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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1 [연재] 아이패드의 의미 4
4. 규모의 경제

애플에서 만든 제품은 무조건 다른 회사 제품보다 훨씬 비싸던 시절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애플은 점차 자사 제품의 가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렸고, 지금은 애플 제품에 붙는 프리미엄이 많이 내려간 상태입니다. 특히 MP3 시장을 석권한 아이팟은 가격대 성능이 다른 회사 제품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과거엔 비싼 가격 때문에 제품을 많이 팔지 못하던 애플이 이제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게 된 것이죠.

애플이 이처럼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던 원인은 제품을 대량으로 팔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팟의 예를 들자면, 애플은 아이팟을 다른 회사 제품보다 열 배 이상 팔기 때문에 메모리 등 부품을 경쟁사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올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제품을 개발해서 엄청난 숫자를 팔기 때문에 대당 개발비도 다른 회사보다 훨씬 적게 듭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애플은 가격을 낮춰도 이익을 충분히 거둘 수가 있습니다.

아이팟과 아이폰의 성공은 애플이 CPU 설계 분야라는 새로운 영역으로도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아이패드는 애플이 만든 A4칩을 탑재하였습니다. A4는 엄밀히 말해 CPU가 아니고, ARM Cortex-A9 CPU와 ARM Mali GPU를 결합한 SOC(System-on-a-Chip)입니다. 이 칩의 설계는 애플에서 인수한 PA Semi가 담당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자사 제품에 들어갈 CPU(엄밀히는 SOC)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뜻이고, 이는 앞으로도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패드를 써본 사람들은 아이패드의 반응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고 감탄합니다. 이는 A4칩이 애플의 의도대로 화려한 GUI를 잘 처리해주기 때문이죠. 아이패드의 배터리가 오래가는 것도 CPU가 전력을 적게 소비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패드가 A4칩의 유용성을 증명한다면, 애플은 다른 모바일 기기에도 A4칩을 채용하겠죠.

지금까지 애플은 매킨토시나 아이팟에 들어가는 CPU를 외부에서 조달해 썼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핵심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다간 큰 어려움에 닥칠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킨토시 CPU로 모토롤라가 만든 PowerPC를 쓰던 시절, 모토롤라는 랩탑용 G5를 공급해주지 못했습니다. G5는 원래 랩탑용으로 설계한 제품이 아니기에 발열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죠. 또한,  모토롤라 입장에서 애플은 PowerPC칩을 쓰는 수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기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사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애플은 PowerPC를 포기하고 인텔 CPU를 채택함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에 핵심 부품을 의존하다간 이러한 어려움에 닥칠 가능성이 늘 존재하죠.

그래서 애플은 PA Semi를 인수하여 CPU 설계를 내부에서 해결하는 쪽으로 전략을 짰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애플이 엄청난 숫자의 모바일 기기를 판매할 때만 가능합니다. CPU 설계는 워낙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고, 제품 판매량이 많지 않은 회사는 함부로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이죠. 따라서 이러한 사업을 유지하려면 애플은 앞으로도 자사가 설계한 CPU 칩을 장착한 제품을 많이 판매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애플은 iPad처럼 판매량을 늘려 줄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어플 스토어에도 적용이 됩니다. 앱 스토어는 애플의 모바일 제품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장터입니다. 이러한 장터는 손님이 많을수록 새로운 제품도 많이 나오고, 새로운 제품이 많이 나올수록 손님도 많이 오기 마련이죠. 반대로, 손님이 별로 없는 장터는 새로운 제품도 나오지 않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 않으면 손님도 오지 않습니다.

지금 아이튠스 앱스토어는 1년여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20억 번에 이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이패드용 어플이 추가된다면, 앱스토어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모바일 어플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집니다.

아이패드의 등장은 애플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굳히겠다는 전략의 표현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취미 삼아 만들었다"고 말하는 Apple TV와 다르게, 아이패드의 개발이 꾸준하게 이루어지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죠.


연재 순서
1.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
2. 이북 시장 진출
3. 주머니 밖의 인터넷
4. 규모의 경제
5. 새로운 GUI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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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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