파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중요시하는데 비해, 오스트리아 학파는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결국 실패하리라고 믿습니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자유 시장 경제를 강조하고, 정부의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우파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오스트리아 학파를 따른다고 모두가 우파는 아니죠). 그런데우파든 좌파든 정치인은 정치가 경제를 좌우할 수 있다고 믿기 마련이고, 따라서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없애기 바라는 오스트리아 학파는 정치인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오스트리아 학파를 따르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은 올해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던 론 폴인데, 그는 공화당 내에서도 매우 특이한 인물 (어쩌면 존 매케인을 뛰어넘는 진정한 maverick)입니다.

시카고 학파는 자유 시장 경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오스트리아 학파와 연관이 깊지만, 오스트리아 학파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대단한 거부감을 보이고,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인 통화량 증가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데 비해, 시카고 학파는 (최고한 80년대 까지는) 통화량이 적정 수준으로 증가해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한다고 보는 통화주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시카고 학파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에 따르면 1929년의 경제대공황은 통화량의 부족 때문이고, 따라서 대공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통화를 충분히 공급해야 합니다. FRB 의장인 벤 버냉키는 프리드먼의 대공황 원인분석에 대해 동의하고, 따라서 이번 경제위기도 통화량을 충분히 공급함으로 이겨내려고 노력합니다.

경제학계에서 오스트리아 학파는 영향력이 작은 원인은, 오스트리아 학파의 주장이 주류 경제학과 워낙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스트리아 학파가 수학적 모델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제대로 된 학문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수학을 통한 증명이 꼭 필요한데, 추상적인 수학 모델로 경제를 설명하길 거부하는 오스트리아 학파는 학계에서 주류로 자리잡기 힘들죠. 그리고 학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정치계, 언론계에서도 오스트리아 학파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돈을 많이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죠. 하지만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분 중엔 오스트리아 학파의 영향을 받은 분이 많습니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주류 이론이 아니긴 하지만, 케인즈 학파와 시카고 학파가 이번 경제위기를 예측하지도 못했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대안으로 떠오르는 중입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오스트리아 학파가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가 파국을 불러올 것을 경고해왔고, 금이야 말로 안전한 가치의 보관수단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경제위기와 금값 상승을 정확하게 예측했기에 더욱 주목을 받는 중입니다. 사실, 종이돈 보다 금을 선호하고, 절약과 저축을 강조하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주장은 21세기보다는 19세기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21세기의 경제가 과도한 신용거래와 중앙은행의 통화 남발로 위기에 빠졌기에, 19세기의 경제가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앞으로 오스트리아 학파가 경제학의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을찌 궁금해지는군요.

참고글- Why Austrain Economics Matters

P.S. 저는 한국에 잘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인터넷이 없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가 어렵네요. 빠른 시일 내에 인터넷을 연결해 블로깅에 차질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며칠간 글이 잘 안올라 오더라도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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