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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3 [연재] 사회와 공동체 2
  2. 2009/03/03 미국, 한국을 제쳐두고 북한에 다가서려나 (4)
로마로부터 이익 집단의 개념을 물려받은 유럽은 이익에 따라 작동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근대 국가가 그것이죠. 근대 국가는 부족이나 민족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부족이나 민족은 혈연 공동체이고, 집단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가 전제됩니다(흑인들은 이러한 공동체 개념에 익숙하기에 처음 만나도 서로 "brother, sister"라고 부르죠. 백인들은 이러한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근대적인 국가는 혈연 때문에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 구성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따라서 지극히 인위적인 조직이죠. 야코프 부르크하르트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에서 국가를 예술 작품에 비유한 것(Der Staat als Kunstwerk)은 이러한 국가의 인위적 성격 때문입니다.

국가는 인위적 조직이기에, 국가는 구성원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력이 부족한 독일은 터키인을 많이 받아들였고, 결국 독일에 사는 터키인은 독일인이 되었습니다. 민족의 관점에서 보자면 터키인이 독일인이 될 수는 없지만, 국가의 관점에서는 가능하죠. 또한, 국가의 개념을 쓰자면 같은 민족도 손해를 끼치면 관계를 끊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하던 한국인들이 90년대에 들어오면서 통일에 따르는 비용을 이유로 통일을 꺼리게 된 것이 좋은 예죠.

이처럼 국가의 개념이 공동체에서 이익 집단으로 발전하는 현상은 유럽 역사의 독특한 산물이고, 다른 지역에선 국가를 이익 집단이 아닌 공동체의 연장으로 보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중국이 좋은 예죠. 중국의 정치사를 지배한 유교 이념은 국가를 가족의 확장으로 봅니다. 유교에 따르면 가족에서 어른에게 예의를 갖추듯 사회에서도 남에게 예의를 갖추고, 친척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 행동하듯, 사회생활을 할 때도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며 행동해야 합니다. 이처럼 국가를 가족의 확장으로 보면 가족이 구성원에게 하는 요구를 국가도 개인에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가족의 요구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효도이죠. 효도는 나를 희생해서라도 부모님께 잘하려는 태도입니다. 이를 국가에 적용하면 충성이 됩니다. 충성은 국가를 위해 나를 희생하려는 태도이죠. 이러한 두 가지 개념을 묶은 충효사상은 가족의 개념을 국가로 확대하는 열쇠였고, 유교문화에서 이상적인 인간은 충효사상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가족의 모델에 기초한 국가의 개념은 국제관계에도 적용됩니다. 국가 관계를 가족 관계로 보자면 두 나라 사이에 부자 관계나 형제 관계가 성립합니다. 특별한 경우라면 군신 관계(임금과 신하의 관계)도 성립이 되겠죠(군신 관계의 핵심인 충은 곧 효와 병행하는 개념이기에 군신 관계도 일종의 가족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군사부일체라는 표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 관계를 가족 관계의 모델로 이해하면 가족 관계의 덕목이 국가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예를 들어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어버이처럼 섬겨야 하고, 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효심 깊은 아들이 칭찬받듯, 큰 나라를 섬기려는 태도(이른바 사대주의)는 유교에서 마땅히 칭찬받아야죠.

하지만, 국가 관계를 가족 관계가 아닌 이익 관계로 본다면 나라의 크기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이로움을 끼치는 나라는 좋은 나라, 해로움을 끼치는 나라는 나쁜 나라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나라를 가까이하고, 해로운 나라를 멀리하면 될 뿐이죠. 이러한 관점은 유교에선 지극히 불손한 태도로 지탄의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실용 노선을 추구하던 광해군의 정책은 유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이들이 보기에 중국을 지배하는 명나라는 우리에게 형과 같은 나라이고, 명나라를 돕지 않으려는 태도는 가족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에도 적용됩니다. 많은 사람은 미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고, 한국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미국은 은인의 나라이고, 미국을 대할 때 손익의 관계에서 보는 태도는 매우 불손하기 때문이죠. 이들이 보기에 한국은 "미국이 감동할 정도로 미국을 도와야" 마땅합니다(물론 이와는 다르게 한국이 미국을 돕는 것이 한국에게 이익이기에 미국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앞의 주장과 결론을 같지만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다르기에 다른 입장으로 봐야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한국이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충격 그 자체였죠. 하지만, 유교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자란 젊은 세대 중에는 국제 관계를 이익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들은 명분에 얽매어 실리를 잃는 외교는 어리석어 보일 뿐이죠. 이처럼 국가라는 집단을 보는 관점의 차이는 국제관계를 보는 관점의 차이를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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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열강의 외교노력이 치열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알라스카쪽으로 미사일을 쏜다면 대단히 곤경에 처하게 될 미국 (가만히 놔 둘 수도 없고, 전쟁을 할 수도 없기에)이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스티븐 보즈워스를 대북특사로 임명하였는데, 이는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이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그동안 "미국이 한국을 놔두고 북한과 대화할리 없다"고 주장하던 조선일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신빙성이 높죠). 만약 미국이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택하게 된다면, 북한이 그렇게 원하던 통미봉남이 이루어지고, 한국 정부는 대북관계의 주도권을 잃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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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한, 북한, 미국의 관계를 살펴보자면, 남한과 북한은 적대 관계이고, 남한과 미국은 우방, 북한은 미국의 골치 덩어리입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대단히 부담스럽습니다. 또한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쓰거나 무력도발을 일으킨다면 동북아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고, 이는 미국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가 무너진다는 뜻이기에, 미국으로선 북핵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북한으로서도 남한과 관계가 껄끄러워진 마당에, 미국이야 말로 자신들을 도와줄 훌륭한 대화 상대라고 생각하기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죠. 그런데, 남한과 북한은 현재 관계가 대단히 나쁘기 때문에, 미국이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할 때 남한을 옆에 둔다면, 남한과 북한이 치고 받고 싸우기 때문에 대화 진행이 어렵겠죠. 따라서 미국은 남한을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우방인 한국을 저버리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함으로 실질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어주는 상황은 이미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때 부터 우려했던 상황입니다. 오바마는 북한과 이란을 포함한 적국의 원수들을 만나겠다고 공언할 만큼, 적극적으로 외교적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다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 부시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즉, 미국은 큰 실수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이야 말로 북한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후 북한에 대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대했는데, 부드럽게 대함으로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보게 되었고, 강하게 대함으로 북한이 남한을 적대시하도록 자극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통미봉남은 실패했다" "미국은 한국을 따돌리지 않을 것이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습니다.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된 것이죠.

이러한 미국에 대한 오판은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때 극에 달했습니다. 정치의 달인 클린턴 장관은 "한미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며,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 고 말하는 등, 한국의 보수층이 너무나 듣고 싶은 달콤한 말을 속삭였습니다. 한국의 보수층은 클린턴 장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는, "역시, 미국은 우리의 혈맹! 미국이 우리를 버리고 북한과 대화를 할 리가 없다! 통미봉남은 실패했다!"며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방문국에 대한 립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전혀 없었던 것이죠.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한국의 보수층은 "우리가 미국에 잘해주면, 미국도 우리에게 잘해줄 것이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미국에게 북한은 골치덩어리이고, 남한은 우방이니, 당연히 우방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논리지요. 하지만, 미국은 이명박 정부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국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이 한국을 좀 무시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뜻이지요. 만약 한국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처럼 미국에 대해 살짝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인다면, 미국은 "혹시 한국이 우리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국에게 엄청나게 잘해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쇠고기 협상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등,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이명박 정부가 있는데, 미국이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반응은 걱정하지 않고, 북한이라는 골치덩어리를 해결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죠.

외교 관계란 늘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봐도, 과거에 자유중국 (지금의 대만)과 친하고, 중공 (지금의 중국)을 적으로 여기던 한국 정부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과 친해질 필요가 생기자, 하루 아침에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맺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동맹"을 버린 한국에 대해 분노하였고, 지금도 그때 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죠. 하지만 그때 중국과 국교를 맺었기에 그 후로 한국 경제가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한국인 중 몇 명이나 당시 노태우 정부의 정책을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마바 행정부도, 남한을 따돌리기 싫을찌 몰라도, "북핵문제를 해결했다"는 업적을 남기는 것이, 남한 정부의 반발보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죠.

이명박 대통령은 두 명의 선임자가 10년간 공들인 대북관계를 1년만에 무너뜨려놨는데, 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앞서 무슨 대책을 내놓을찌 궁금합니다. 만약 이런 사태에 대한 대책이 없이 무조건 강경노선을 추구했다면 정말 생각이 짧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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