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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3 한미 통화 스와프의 약발은 끝났다
지난 10월 30일 한미 통화 스와프 채결 소식이 들린 이후로 환율은 내리고 주가는 오르는 등 시장이 빠르게 정상화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에서는 "IMF 망령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고, 어떤 외환 전문가는 "앞으로 환율이 급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예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로부터 두 주가 지난 지금, 시장은 거의 10월 30일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42포인트(3.15%) 내린 1,088.44로 장을 마쳤습니다. 환율도 이틀째 급등해 올라 1,391.5원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보다도 CRS 금리가 -0.20로 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주1) 이렇게 되면 한미 통화 스와프 채결이 발표되었을 때, 외환 위기가 끝난 듯 호들갑을 떨던 보수언론과 정부가 민망해지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위기가 돌아온 것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보는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명박 정부의 판단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펀다멘탈은 문제가 없고, 한국에 대한 외국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는 단지 "한국 흔들기"일뿐이고, 문제는 미네르바님이나 SDE 님 등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불순세력" 때문에 시장에 불안심리가 작동하는 것이고, 따라서 정부가 나서 기업에 "외환을 풀어라"고 호통을 치고, 은행에 "대출을 확대하라"고 꾸중을 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미국"이라는 울트라 캡숑 초강대국이 이명박 정부를 어여쁘게 봐줘서 300억 달러라는 네번째 선물을 준다니 외국인들도 함께 감격해 외환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라는 희망찬 생각을 했겠죠.

하지만 이는 현실에 대한 거대한 오판이고, 특히 미국에 대한 맹신은 이들의 판단을 완전히 흐려놓았습니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한국이 6.25를 겪고 헐벗고 굶주릴 때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미국은 신과 같이 전능한 존재요, 미국이 나서면 어떠한 투기세력도 벌벌떨 수 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그러한 미국이 한국을 돕겠다고 나섰으니, 감히 세상의 누가 한국의 안정성을 의심하겠습니까? 하지만 세계의 투자자들은 미국에 대한 그러한 환상이 없습니다. 그들은 미국이 아직도 세계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은 알지만, 미국이 도와주는 나라라고 꼭 위험에 빠지지 말란 보장은 없다는 사실도 잘 압니다. 특히 이번 통화 스와프 내역을 보면 300억 달러 내에서 내년 4월 30일까지만 보장이 됩니다. 그 이후에는 금액의 증가나 기간의 연장이 될찌 안될찌 모르는 것이지요. 조선일보는 "필요에 따라 추가 협상을 통해 스와프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조선일보의 희망이지 확정된 사안이 아닙니다. 한국을 비롯한 4개국이 동시에 미국과 스와프 협정을 맺었는데, 과연 한국만 추가협상이 가능할까요?

하루에 수십억 달러가 거래되는 한국 외환시장의 크기를 볼 때 300억 달러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닙니다. 즉, 결정적인 위기가 닥친다면 300억 달러가 더 있다고 위기를 넘긴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죠. 그렇게 따진다면 300억 달러 통화 스와프는 없는 것 보다는 낫지만, 사태를 바꾸어 놓을 만한 영향력은 없습니다. 이 사실을 보지 못한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은 "미국이 도와줘서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되었다"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지요.

지금 세계의 언론과 금융기관은 한국의 은행들에 대해 크게 불신하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S&P가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데 이어 며칠전 피치도 같은 판정을 내렸습니다. 또다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금 국내 은행들을 방문조사 중인데, 만약 무디스까지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다면 국내은행들은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물론 은행들은 "우리의 신용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국제 금융계에서 신용평가회사의 말은 경기장에서 심판의 말과 같습니다. 심판이 잘못된 판정을 내린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심판이 판정을 내리면 이에 따라 경기가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즉, 신용평가회사의 판단이 옳건 그르건, 한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간다면 그 자체로 위기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몇 달간 한국 경제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몇몇 기업은 부도가 나거나 부도가 날 징후를 보이는 중입니다. 이러한 부도가 산업 전반으로 퍼질찌, 그리고 부도사태가 은행의 건전성을 얼마나 손상할찌 등이 주목해 보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 1)CRS 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무는 것은 리보 금리가 낮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통화 스왑 (CRS)거래는 원화와 달러화를 일정 기간 교환하면서 달러화를 빌려주는 사람은 리보 금리를 받고, 원화를 빌려주는 사람은 CRS 금리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리보 금리가 4%고 CRS 금리가 3%면 달러화를 빌려주는 사람은 4%를 받고, 원화를 빌려주는 사람은 3%를 받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선 달러를 빌려주는 사람이 총 1%를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리보 금리가 내려가면서 달러를 빌리는 사람이 내야 하는 금리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1년물 기준 한달 전 리보 금리가 4.17%였는데, 지금은 2.80%밖에 안합니다. 따라서 달러를 빌리는 사람으로선 CRS 금리가 조금 내려도 전체적으로 볼 때 과거보다 달러화 조달비용이 늘어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리보 금리가 내려갔다고 하더라도 CRS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달러화 유동성을 보여주는 스왑 베이시스 (CRS 금리에서 IRS 금리를 뺀 수치)가 거의 -500bp (bp=0.01%)에 가깝다는 사실은 확실히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스왑 베이시스는 0에서 -50bp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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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