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1/20 자본통합법 실행, 문제는 없는가? (9)
  2. 2008/11/11 은행의 위기 (8)
'자본시장에서의 금융 빅뱅을 유도'하기 위해 설립된 자본통합법 실행이 내년 2월로 다가왔습니다. 자본통합법은 금융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담았기에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핵심은 대형 투자은행의 탄생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은행은 대부분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은 돈을 대출해서 이자 차익을 얻는 상업은행으로 기능하였습니다. 이러한 상업은행의 문제점은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데 약하고, 또한 예탁금의 규모만큼만 사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규모가 작아 세계적인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크기의 은행이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회사별로 자신의 영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는 제한을 없애고, 하나의 금융기관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본통합법을 마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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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정안 설명자료

정부가 자본통합법을 통해 탄생하기 기대하는 대형 투자은행은 미국에서 나온 모델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은 예금을 받지 않는 대신 다양한 통로로 돈을 빌려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큰규모의 사업을 벌입니다. 이들은 채권, 주식 등을 다룰 뿐 아니라 기업 인수 합볍 (M&A)에도 관여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기업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기업들은 이러한 거대한 투자은행을 파트너로 끼고 M&A를 추진합니다.

투자은행이 이처럼 큰 규모로 금융사업을 벌이기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돈만을 목표로 운영하기에 많은 윤리적 문제점을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코니 브럭 (Connie Bruck)이 Predator's Ball에서 고발한 Junk Bond를 이용한 기업의 M&A나, 브라이언 버로우와 존 헬랴 (Bryan Burrough and John Helyar)가 Barbarians at the Gate에서 보여주는 Leveraged Buyout (상장기업의 경영진이 돈을 빌려 회사주식을 사들인 후, 나중에 차익을 얻고 파는 방법) 등은 투자은행이 단지 돈 많은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이 이처럼 투자은행을 상업은행과 분리한 것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 때문입니다. 대공황의 원인을 분석하던 정치인들은 예금을 받아 운영하는 은행과 차입을 통해 운영하는 은행을 구분할 필요를 깨닫고 전자를 상업은행, 후자를 투자은행으로 구분하는 글래스-스티걸 법 (Glass-Steagall Act)을 1933년에 통과시킵니다.

금융기관의 영역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은 미국의 은행들이 자신의 영역에서만 활동하도록 강제함으로 금융안정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은행으로선 영업을 방해하는 인위적인 장치이기에 이 법을 폐지하기 위한 로비를 활발하게 진행합니다. 은행의 논리에 따르자면, 고객은 호황기에는 투자를 선호하고, 불황기에는 예금을 선호한다. 따라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합친다면 호황기에나 불황기에나 경영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결국 1999년 그램-리치 블릴리 법 (Gramm-Leach-Bliley Act), 또는 금융 서비스 현대화법 (Financial Services Modernization Act)이 통과되면서 상업은행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처럼 마음껏 파생상품에 손을 댈 수 있게 되었고, 투자은행은 더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을 찾다가 결국 모기지 사업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그로부터 10년이 못되서 미국의 금융계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한 위기는 각종 파생상품을 타고 금융권 전역으로 퍼져 결국은 신용경색이 와서 상당수의 금융기관이 파산하게 되죠. 특히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던 투자은행의 피해가 심했는데,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세 곳이 무너지고, 남은 두 곳은 상업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로 탈바꿈을 합니다. 즉, 단 1년만에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이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한국이 이 법을 도입하던 2006년은 미국의 투자은행이 한창 수익이 좋을 때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저렇게 큰 투자은행이 있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텐데"하고 생각하기가 쉬웠죠. 하지만 단 2년만에 그렇게 돈을 많이 벌던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국가에 폐만 끼치고 사라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만약에 한국에도 이렇게 거대한 손실을 보고 무너져 내리는 은행이 생겨난다면 어떨까요? 사실 지금도 CD와 은행채를 제외한 예대율이 140%에 이를 정도로 은행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는 판인데, 은행이 각종 금융상품을 제한 없이 거래하게 된다면 은행의 건전성은 얼마나 더 약해질까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자본통합법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분의 논리도 결국 "투자은행 모델은 망했는데 우리가 왜 그 모델을 지금와서 쫓아가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2년 전에는 나름대로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해 추진한 법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겠죠. 비록 시행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행을 재고하거나 상황에 맞게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글- Hell, Meet Handbasket, Part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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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은행의 위기

경제 2008/11/11 05:18
오늘 핸드폰을 보니 모은행에서 문자가 왔더군요 (해외로밍중이라 문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읽어보니 금리 7.7%에 후순위채를 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대출관련 스팸문자는 받아 봤어도 은행에서 은행채 사달라는 (즉, 은행에 돈을 꿔달라는) 문자는 처음이라 좀 당황되더군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은행에서 얼마나 급하면 나한테까지 돈을 꾸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년전까지만 해도 은행이 7.7% 금리로 고객에게 채권을 사달라고 문자를 날리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그러한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로 일어날 만큼 은행들은 절박한 상황입니다.

국내 은행의 위기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성격이 바뀐데서 출발합니다. 그 전까지 한국의 은행들은 거의 어려움을 모르는 가운데 성장했습니다. 경제 성장기엔 이자율이 워낙 높았기에 국민들은 번 돈을 은행에 차곡차곡 맡겼고, 은행은 이 돈을 기업에 빌려줘 이자 소득을 얻었습니다. 당시는 경제에 정부의 입김이 강했는데, 이로 인해 "큰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에 파장이 크기에 정부가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줄 것이다"는 대마불사의 신화가 탄생했고, 따라서 은행은 대기업에 대해선 부도가 나리라고 걱정하지 않고 쉽게 돈을 빌려줬습니다. 이처럼 은행 경영이 원만하던 시절엔 은행간 경쟁도 심하지 않았고, 선진 금융 기업을 배우려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적었죠. 무엇보다도 은행은 주주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바뀌었습니다. 우선,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은행도 빌려준 돈을 못받아 덩달아 넘어갔습니다. 100년을 이어온 조흥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부도가 나거나 운영이 불가능한 사태가 왔지요. 정부는 부랴부랴 은행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은행은 외국 자본에 넘어갔습니다.

국내 은행을 소유하게 된 외국 자본은 은행 운영의 목적을 수익 창출에 두었습니다. 하긴 외국 자본이 한국 국민 도우러 자선사업차 들어온 것이 아니기에, 투자한 만큼 많은 수익을 기대한 것은 당연했죠. 이들은 단기간에 은행을 공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기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은행 운영의 방향이 바뀌고 나니 은행의 수익은 대폭 늘었지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게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예대율의 상승입니다. 예대율은 은행에 들어온 예금과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의 비율인데, 예대율이 100%라면 은행에 들어온 돈을 다 대출로 빌려줬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내 은행의 예대율이 124%에 이릅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9월말 예대율이 103%라고 하는데, 이는 CD를 예금으로 계산해서 그렇습니다. CD는 성격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예금보다는 채권에 가깝고, 따라서 예금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즉, 은행에 들어온 예금 보다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이 많다는 뜻이지요. 세일러님의 글(카페 가입 필요. 저랑은 관계 없는 카페입니다 죄송 ㅜ.ㅜ) 보니 최근 몇년간 은행의 예금은 줄고, 펀드 수탁고는 느는 이른바 머니 무브 (money move)현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은행 예금이 준다면 은행이 돈을 적게 빌려줬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을 적게 빌려준다는 것은 즉 수익의 감소를 뜻하지요. 그런데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은행들은 수익의 극대화를 제1의 목표로 놓고 운영하는 상태이기에 수익의 감소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따라서 은행들은 CD와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서 이 돈으로 다시 개인및 기업에 빌려줬습니다. 문제는 지금 처럼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고, 특히 외국인이 채권을 팔고 시장에서 빠지는 상황에서는 CD와 은행채를 발행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즉, CD와 은행채를 사려는 사람이 잘 없기 때문에 "그럼 금리를 올려줄께" 하고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CD 금리가 높게 형성이 되고, 이에 맞물려 CD 금리가 기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도 높게 올라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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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은 그냥 참고만 하는 수치지만,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존폐를 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 비율이 10%가 넘어야 되는데, 지금 많은 국내 은행이 10% 수준에서 간당간당하고 있습니다. 만약 10%가 되지 않는다면 은행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져 은행 운영이 어렵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은행은 아무리 정부가 돈을 풀라고 꾸짖어도 꿋꿋하게 돈을 움켜쥐고 대출을 조이는 중입니다. 대출 잘못했다가 4분기 BIS 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은행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날 수 있기 때문이죠.

따지고 보면 문제의 근원은 국내 은행들이 상업은행이라는 본분을 잊고 투자은행처럼 행동했다는 점입니다. 상업은행 (commercial bank)과 투자은행 (investment bank)은 미국에서 나온 개념으로, 일반인에게 예금을 받아 운영하는 은행은 상업은행이고, 돈을 빌려 기업 등에 투자하는 은행은 투자은행입니다. 투자은행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책임지고 돈을 빌려 투자를 하기 때문에 성공하면 큰 돈을 법니다 (그래서 얼마전까지 미국에서 투자은행가 (investment banker)라는 말은 최고의 직업으로 인식이 되었죠). 그에 비해 상업은행은 고객의 돈을 맡아 운영하기 때문에 손해보지 않는데 최고의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고객의 돈을 관리하면서도 수익만 염두에 두다 보니 예금이 적어지자 빚을 내 투자에 나섰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제 국내 은행들의 문제는 많이 드러났고, 앞으로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워낙 상황이 안좋아 모든 일이 잘 풀린다 해도 은행이 위기를 벗어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듯 싶습니다. 만약 은행권에서 파열음이 난다면 그 파장은 경제 전체를 뒤흔들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은행의 상황 (특히 예대율, BIS 비율, CD, 은행채 금리 등)을 잘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P.S. 은행 문제의 해법에 대해선 위에 언급한 세일러님의 글과 SDE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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