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03 미국, 한국을 제쳐두고 북한에 다가서려나 (4)
  2. 2009/02/16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심화 (2)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열강의 외교노력이 치열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알라스카쪽으로 미사일을 쏜다면 대단히 곤경에 처하게 될 미국 (가만히 놔 둘 수도 없고, 전쟁을 할 수도 없기에)이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스티븐 보즈워스를 대북특사로 임명하였는데, 이는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이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그동안 "미국이 한국을 놔두고 북한과 대화할리 없다"고 주장하던 조선일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신빙성이 높죠). 만약 미국이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택하게 된다면, 북한이 그렇게 원하던 통미봉남이 이루어지고, 한국 정부는 대북관계의 주도권을 잃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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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한, 북한, 미국의 관계를 살펴보자면, 남한과 북한은 적대 관계이고, 남한과 미국은 우방, 북한은 미국의 골치 덩어리입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대단히 부담스럽습니다. 또한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쓰거나 무력도발을 일으킨다면 동북아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고, 이는 미국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가 무너진다는 뜻이기에, 미국으로선 북핵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북한으로서도 남한과 관계가 껄끄러워진 마당에, 미국이야 말로 자신들을 도와줄 훌륭한 대화 상대라고 생각하기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죠. 그런데, 남한과 북한은 현재 관계가 대단히 나쁘기 때문에, 미국이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할 때 남한을 옆에 둔다면, 남한과 북한이 치고 받고 싸우기 때문에 대화 진행이 어렵겠죠. 따라서 미국은 남한을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우방인 한국을 저버리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함으로 실질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어주는 상황은 이미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때 부터 우려했던 상황입니다. 오바마는 북한과 이란을 포함한 적국의 원수들을 만나겠다고 공언할 만큼, 적극적으로 외교적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다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 부시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즉, 미국은 큰 실수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이야 말로 북한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후 북한에 대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대했는데, 부드럽게 대함으로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보게 되었고, 강하게 대함으로 북한이 남한을 적대시하도록 자극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통미봉남은 실패했다" "미국은 한국을 따돌리지 않을 것이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습니다.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된 것이죠.

이러한 미국에 대한 오판은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때 극에 달했습니다. 정치의 달인 클린턴 장관은 "한미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며,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 고 말하는 등, 한국의 보수층이 너무나 듣고 싶은 달콤한 말을 속삭였습니다. 한국의 보수층은 클린턴 장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는, "역시, 미국은 우리의 혈맹! 미국이 우리를 버리고 북한과 대화를 할 리가 없다! 통미봉남은 실패했다!"며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방문국에 대한 립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전혀 없었던 것이죠.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한국의 보수층은 "우리가 미국에 잘해주면, 미국도 우리에게 잘해줄 것이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미국에게 북한은 골치덩어리이고, 남한은 우방이니, 당연히 우방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논리지요. 하지만, 미국은 이명박 정부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국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이 한국을 좀 무시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뜻이지요. 만약 한국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처럼 미국에 대해 살짝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인다면, 미국은 "혹시 한국이 우리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국에게 엄청나게 잘해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쇠고기 협상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등,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이명박 정부가 있는데, 미국이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반응은 걱정하지 않고, 북한이라는 골치덩어리를 해결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죠.

외교 관계란 늘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봐도, 과거에 자유중국 (지금의 대만)과 친하고, 중공 (지금의 중국)을 적으로 여기던 한국 정부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과 친해질 필요가 생기자, 하루 아침에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맺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동맹"을 버린 한국에 대해 분노하였고, 지금도 그때 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죠. 하지만 그때 중국과 국교를 맺었기에 그 후로 한국 경제가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한국인 중 몇 명이나 당시 노태우 정부의 정책을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마바 행정부도, 남한을 따돌리기 싫을찌 몰라도, "북핵문제를 해결했다"는 업적을 남기는 것이, 남한 정부의 반발보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죠.

이명박 대통령은 두 명의 선임자가 10년간 공들인 대북관계를 1년만에 무너뜨려놨는데, 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앞서 무슨 대책을 내놓을찌 궁금합니다. 만약 이런 사태에 대한 대책이 없이 무조건 강경노선을 추구했다면 정말 생각이 짧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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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워렌 버펫의 전기인 The Snowball은 별로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란 그가 어떻게 해서 주식투자만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보면 그는 가치 투자의 원칙을 확립한 그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과 마찬가지로 저평가된 주식을 열심히 찾아 주식이 오르기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 많은 수익을 내었다고 나옵니다.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 (Efficient Market Hypothesis)"에 따르면 주식의 시장 가치는 그 주식에 대한 정보를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주가 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없지만, 워렌 버펫은 실제 주식의 가치가 시장의 평가보다 낮은 회사를 찾아내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 평균 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그의 투자 방식은 그가 유명인사가 되고, 그의 투자 기법이 분석되면서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이는 그가 어떤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면, 그 회사의 주주들은 "워렌 버펫이 이 회사를 사려고 한다는 말은 곧 이 회사가 저평가되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에게 회사를 팔지 않고 기다리는 편이 났다"고 반발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는 현금을 많이 쌓아놓고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애를 먹습니다.

그러한 그가 찾아낸 보석은 바로 한국 증시였습니다. 그는 원래 회사의 경영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자료를 열심히 연구하는데, 한국에 매력적인 회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한국식 대차대조표 읽는 법까지 배울 정도로 한국 회사 연구에 몰두합니다. 사실 그는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외국 증시에도 잘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증시에 대해서만은 대단한 애정을 보였고 (이는 그의 협조하에 쓴 The Snowball에 나왔으니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심지어 "내 포트폴리오를 한국 주식만으로 채워도 좋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회사의 주식은 왜 그렇게 저평가되는 것일까요? 이는 무엇보다 북한의 위협 때문입니다. 북한은 남한과 군사적으로 대치중이고, 만에 하나 북한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남한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될찌도 모르죠. 따라서 투자자는 혹시나 전쟁이 날 가능성을 고려해 한국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워렌 버펫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지만, 여전히 한국 주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북한이 남한과 전쟁을 벌이면 이는 남한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경제도 함께 무너지게 되고, 따라서 세계 경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주변 열강은 북한이 전쟁에 나서지 않게 막을 것이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그가 보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나친 우려에 근거한다는 뜻이지요.

사실 지난 2007년 주가가 2000 포인트를 뚫고 올라갈 정도로 상승한 큰 이유는 바로 북한의 도발 위협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햇볕 정책으로 남한은 북한에 "우리는 적이 아닌 동반자다"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 주었고, 북한은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도 남한에 대해서만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의 친선의지가 분명해지자 주가도 따라 올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1년만에 지난 10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남북관계는 다시 빙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가 이념우파가 아닌 경제우파이기에, 북한을 자극함으로 경제를 망치는 실수는 하지 않으리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다르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후 북한을 적으로 보는 발언을 여러 번 했고,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동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자 빠르게 냉랭한 태도로 돌변하였습니다. 결국 지금 남북관계는 근래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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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북관계의 악화만이 아닙니다. 많은 언론은 남북의 대치상태에 대해 신이 나서 보도해대고, 이로 말미암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욱 심해진다는 점입니다. 위 그림은 오늘자 조선일보 사이트 캡쳐입니다. 여기만 읽으면 한국이 당장 전쟁을 코 앞에 둔 상황인 듯 보이겠죠. 여러분이 투자자라면 전쟁 준비 소식이 신문 사이트 맨 위에 뜨는 나라에 투자하고 싶으시겠습니까? 이명박 정부가 "실용정부"가 아닌 까닭은, 조금만 북한에 잘해주면 북한의 위협을 잠재움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하고 "우리는 퍼주기 정부가 아니다"라는 교조적 이념에 사로잡혀 북한을 적대시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로 말미암은 긴장은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죠.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 대치함으로 긴장이 고조되면, 국민들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부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할찌도 모릅니다. 이는 군사정부시절 분단의 현실을 정치에 이용하던 상황의 재현이 되겠지요. 예를 들어 80년대 전두환 정권은 "북한이 금강산에 댐을 지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려고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한 평화의 댐을 국민의 성금으로 지어야 한다고 선동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당시 TV에서 63빌딩 허리까지 물에 찬 가상도를 보는 사람들은 섬뜻한 느낌에 평화의 댐을 짓기 위한 성금을 내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위협은 국민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죠.

지극히 실용적이지 못한 태도로 남북관계를 망친 정부와 함께, 남북간의 긴장상태를 열심히 보도하는 언론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의 주역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북한의 전쟁 위협은 사실이 아니냐?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라고 말할찌 모르지만, 어차피 세상에 벌어지는 수 많은 사실 중, 언론에 보도되는 사실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그런데 지금 언론을 보면 북한에 위협을 느낀 외국인이 투자금을 빼서 빨리 한국을 떠나도록 재촉하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양, 한반도의 긴장 대해 매우 신이 나서 보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괜히 자기들 살기 힘드니 남한을 물고 늘어지는 북한도 문제지만,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도 참 보기 싫네요. 이렇게 경제를 망치면서 한쪽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캠페인까지 벌이니, 정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찌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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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