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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9 88만원 세대의 탄생 (2)
전통적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가족 구조가 일반적이던 한국에서 결혼한 자녀가 부모님을 떠나 사는 풍습이 일반화 된 것은 80년대 부터였습니다. 80년대는 한국 사회가 본격적으로 서양, 특히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시기였고, 이러한 가족 구조의 변화도 서양식 핵가족 제도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지요.

대가족 제도는 부모가 낳은 자녀가 각각 결혼을 해서 여러 가정이 모여 사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대가족 상황에서는 여러 부부의 이해 관계가 얽히고, 따라서 가정의 규율을 잡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가정의 중심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입니다. 보통 대가정의 할아버지가 "호랑이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무섭고, 할머니가 며느리에게 엄격한 것은 나름대로 구조적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대가족은 구성원 누구도 자기 좋은 대로 살 수가 없고,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대가족에서 자란 사람은 가족환경만으로도 공동체에 익숙하고, 조직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는데 능합니다.

그에 비해 핵가족은 가족 구성원이 각자 행복을 추구하기에 좋은 구조입니다. 이러한 핵가족의 중심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입니다. 핵가족의 부모는 가정을 유지하는 이유를 "자녀의 행복"에서 찾습니다. 따라서 자녀는 부모가 번 돈을 쓰며 행복을 누리면 되고, 또한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준비를 하면 됩니다.

앞서 말했듯 80년대에 가정을 꾸린 젊은이들은 핵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았습니다. 이들은 비교적 빈곤한 환경에서 자라난 자신들과는 다르게,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원했습니다. 자신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무서워하면서, 얼마 안되는 음식을 많은 형제들과 나눠 먹으면서 힘들게 살았지만, 자녀들만은 그러한 고통 없이 잘 먹고 잘 입으며 자라나길 원했죠. 또한 80년대는 한국에 소비문화가 퍼진 시기였습니다. 나이키가 한국에 들어오고, 패스트푸드가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때였죠. 이러한 소비문화와 맞물려 80년대생들은 가정에서 귀하게 대접 받았고,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80년대 생이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된 2000년대의 경제 상황은 그리 좋지가 못했습니다. 늘 소비에 익숙한 가운데 자라온 이들은 막상 본격적으로 소비를 할 성인이 되었는데 돈을 벌 기회는 얻지 못했습니다. 사회에서는 이들에게 비정규직만을 제공했고, 이들 중 많은 사람은 한 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으며 발전 가능성이 없는 알바자리에 취직해야 했습니다. 이들이 바로 88만원 세대이지요.

문제는 이들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 살도록 배우며 자랐기에, 개인 차원을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마냥 사회의 착취를 당하기만 한다는 점입니다. 386세대는 독재와 싸우느라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동시에 수고의 열매를 얻었습니다. 그에 비해 최근의 젊은이들은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에도 불평을 할 뿐 저항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정규직이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도 "정규직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찾을 생각을 못하고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살 길만 찾는 모습입니다.

결국 지금 20대는 가장 체제순응을 잘 하는 세대이고, 따라서 체제가 가장 쉽게 착취하는 세대입니다. 이들이 다른 세대의 착취를 벗어나려면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를 열심히 준비하는 식으로 개인의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서 "더 이상 우리를 착취하지 말고 우리를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들은 전혀 특정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부모 세대와 동일하게 이명박 후보에게 많은 지지를 보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비즈니스 프랜들리"하기 때문에 기업가의 편에 서서 정규직을 더 줄이는데 협조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지요.

"88만원 세대" 책 표지에는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는 구절이 써 있습니다. 꼭 데모를 하러 나서라는 뜻은 아닐찌라도, 가만히 있으면 계속 착취를 당하니 목소리를 높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자신의 부모님이 그러하듯 자신들을 돌봐주는 착한 어른은 가정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88만원 세대의 고난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추천글- 20대가 사라졌다 (허지웅님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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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