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에 한글을 읽을 수 있는 미국인 친구와 서울 거리를 걸었는데, 그 친구는 간판들을 하나씩 읽더니 "노래방, 비디오방, 소주방, PC방... 왜 서울에는 방이 이렇게 많느냐?"고 묻더군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정말 한국에는 다양한 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노래방, 비디오방, PC방을 합한 멀티방까지 나왔더군요. 이 정도면 한국의 방 문화는 완성기에 접어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방 문화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한국적인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가라오케가 모든 손님 앞에서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곳이지, 우리 일행만 모여 노래를 부르는 곳은 아닙니다. 한국인은 식당에서도 일행만이 쓸 수 있는 방을 원하는데 비해, 외국의 레스토랑 손님 중엔 작은 인원을 위한 공간을 찾는 사람도 드물고, 그러한 공간을 마련해 놓은 곳도 적죠. 그렇다면 한국인은 왜 이렇게 "우리만의 공간"인 방을 원하는 것일까요?
한국인의 방 사랑을 이해하려면, 한국인의 집단의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집단은 대집단이 아닌 소집단입니다. 즉, 어떤 큰 집단 속에 있는 나만의 작은 집단이야말로 진정한 집단으로 보는 셈이지요. 예를 들어, 식당에 많은 손님이 모였어도, 다른 손님은 내 집단은 아니고, 내 집단은 나와 함께 식당에 온, 내가 잘 아는 이들입니다. 따라서 식당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특수한 공간에서 내가 속한 집단과 함께 식사할 때 더 기분이 좋은 것이지요.
나라마다 집단 의식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한국인과 비슷하게 소집단을 중요시하는 문화로는 이탈리아를 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19세기에 통일될 때까지 여러지역이 독특한 문화를 유지했고, 따라서 국가적인 통일성 보다는 지역적 통일성이 강합니다. 더 따지고 들어가 보면, 이탈리아인은 지역 보다도 가족 및 친족의 유대가 매우 끈끈하죠. 따라서 이탈리아인 중엔 가족을 위해 큰 희생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데 비해, 국가를 위해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죠 (이차세계대전때 이탈리아 군이 적군을 만나기만 하면 총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말은 그러한 이탈리아인의 특징 때문에 생겨났다고 봅니다).
소집단의 개념은 학연, 지연 등의 네트워크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 줍니다. 얼마전 뽀빠이 이상용씨가 이명박 후보 지지자 모임에 참석했을 때, 기자가 "왜 이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물으니까 "나랑 종씨인데다 학교 후배니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물론 언론에까지 혈연, 학연을 투표의 기준으로 당당하게 공개하는 사람이 적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알게 모르게 혈연, 학연, 지연의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한국이라는 대집단 속의 소집단입니다.
한국인의 소집단 사랑은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지만, 극단으로 나아가면 국가적 공동체 의식이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지금 소집단 중에서도 가족을 제외한 다른 소집단 (친척, 이웃)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중이지요. 따라서 가족은 점차 한국인에게 유일하게 의미 있는 집단이자 삶의 이유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남의 아이를 혼냈다가 싸움이 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죠). 좀 고루한 이야기 같지만, 모두가 잘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소집단 뿐 아니라 우리 전체가 속한 대집단 (한국, 더 나아가 세계)도 고려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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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러한 방 문화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한국적인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가라오케가 모든 손님 앞에서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곳이지, 우리 일행만 모여 노래를 부르는 곳은 아닙니다. 한국인은 식당에서도 일행만이 쓸 수 있는 방을 원하는데 비해, 외국의 레스토랑 손님 중엔 작은 인원을 위한 공간을 찾는 사람도 드물고, 그러한 공간을 마련해 놓은 곳도 적죠. 그렇다면 한국인은 왜 이렇게 "우리만의 공간"인 방을 원하는 것일까요?
한국인의 방 사랑을 이해하려면, 한국인의 집단의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집단은 대집단이 아닌 소집단입니다. 즉, 어떤 큰 집단 속에 있는 나만의 작은 집단이야말로 진정한 집단으로 보는 셈이지요. 예를 들어, 식당에 많은 손님이 모였어도, 다른 손님은 내 집단은 아니고, 내 집단은 나와 함께 식당에 온, 내가 잘 아는 이들입니다. 따라서 식당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특수한 공간에서 내가 속한 집단과 함께 식사할 때 더 기분이 좋은 것이지요.
나라마다 집단 의식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한국인과 비슷하게 소집단을 중요시하는 문화로는 이탈리아를 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19세기에 통일될 때까지 여러지역이 독특한 문화를 유지했고, 따라서 국가적인 통일성 보다는 지역적 통일성이 강합니다. 더 따지고 들어가 보면, 이탈리아인은 지역 보다도 가족 및 친족의 유대가 매우 끈끈하죠. 따라서 이탈리아인 중엔 가족을 위해 큰 희생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데 비해, 국가를 위해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죠 (이차세계대전때 이탈리아 군이 적군을 만나기만 하면 총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말은 그러한 이탈리아인의 특징 때문에 생겨났다고 봅니다).
소집단의 개념은 학연, 지연 등의 네트워크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 줍니다. 얼마전 뽀빠이 이상용씨가 이명박 후보 지지자 모임에 참석했을 때, 기자가 "왜 이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물으니까 "나랑 종씨인데다 학교 후배니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물론 언론에까지 혈연, 학연을 투표의 기준으로 당당하게 공개하는 사람이 적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알게 모르게 혈연, 학연, 지연의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한국이라는 대집단 속의 소집단입니다.
한국인의 소집단 사랑은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지만, 극단으로 나아가면 국가적 공동체 의식이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지금 소집단 중에서도 가족을 제외한 다른 소집단 (친척, 이웃)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중이지요. 따라서 가족은 점차 한국인에게 유일하게 의미 있는 집단이자 삶의 이유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남의 아이를 혼냈다가 싸움이 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죠). 좀 고루한 이야기 같지만, 모두가 잘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소집단 뿐 아니라 우리 전체가 속한 대집단 (한국, 더 나아가 세계)도 고려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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