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The Long Tail)은 Wired Magazine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지어낸 말로, 위와 같은 그래프에서 길게 늘어진 꼬리 부분을 말합니다. 보통 지금까지 경영학에서 주목한 부분은 짧은 머리 (The Short Head)였습니다. 이 부분은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는 부분이고, 따라서 이 부분에 들어야 경제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80/20 원칙으로도 알려진 파레토 법칙 (Pareto principle)도 짧은 머리에 주목합니다. 80/20 원칙에 따르면 성과의 80%는 노력의 20%에서 나옵니다. 이는 뒤집어 말해서 자신이 하는 일의 80%는 겨우 성과의 20%를 얻는데 들어가는 비효율적인 부분이라는 뜻이죠. 따라서 일의 핵심에 집중하면 평소 노력의 5분의 1만으로 평소 결과의 5분의 4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에서도 적용되는데, 고객의 20%가 매출의 80%를 올리고, 나머지 80%의 고객은 겨우 20%의 매출을 올릴 뿐이죠. 따라서 상위 20% 고객에게 집중한다면, 쉽게 매출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요즘 백화점이나 신용카드회사 등에서 VIP나 VVIP 고객을 특별 관리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논리 때문이죠.
그런데 크리스 앤더슨은 아마존이나 iTunes Store 관계자 등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숏 헤드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새로운 현상을 목격합니다. 그는 당연히 몇몇 인기 상품이 이런 인터넷 비즈니스를 먹여 살리리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인기 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작고, 매출액의 대부분은 별로 인기가 없는 상품들이었습니다. 이들 상품은 유명하지는 않지만, 워낙 종류가 많다 보니 이들을 모아 놓으면 판매량이 엄청난 것이지요. 이처럼 하나씩 놓고 보면 별로 인기가 없지만, 모아놓으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을 앤더슨은 롱테일이라고 부릅니다 (롱테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그가 쓴 The Long Tail (롱테일 경제학)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롱테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것이 21세기의 새로운 경제모델에 잘 맞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경제를 주도하던 19세기에는 "특이한 취향"을 위한 "틈새 상품"이 존재할 여지가 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문을 읽고, 같은 기호품을 즐겼죠. 하지만 산업화를 벗어나 문화가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획일적인 상품을 거부하고, 자신만이 원하는 특이한 상품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들어도 남이 스타 가수의 음악을 듣는다면 나는 인디 밴드를 듣고, 남이 헐리웃 영화를 본다면 나는 인도 발리웃 영화를 보고, 남이 우표를 모은다면 나는 피규어를 모으는 식으로, 대중의 흐름과 상관 없이 자신만의 문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제는 이러한 "마이너"한 취향이 오히려 문화의 주류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에 방영하지 않은 미드, 일드가 젊은층 사이에 인기가 높은 사실이나, 일본의 대중문화가 타란티노나 워쇼스키 감독을 통해 헐리웃의 중요한 테마로 떠오른 것이 그러한 예죠.
이처럼 대중이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지 않고, 자신만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통신기술의 발달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소수 취향을 지닌 사람이 할 수 있는 활동이 극히 적었습니다. 예를 들어,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맥용 유틸리티 데모를 담은 외국 CD가 몇만원에 팔리곤 했습니다. 지금은 데모 프로그램 쯤은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당시엔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데모 프로그램 조차 써보기가 쉽지 않았죠. PC용 데모 프로그램은 수 많은 PC 잡지에 껴 나오는 CD에서 구하거나, 친구들로부터 구할 수 있었지만, 사용자가 적은 맥용 프로그램은 쉽게 구할 수가 없었기에 돈을 주고 데모 프로그램을 구해 썼던 것이죠. 이는 일본 만화나 영화, 외국 도서 등을 구하려는 사람이 동일하게 겪던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다운 받거나 아예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주문을 해올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소수 취향이라 할찌라도 문화를 누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따라서 갈수록 사람들은 주류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 상품을 누리는 것이죠.
롱테일이라는 개념이 퍼지면서, "소수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팔아야 성공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개인이 적용하기엔 무리입니다. 아마존이나 iTunes Store는 규모가 엄청납니다. 따라서 이들은 아무리 많은 품목을 판매해도 조직이 감당할 수 있죠. 하지만 보통 작은 회사나 개인은 이런 식으로 많은 품목을 거래한다면 재고, 유통을 감당하기가 극히 힘듭니다. 블로그를 봐도, 롱테일 전략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올리면 많은 사람이 검색을 통해 찾아오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쓸 때 고정적인 독자가 생기고, 심지어 검색엔진도 그 블로그를 높게 평가해서 검색 노출이 많아집니다. 즉, 롱테일은 사회적 현상이지, 개인이 따라하기엔 힘들다는 뜻이죠.
글이 또 길어져서 용산 얘기는 새해 첫날인 내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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