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미봉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8/06 클린턴의 방북 이후 남북 관계는? (4)
  2. 2008/11/06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한미 관계는 어떻게 될까? (2)
여기자 억류 문제로 꼬여 있던 북미 관계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이에 따른 여기자들의 석방으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원래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 북한을 방문하려고 노력했는데, 성사되지 못했다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루어졌는데, 여기자의 석방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뜻이 깊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문을 개인차원으로 해석하려고 하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개선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미국으로선 북한과 대치해보았자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대치의 끝은 결국 전쟁인데,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였다 뒷감당이 안돼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는 미국 정부가 섣불리 무력 사용을 검토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세계 경제가 아직 어려운 상황에서 동아시아라는 중요한 경제권이 불안에 빠지길 원하지도 않겠죠. 게다가, "못된 놈들은 무조건 무력을 동원해 응징해야 한다."라는 조지 부시 식의 강박관념이 없는 오바마로선 미국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한 북한을 잘 길들여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명성을 얻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따라서 북한이 조금만 태도를 바꾸면 미국은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설 마음이 많은데,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정부가 조금이나마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겠죠.

북한 정부도 미국과 친해지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냉전 구도가 무너지면서 혼자서 "미제 원수"와 전쟁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고, 북한 지도층은 미국을 적대시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보입니다. 북한 정부에게 남은 일은 김정일 위원장이 죽기 전까지 나라가 망하지 않게 잘 버티는 일인데, 이를 위해선 미국의 물자 제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따라서 핵무기를 활용해서 협상을 통해 최대한 도움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미국과 친구가 되지 말란 법도 없죠.

문제는 남한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려고 일부러 햇볕정책의 반대인 먹구름 정책을 펼쳤는데, 대북 관계에 먹구름이 끼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보는 눈초리가 달라졌고, 이로 말미암아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외교는 주도권이 중요한데, 하도 북한과 대치에만 치중하다 보니 북한과 관련해 무슨 문제가 발생해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소극적인 위치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개성공단 문제,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문제 등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북한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보수적인 여권 정서상 이러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아무리 한국 정부가 인상 팍 쓰고 북한과 미국을 째려봐도, 북한과 미국은 앞서 쓴 이유 때문에 언젠가 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싸우면 손해고, 친해지면 이득인데, 어떻게 대치 상태가 오래갈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남한의 보수층을 주도하는 세력은 6.25때 북진통일을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인 분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분들은 북한이 엄청난 재앙을 겪고, 북한 정부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봐야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거든요. 하지만, 북한이 정말 이러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남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다 떠나면서 97년 외환위기 이상의 위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이를 알기에 북한과 거리를 두면서도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보수층 핵심세력은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자꾸 보수 언론을 동원해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라는 식으로 훈수를 둔다는 점이죠. 이분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에 대해서도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해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라고 참견합니다. 거 참, 오바마 정부가 조중동 구독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렇게 잉크는 낭비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어쨌든 북한과 미국은 이념의 장벽을 넘어서 서로의 이익을 좇아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북한과 한 민족인 남한이 이념의 장벽에 가로막혀서 아직도 북한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은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통미봉남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한국을 배신하고 북한과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층 지도자들을 보면,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한다면 이를 경계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열심히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북한은 자원이 풍부하고, 언어가 통하는 저렴한 노동력을 갖추었기에 경제적인 면만 보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국가입니다. 인도적인 면을 보더라도, 이렇게 우리와 가까운 곳에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를 지켜만 본다면 부끄러운 일이겠죠. 부디 이명박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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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은 제가 있는 독일에서도 하루종일 큰 화제였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이 대단히 기뻐했고, 독일인을 비롯한 다른 대륙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분위기인데, 미국인 중에는 매우 크게 실망하는 사람이 눈에 띄더군요. 하긴 그들이야 말로 자신의 나라 대통령이 결정되었으니 크게 기쁘든지 크게 슬프든지 하겠지요.

인터넷을 보니까 한국에서도 오바마의 당선에 대해 환영을 하는 사람이 많은 듯 싶습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 부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에 대단히 실망한 많은 사람은 미국에서나마 부시 대통령과 정반대 스타일의 후보가 대통령이 된 사실이 기쁠 것입니다. 또한 무식하게 미국 우월주의를 추구하는 공화당 후보가 아니라, 협력하는 세계를 만들기 원하는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 사실에서 세계가 좀 더 평화로워지길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취임도 안한 대통령이 어떠한 정책을 펼칠찌 짐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몇가지 상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공화당 대통령들이 힘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데 비해, 민주당 대통령들은 전략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스타일 외교 노선을 잘 보여주는데, 예를 들어 그는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하고,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자주 마찰을 빚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히려 핵무기를 공개해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자 허겁지겁 태도를 바꿔 북한을 달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였죠. 즉, 공화당 대통령은 힘을 과시하는데는 능하지만 계획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못이룰 가능성이 큽니다 (부시 대통령이 자신 있게 시작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국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한데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죠). 그에 비해 민주당 대통령은 보통 철저한 계산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한 번 목표를 세우면 상대방이 결국 그대로 끌려가기가 쉽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인데, 그는 세계를 미국의 시장과 생산기지로 보고 각국과 수 많은 협약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챙겼고, 그 결과 그가 집권한 90년대는 미국 경제의 황금기로 기억됩니다.

오바마도 취임하고 나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에 힘이 아닌 전략으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후보시절부터 오바마는 한미 FTA가 한국에 유리한 조약이라고 많이 비판했습니다. 이는 바꿔말하면 FTA 비준을 거부하거나, 미국에 유리하게 재협상을 하겠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FTA 비준을 대단히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정부는 FTA 비준에 목을 맸다며? 우리는 지금 같은 조건으론 비준할 생각이 없고, 우리가 원하는대로 재협상을 해야겠거든? 어떻게 할래?" 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나올까요? 노무현 대통령 처럼 "반미 좀 하면 어떻냐?"고 큰소리 치면서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을 대하듯 "나라간의 협상이라는게, 한 번 끝나면 다시 한다는게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가르치려 들까요? 어떠한 일이 벌어질찌 대충 상상이 가시겠죠? 즉, 이명박 정부처럼 미국을 떠받드는 정부는 미국 정부가 보기엔 가장 만만한 상대이고,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한국 정부에 여러가지로 요구사항을 내세우고, 이를 관철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한미 관계의 매우 중요한 주제는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이른바 "통미봉남" (通美封南) 즉, 남한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북한에 대해 유화 제스쳐를 쓰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이유에서 북한에 대해 화를 내는 등, 60년대식 냉전 논리로 북한을 상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욱하는 성격 등 이명박 대통령과 나름대로 통하는 면이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사람일찌 파악하고, 아니다 싶으면 남한을 무시하고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이미 북한을 미롯한 문제 국가 (rouge countries)의 지도자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문제 국가에 군대를 보내 전쟁을 벌이는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이를 북한에 대해 적용해 본다면, 김정일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클린턴 대통령 임기말에 김정일과 클린턴의 회담에 대한 논의가 있었죠). 이렇게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게 된다면 남한은 그냥 "아, 그런 일이 있구나"하고 옆에서 구경만 하는 처지로 전락해 버립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다녀와 세계에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를 광고하는 효과를 누리던 때에 비하면 형편 없이 초라한 신세가 되는 것이지요.

민주당 대통령이 공화당 대통령 보다 영리하기에 더 상대하기 힘든 면도 있지만, 한가지 좋은 점은 민주당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대의와 양심을 외교관계에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경제문제 등에서는 외국을 치열하게 압박하지만, 대의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이 되면 국익과 상관 없이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예를 들어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권을 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다"고 위협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이에 맞서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때 박정희 대통령의 의도대로 "자주국방"을 외치던 신문들이 노무현 정부때는 "미군 철수하면 우리는 망한다"고 떠들었으니, 참 이분들도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는 또한 미국이 불법 비슷하게 점령하고 있던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주기로 조약을 맺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로 난리가 났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파나마 땅이니 파나마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긴 합니다. 즉, 양심과 대의를 국익 앞에 둔 것이었죠.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미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찌는 쉽게 짐작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정부에게 쉬운 협상 상대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논리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약점을 잡히지 않고 행동한다면 부시 정부처럼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괴롭히는 일은 덜 할찌도 모르죠. 그렇게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오바마와 밀고 당기면서 나름대로 국익도 챙기고 관계도 개선할 수 있었을찌 모르는데, 미국에 대해서 일방적인 저자세에만 익숙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잘 상대할 수 있을찌 걱정이 앞섭니다. 정말 부시 퇴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인들이 부럽게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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