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즈와 사인펠드는 90년대 말 NBC의 전성기를 이끈 코미디였습니다. 프랜즈는 1994년에서 2004년까지 방영하였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작품입니다. 사인펠드는 1990년에서 1998년까지 방영하였고, 세계적인 인기는 프랜즈보다 낮을찌 모르지만, 미국 내의 인기는 프랜즈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예를 들어, IMDB.com의 네티즌 평점을 보면 프랜즈 8.9, 사인펠드 9.4).
프랜즈와 사인펠드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송국에서 방영한 시트콤이기에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많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프랜즈가 추구한 유머가 인간의 보편적인 유머감각에 의지하는 유머인데 비해, 사인펠드는 전형적인 유대인 유머라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프랜즈의 인기가 사인펠드보다 높은 이유는 이러한 유머 감각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프랜즈와 사인펠드의 또 다른 차이점은 제작 방식입니다. 프랜즈의 제작 과정을 보니 10여명의 작가가 모여 계속 유머를 쏟아 놓고, 그 중 가장 웃기는 소재를 극으로 꾸미는 방식이더군요. 이러한 제작 방식은 극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반대로 특정한 개인의 색깔이 반영되지 않아서 공장에서 찍어낸 대량생산품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쉽게 말해 개성이 부족한 것이지요. 그에 비해 사인펠드는 제리 사인펠드와 래리 데이빗이라는 두 사람의 개성이 뚜렷하게 작품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작품을 보다 보면 "이건 래리 데이빗의 아이디어일 것이고, 이건 제리 사인펠드의 아이디어 같다"는 감이 오죠 (레리 데이빗의 특징은 죄책감과 부끄러움입니다. 따라서 극중에서 조지가 자신 때문에 부부가 이혼했다고 믿거나, 쓰레기통의 음식을 먹다 걸리는 장면은 분명히 래리 데이빗의 아이디어죠. 그에 비해 사인펠드는 슈퍼맨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강합니다. 따라서 Bizarro Superman을 패러디한 Bizarro Jerry는 당연히 제리 사인펠드의 아이디어죠).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두 프로그램은 친구들을 대안가족의 모델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입니다. 프랜즈는 나중에 챈들러와 모니카가 결혼해 가정을 꾸미고, 로스는 중간에 몇 번 결혼을 하지만, 크게 봐서는 젊은 친구들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마치 가족처럼 알고 살아가는 모습이고, 사인펠드는 사인펠드라는 코미디언을 중심으로 고등학교때 부터 친구인 조지, 옛여친 일레인, 이웃사촌 크레이머가 늘 모였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가족처럼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이는 90년대 가족관의 반영인데, 즉, 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엔 "황량한 도시에 가족 없이 살아간다 하여도 친구만 있다면 괜찮다"는 생각이 유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인들이 "가족을 재발견" 함으로 바뀌고, 이는 TV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형을 구해내기 위해 자신도 감옥에 들어가 탈옥을 시도하는 동생의 이야기 (프리즌 브레이크), 가족과 함께 교외에서 평온하게 살아가기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위기의 주부들) 등은 가족을 중시하는 2000년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죠. 이제 미국에서도 친구를 가족삼아 사는 모습은 더 이상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힘든 것 같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프랜즈와 사인펠드 같은 인기 높은 코미디가 안 나오는 이유는 미국 사회가 웃음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90년대 미국은 냉전에서 소련을 이긴 자신감,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신경제 (New Economy)의 호황으로 사회 전체가 느슨하고 여유로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쉽게 웃고 즐기는 분위기가 강했고, 따라서 코미디도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은 9/11 테러를 경험하였고,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찌 모른다는 불안감, 계속되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오는 피로,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한 팍팍한 삶으로 고통 받게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이처럼 스트레스 많은 상황을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보며 풀기 원했고, 따라서 시간에 쫓기며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해야 하는 수사관의 이야기 (24 Hours), 비행기 사고로 낮선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Lost),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실제 후보들의 진땀 나는 모습 (아메리칸 아이돌)을 즐겨 봤습니다. 실제로 Nielson Ratings의 시청률 1위 자료를 보면 80-90년대는 코스비쇼, 치어스, 사인펠드 등 코미디가 1위를 차지한 해가 많지만, 2000년대로 넘어서면서 2002년의 프랜즈를 제외한다면 CSI, 아메리칸 아이돌, 서바이버 등, 충격적인 모습을 담은 드라마나 진땀나는 상황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프랜즈나 사인펠드는 90년대 미국이라는 독특한 상황에서 탄생하였고, 따라서 다시는 이런 작품을 보기 힘들찌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얼마전 사인펠드가 만든 Bee Movie를 보고 반가웠는데, 사인펠드는 활동이 뜸하니 레리 데이빗의 Curb Your Enthusiasm이라도 보며 흘러간 시절을 추억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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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즈와 사인펠드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송국에서 방영한 시트콤이기에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많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프랜즈가 추구한 유머가 인간의 보편적인 유머감각에 의지하는 유머인데 비해, 사인펠드는 전형적인 유대인 유머라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프랜즈의 인기가 사인펠드보다 높은 이유는 이러한 유머 감각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프랜즈와 사인펠드의 또 다른 차이점은 제작 방식입니다. 프랜즈의 제작 과정을 보니 10여명의 작가가 모여 계속 유머를 쏟아 놓고, 그 중 가장 웃기는 소재를 극으로 꾸미는 방식이더군요. 이러한 제작 방식은 극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반대로 특정한 개인의 색깔이 반영되지 않아서 공장에서 찍어낸 대량생산품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쉽게 말해 개성이 부족한 것이지요. 그에 비해 사인펠드는 제리 사인펠드와 래리 데이빗이라는 두 사람의 개성이 뚜렷하게 작품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작품을 보다 보면 "이건 래리 데이빗의 아이디어일 것이고, 이건 제리 사인펠드의 아이디어 같다"는 감이 오죠 (레리 데이빗의 특징은 죄책감과 부끄러움입니다. 따라서 극중에서 조지가 자신 때문에 부부가 이혼했다고 믿거나, 쓰레기통의 음식을 먹다 걸리는 장면은 분명히 래리 데이빗의 아이디어죠. 그에 비해 사인펠드는 슈퍼맨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강합니다. 따라서 Bizarro Superman을 패러디한 Bizarro Jerry는 당연히 제리 사인펠드의 아이디어죠).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두 프로그램은 친구들을 대안가족의 모델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입니다. 프랜즈는 나중에 챈들러와 모니카가 결혼해 가정을 꾸미고, 로스는 중간에 몇 번 결혼을 하지만, 크게 봐서는 젊은 친구들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마치 가족처럼 알고 살아가는 모습이고, 사인펠드는 사인펠드라는 코미디언을 중심으로 고등학교때 부터 친구인 조지, 옛여친 일레인, 이웃사촌 크레이머가 늘 모였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가족처럼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이는 90년대 가족관의 반영인데, 즉, 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엔 "황량한 도시에 가족 없이 살아간다 하여도 친구만 있다면 괜찮다"는 생각이 유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인들이 "가족을 재발견" 함으로 바뀌고, 이는 TV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형을 구해내기 위해 자신도 감옥에 들어가 탈옥을 시도하는 동생의 이야기 (프리즌 브레이크), 가족과 함께 교외에서 평온하게 살아가기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위기의 주부들) 등은 가족을 중시하는 2000년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죠. 이제 미국에서도 친구를 가족삼아 사는 모습은 더 이상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힘든 것 같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프랜즈와 사인펠드 같은 인기 높은 코미디가 안 나오는 이유는 미국 사회가 웃음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90년대 미국은 냉전에서 소련을 이긴 자신감,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신경제 (New Economy)의 호황으로 사회 전체가 느슨하고 여유로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쉽게 웃고 즐기는 분위기가 강했고, 따라서 코미디도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은 9/11 테러를 경험하였고,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찌 모른다는 불안감, 계속되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오는 피로,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한 팍팍한 삶으로 고통 받게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이처럼 스트레스 많은 상황을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보며 풀기 원했고, 따라서 시간에 쫓기며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해야 하는 수사관의 이야기 (24 Hours), 비행기 사고로 낮선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Lost),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실제 후보들의 진땀 나는 모습 (아메리칸 아이돌)을 즐겨 봤습니다. 실제로 Nielson Ratings의 시청률 1위 자료를 보면 80-90년대는 코스비쇼, 치어스, 사인펠드 등 코미디가 1위를 차지한 해가 많지만, 2000년대로 넘어서면서 2002년의 프랜즈를 제외한다면 CSI, 아메리칸 아이돌, 서바이버 등, 충격적인 모습을 담은 드라마나 진땀나는 상황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프랜즈나 사인펠드는 90년대 미국이라는 독특한 상황에서 탄생하였고, 따라서 다시는 이런 작품을 보기 힘들찌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얼마전 사인펠드가 만든 Bee Movie를 보고 반가웠는데, 사인펠드는 활동이 뜸하니 레리 데이빗의 Curb Your Enthusiasm이라도 보며 흘러간 시절을 추억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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