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라던 80년대에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김치를 안먹는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80년대는 한국인이 처음으로 햄버거와 피자 등 서양 음식을 대량으로 먹기 시작하던 시기고, 따라서 어린이들의 입맛도 점차 서양 음식맛에 길들면서 김치 같은 전통적인 음식을 거부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죠. 당시 어른들은 몇십년만 지나면 김치를 먹는 사람은 사라지리라고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어린이가 어른이 된 지금, 김치는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언제 보다도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인이 하도 김치를 좋아하기에, 김치는 세계적으로 한국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죠.
한국인이 이처럼 사랑하는 김치이기에, 많은 사람은 김치의 역사가 대단히 오래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김치맛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고추가 17세기에 들어서야 한국에 들어왔으니, 오늘날 같은 김치의 탄생은 18세기에서나 가능했을 것이고, 실제로 배추김치를 1년 내내 먹는 풍습은 비닐하우스 재배가 일반화한 최근 몇십년내에 생겨났습니다 (그 전에는 철마다 다른 재료로 김치를 했겠죠). 즉, 배추김치가 한국인의 식탁에 꼭 필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것은 매우 최근의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민족의 사랑을 받는 문화나 풍습은 역사가 길어야 한다고 믿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그 민족과 잘 맞는 문화는 짧은 시일 안에 자리잡고, 그렇지 못한 문화는 역사가 길다 할찌라도 빠르게 버려지기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태권도는 전통적인 무술에 기초하지만, 우리가 아는 형태로 발전한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의 일입니다. 꽹과리, 징, 장구, 북을 모아 놓은 연주인 "사물놀이"는 30년전에 생겨났습니다. 즉, 탄생한지 몇십년 밖에 안된 문화라 할찌라도, 민족의 정서에 맞으면 민족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지요.
예루살렘에서 뉴욕까지, 유대교를 열심히 믿는 정통파 유대인들은 검은색 모자와 양복을 입습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양복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열심히 입을까요? 그 이유는 18-19세기 동유럽의 유대인들이 대단히 유대교를 열심히 믿었고, 따라서 유대교가 융성하던 당시 사람들의 복장이 유대교의 전통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유대인들의 검은 양복도 최근에 생겨난 새로운 전통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어떤 문화가 역사가 깊기 때문에 꼭 우리 민족의 문화고, 어떤 문화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우리 문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은 듯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문화가 지금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가 하는 점이지요. 오늘날 우리가 서양식 음악을 듣고 서양식 옷을 입는다고 슬퍼하는 사람이 있을찌도 모르지만, 생각해 본다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중국식 옷이나 음악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문화란 다양한 외적 요소를 받아들여 민족이 이를 소화해 내는 가운데 탄생하는 법이죠. 그렇다면 꼭 인위적으로 조선시대의 문화를 살려내려 하기 보다는, 21세기에 맞는 민족문화를 재창조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작업이 성공적이라면, 지금 우리가 만든 문화가 앞으로 수백년간 우리의 후손이 물려 받을만한 민족문화가 될 수도 있겠죠.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만 우리 문화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만들어내는 문화도 우리의 문화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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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이처럼 사랑하는 김치이기에, 많은 사람은 김치의 역사가 대단히 오래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김치맛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고추가 17세기에 들어서야 한국에 들어왔으니, 오늘날 같은 김치의 탄생은 18세기에서나 가능했을 것이고, 실제로 배추김치를 1년 내내 먹는 풍습은 비닐하우스 재배가 일반화한 최근 몇십년내에 생겨났습니다 (그 전에는 철마다 다른 재료로 김치를 했겠죠). 즉, 배추김치가 한국인의 식탁에 꼭 필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것은 매우 최근의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민족의 사랑을 받는 문화나 풍습은 역사가 길어야 한다고 믿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그 민족과 잘 맞는 문화는 짧은 시일 안에 자리잡고, 그렇지 못한 문화는 역사가 길다 할찌라도 빠르게 버려지기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태권도는 전통적인 무술에 기초하지만, 우리가 아는 형태로 발전한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의 일입니다. 꽹과리, 징, 장구, 북을 모아 놓은 연주인 "사물놀이"는 30년전에 생겨났습니다. 즉, 탄생한지 몇십년 밖에 안된 문화라 할찌라도, 민족의 정서에 맞으면 민족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떤 문화가 역사가 깊기 때문에 꼭 우리 민족의 문화고, 어떤 문화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우리 문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은 듯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문화가 지금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가 하는 점이지요. 오늘날 우리가 서양식 음악을 듣고 서양식 옷을 입는다고 슬퍼하는 사람이 있을찌도 모르지만, 생각해 본다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중국식 옷이나 음악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문화란 다양한 외적 요소를 받아들여 민족이 이를 소화해 내는 가운데 탄생하는 법이죠. 그렇다면 꼭 인위적으로 조선시대의 문화를 살려내려 하기 보다는, 21세기에 맞는 민족문화를 재창조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작업이 성공적이라면, 지금 우리가 만든 문화가 앞으로 수백년간 우리의 후손이 물려 받을만한 민족문화가 될 수도 있겠죠.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만 우리 문화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만들어내는 문화도 우리의 문화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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