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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1 은행의 위기 (8)
  2. 2008/11/07 선물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9)
  3. 2008/11/01 IMF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6)

은행의 위기

경제 2008/11/11 05:18
오늘 핸드폰을 보니 모은행에서 문자가 왔더군요 (해외로밍중이라 문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읽어보니 금리 7.7%에 후순위채를 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대출관련 스팸문자는 받아 봤어도 은행에서 은행채 사달라는 (즉, 은행에 돈을 꿔달라는) 문자는 처음이라 좀 당황되더군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은행에서 얼마나 급하면 나한테까지 돈을 꾸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년전까지만 해도 은행이 7.7% 금리로 고객에게 채권을 사달라고 문자를 날리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그러한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로 일어날 만큼 은행들은 절박한 상황입니다.

국내 은행의 위기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성격이 바뀐데서 출발합니다. 그 전까지 한국의 은행들은 거의 어려움을 모르는 가운데 성장했습니다. 경제 성장기엔 이자율이 워낙 높았기에 국민들은 번 돈을 은행에 차곡차곡 맡겼고, 은행은 이 돈을 기업에 빌려줘 이자 소득을 얻었습니다. 당시는 경제에 정부의 입김이 강했는데, 이로 인해 "큰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에 파장이 크기에 정부가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줄 것이다"는 대마불사의 신화가 탄생했고, 따라서 은행은 대기업에 대해선 부도가 나리라고 걱정하지 않고 쉽게 돈을 빌려줬습니다. 이처럼 은행 경영이 원만하던 시절엔 은행간 경쟁도 심하지 않았고, 선진 금융 기업을 배우려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적었죠. 무엇보다도 은행은 주주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바뀌었습니다. 우선,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은행도 빌려준 돈을 못받아 덩달아 넘어갔습니다. 100년을 이어온 조흥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부도가 나거나 운영이 불가능한 사태가 왔지요. 정부는 부랴부랴 은행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은행은 외국 자본에 넘어갔습니다.

국내 은행을 소유하게 된 외국 자본은 은행 운영의 목적을 수익 창출에 두었습니다. 하긴 외국 자본이 한국 국민 도우러 자선사업차 들어온 것이 아니기에, 투자한 만큼 많은 수익을 기대한 것은 당연했죠. 이들은 단기간에 은행을 공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기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은행 운영의 방향이 바뀌고 나니 은행의 수익은 대폭 늘었지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게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예대율의 상승입니다. 예대율은 은행에 들어온 예금과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의 비율인데, 예대율이 100%라면 은행에 들어온 돈을 다 대출로 빌려줬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내 은행의 예대율이 124%에 이릅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9월말 예대율이 103%라고 하는데, 이는 CD를 예금으로 계산해서 그렇습니다. CD는 성격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예금보다는 채권에 가깝고, 따라서 예금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즉, 은행에 들어온 예금 보다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이 많다는 뜻이지요. 세일러님의 글(카페 가입 필요. 저랑은 관계 없는 카페입니다 죄송 ㅜ.ㅜ) 보니 최근 몇년간 은행의 예금은 줄고, 펀드 수탁고는 느는 이른바 머니 무브 (money move)현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은행 예금이 준다면 은행이 돈을 적게 빌려줬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을 적게 빌려준다는 것은 즉 수익의 감소를 뜻하지요. 그런데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은행들은 수익의 극대화를 제1의 목표로 놓고 운영하는 상태이기에 수익의 감소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따라서 은행들은 CD와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서 이 돈으로 다시 개인및 기업에 빌려줬습니다. 문제는 지금 처럼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고, 특히 외국인이 채권을 팔고 시장에서 빠지는 상황에서는 CD와 은행채를 발행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즉, CD와 은행채를 사려는 사람이 잘 없기 때문에 "그럼 금리를 올려줄께" 하고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CD 금리가 높게 형성이 되고, 이에 맞물려 CD 금리가 기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도 높게 올라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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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은 그냥 참고만 하는 수치지만,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존폐를 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 비율이 10%가 넘어야 되는데, 지금 많은 국내 은행이 10% 수준에서 간당간당하고 있습니다. 만약 10%가 되지 않는다면 은행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져 은행 운영이 어렵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은행은 아무리 정부가 돈을 풀라고 꾸짖어도 꿋꿋하게 돈을 움켜쥐고 대출을 조이는 중입니다. 대출 잘못했다가 4분기 BIS 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은행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날 수 있기 때문이죠.

따지고 보면 문제의 근원은 국내 은행들이 상업은행이라는 본분을 잊고 투자은행처럼 행동했다는 점입니다. 상업은행 (commercial bank)과 투자은행 (investment bank)은 미국에서 나온 개념으로, 일반인에게 예금을 받아 운영하는 은행은 상업은행이고, 돈을 빌려 기업 등에 투자하는 은행은 투자은행입니다. 투자은행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책임지고 돈을 빌려 투자를 하기 때문에 성공하면 큰 돈을 법니다 (그래서 얼마전까지 미국에서 투자은행가 (investment banker)라는 말은 최고의 직업으로 인식이 되었죠). 그에 비해 상업은행은 고객의 돈을 맡아 운영하기 때문에 손해보지 않는데 최고의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고객의 돈을 관리하면서도 수익만 염두에 두다 보니 예금이 적어지자 빚을 내 투자에 나섰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제 국내 은행들의 문제는 많이 드러났고, 앞으로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워낙 상황이 안좋아 모든 일이 잘 풀린다 해도 은행이 위기를 벗어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듯 싶습니다. 만약 은행권에서 파열음이 난다면 그 파장은 경제 전체를 뒤흔들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은행의 상황 (특히 예대율, BIS 비율, CD, 은행채 금리 등)을 잘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P.S. 은행 문제의 해법에 대해선 위에 언급한 세일러님의 글과 SDE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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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4일 증시에 나타났던 '오바마 효과'는 하루만에 끝났고, 5일 증시는 현실에 눈뜬 투자자들의 매도 움직임에 세계적인 약세장이 펼쳐졌습니다. 외국의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천수답 같은 한국 주식시장도 덩달아 떨어졌고, 주가가 떨어지면 환율이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주가가 떨어지는 악순환 때문에 환율은 급등하였습니다.

전에도 을 올렸지만,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은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인데(이것도 알고보니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일에 강만수 장관이 숟가락만 얹은 것이더군요), 문제는 한미 통화 스와프로도 외환시장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이너스까지 내려간 CRS 금리만 놓고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외환 현물 (스팟)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달러 환율만 놓고 외환사정을 판단하죠. 하지만 외환 거래는 외환 (FX) 스왑시장에서도 이루어집니다. 스왑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통화 스왑 (CRS) 금리의 의미에 대해선 이미 여러차례 설명해 드렸으니 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은 그 의미를 아실 것입니다. 오늘은 스왑시장의 또다른 요소인 선물환 거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선물환 거래는 쉽게 말해 달러를 바꾸기로 계약만 미리 해 놓고, 실제로 달러와 원화의 교환은 정해진 날짜에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수출 업체가 외국 회사로부터 제품 주문을 받으면 제품을 만들어 넘겨줄 때 달러를 받겠죠. 여기선 편의상 1년후 대금을 받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런데 미래의 환율은 알 수 없기 때문에 1년이 지나기까지 기다린다면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수출 업체는 은행에 가서 "1년 후 백만 달러를 넘겨줄테니, 지금 환율인 달러당 1300원으로 계약을 하자"고 거래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선물환 거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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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선물환 거래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내기에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은행은 1년 후의 환율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피해야 (즉, risk를 hedge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지금 1년 짜리 달러 자금 백만 달러를 빌려오는 것이지요. 이렇게 빌려온 달러를 외환 현물 시장에서 원화 13억원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이 돈을 잘 운영해 (대출을 해 줄 수도 있고, 채권을 구입할 수도 있고)수익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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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면 은행은 원화 13억원에 약간의 이자가 수중에 있겠죠. 이제 정해놓은 날짜가 되면 수출업체에서 약속한 백만 달러를 받고, 13억원을 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긴 백만 달러로 외국에서 빌렸던 돈 백만 달러를 갚고, 한국에서 발생한 이자 소득으로 달러화를 빌린데 대한 이자를 갚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수출업체는 미래의 환율 변동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은행은 선물환 거래 수수료를 챙기니 좋죠.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 몇년간 선물환 거래가 매우 활발했습니다.

문제는 선물환 거래를 하면 미래에 들어올 돈이 먼저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는 점입니다. 즉, 지금 선물환 1년물 거래를 하면, 외환 현물 시장에 달러가 바로 풀리게 됩니다. 그리고 1년 후 조선업체가 돈을 받는 시점에서는 돈이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은행의 달러화 차입을 갚기 위해 외국으로 빠져나갑니다. 즉, 미래의 달러화를 지금 쓰는 격이라 당장은 달러화가 넘치고, 미래에는 달러화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난 몇년 간 한국은 수출이 상당히 잘되었고, 많은 수출업체가 선물환을 이용했습니다. 따라서 미래에 들어올 달러가 이미 한국에 많이 들어왔죠. 지난 몇년간 달러가 넘쳐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오르는 (즉,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내리는) 현상이 나타난 이유 중 하나도 선물환으로 인해 미래에 들어올 달러가 미리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지금 한국의 은행들이 달러화를 구하기 힘들게 되면서 선물환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은행이 선물환 거래를 하려면 선물환 만큼 달러화를 대출해 와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이게 불가능합니다 (이는 CRS 금리가 마이너스이고 스왑 베이시스가 400bp이상이라는 사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달러 차입이 불가능하면 은행은 선물환 거래의 위험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선물환 거래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문제는 선물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래에 풀릴 달러가 지금 풀리는 일이 없다는 뜻이지요. 즉, 2007년 외환 현물 시장에는 2008년에 풀릴 달러가 미리 풀렸는데, 2008년 외환 현물 시장에는 2009년에 풀릴 달러가 풀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외환 현물 시장에 달러 부족으로 나타나고, 따라서 환율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또하나의 문제는 선물환을 거래하면 은행이 굴릴 수 있는 돈이 생기고, 이 돈으로 이자를 많이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대출을 하기 마련입니다. 행복투자 카페에 초빙칼럼을 쓰는 세일러님의 글을 보니, 10월 현재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 누적이 938억 달러라고 합니다. 이는 당시 환율로 90조원 만큼이 시장에 풀린 것이지요. 선물환 거래가 활성화한 상태라면 하나의 선물환 계약이 끝나도 다른 계약으로 대치되기에 선물환이 웬만큼 많아도 문제가 안되는데, 지금처럼 선물환 거래가 안되는 상황에선 과거에 선물환으로 생겨난 유동성은 대부분 사라지게 됩니다. 즉, 은행은 90조 정도의 대출금은 곧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이런 점에서도 국내 은행은 지금 외화부족만이 아니라 원화부족 문제가 심각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에게 " 기업들에게 대출해줘라"고 호통을 쳐도 은행은 쉽게 돈을 빌려줄 수 없는 것입니다. 은행도 죽을 맛이겠죠. 없는 달러 구해내랴, 없는 원화 구해내랴, 정부 눈치 보면서 대출해주랴...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아는 외국계 평가 기관은 국내 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낮출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을 스왑 포인트 (swap point)라고 부르는데, 스왑 포인트는 이론적으로 두 통화간의 금리차에 의해 결정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내가 달러가 있고, 상대방이 원화가 있는데, 지금 당장 서로 돈을 바꿔서 쓰면 원화를 가진 사람은 이자를 많이 버는데, 달러를 가진 사람은 이자를 적게 벌겠죠. 그런데 3개월 후에 서로 돈을 바꾸기로 한다면, 나는 지금 당장 돈을 바꾸는 것 보다 이자 소득이 적을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내가 이자에서 손해보니까, 이에 대해 보상을 해줘라"하고 요구할 수 있죠. 이렇게 볼 때 원화의 금리가 달러화보다 높기 때문에 스왑 포인트는 플러스여야 정상이죠.

하지만 실제로 스왑 포인트는 시장 자체의 수급상황에 의해 많이 좌우됩니다. 스왑 포인트가 높을수록 달러 수급 상황이 좋고, 낮을 수록 나쁘다고 보는데 6일 스왑 포인트 3개월 물은 -15.00원으로 달러 수급 상황이 나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즉, 스왑 베이시스를 보나 스왑 포인트를 보나 한국의 달러 수급상황은 매우 안좋습니다. 따라서 현물 시장에서 환율이 내렸다고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당분간 외환시장의 진통은 계속될 듯 싶습니다.

P.S.행복투자 카페에서 초빙칼럼 쓰는 세일러님 글이 너무 좋네요. 이 글도 세일러님의 글 부동산 시장의 위기와 선물환 매도의 관계 2 에서 본 내용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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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저는 이명박 정부를 매우 싫어하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부에서 잘하는 일이 있으면 잘하는대로 인정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기에 결국 객관성 없이 감정적으로 헐뜯는 글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속으로는 '이건 또 무슨 꿍꿍이?'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연히 예감이 안좋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시장이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면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협정 소식이 들린 직후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 경이였죠)에 쓴 은 스와프 협정에 대해 그리 부정적인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네요. 그러한 불안감의 근거는 바로 CRS 금리의 동향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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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31일 CRS금리가 0%수준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이는 지난 10월 중순 최악의 상황일때로 돌아갔다는 뜻으로, 언론의 긍정적인 보도와는 다르게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한국의 외환 부족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CRS 금리는 외환 (FX) 스왑시장에서 달러화를 빌려주고 원화를 빌리는 사람이 내는 금리입니다.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화를 빌리는 사람은 리보 금리를 내기 때문에 따로 표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CRS 금리가 0%라는 말은, 달러화를 빌려주고 원화를 빌리는 사람은 리보 금리 (오늘 1년물 기준 3.51%)만큼 이자를 받으면서 자신은 이자를 안내도 된다는 뜻입니다. 즉, 달러를 빌려주려는 사람이 워낙 없어서 달러 있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장이 성립되었다는 뜻입니다.

은행이 외환을 구하는 방법은 세가지입니다. 우선 외국에서 직접 외화를 빌려오면 되는데, 최근 한국의 은행이 외국에서 외화를 빌리는데 성공한 예가 두 어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한국의 은행이 쉽게 외국에서 외화를 구해온다면 제가 이 글을 쓰지도 않겠죠). 두번째 방법은 스왑 시장에서 돈을 구하는 방법인데, CRS 금리가 0%에 스왑 베이시스가 500bp 가까이 된다는 말은 이나마도 쉽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세번째는 현물 시장에서 직접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는 것은 프로야구 선수가 동네 야구장에서 500원 동전 넣고 기계에서 나오는 볼 치는 것 만큼이나 이상한 일입니다. 이런 일은 없어야 정상인데, 지금 은행의 달러 사정이 너무 안좋아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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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의 외환 스왑시장에 들어오는 이유는 이자가 높은 한국에서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거대은행 A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자면, A는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리보 금리로 쉽게 돈을 구합니다. 그렇게 구한 달러화를 한국의 스왑시장에서 풀면 달러가 필요한 한국의 B은행이 이를 받겠죠. B은행은 달러금액에 해당하는 원화와 리보 금리를 A은행에 줍니다. A은행은 CRS 금리를 B 은행에 내죠. 그러면 A은행은 B은행에서 받은 리보 금리로 이자를 갚습니다. 그리고 거래를 통해 받은 원화로 국채를 삽니다. 국채의 가격은 당연히 CRS보다 높고, 따라서 A은행은 쉽게 조달한 돈으로 안전하게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스왑 거래는 처음 정한 금리대로 나중에 다시 돈을 서로 갚기 때문에 환차손의 위험도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CRS 금리가 0%에 가깝고 스왑 베이시스가 500bp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큰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외국의 금융기관은 한국의 스왑시장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발표되었는데도 CRS금리가 떨어진다는 말은 이들이 오히려 한국 스왑시장에서 떠난다는 뜻입니다. 이는 한국의 은행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졌다는 뜻이고, 한국의 은행들은 달러를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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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나면서 신용경색이 시작되자 평소에 50bp이하를 유지하던 스왑 베이시스가 세자리수로 급등하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몇달 지속되자 은행에서는 "환전창구에서 바꿔줄 돈도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여왔습니다. 그만큼 스왑시장은 은행이 외환을 구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에 비해 외환 현물 시장은 은행 보다는 기업이나 개인의 돈이 오가는 시장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환율이 내릴 때가 되었으니 빨리 달러를 팔아버리자"고 판단하고 행동하면 환율은 내려갑니다. 하지만 환율이 내렸다고 은행의 외환부족이 해결되지는 않지요. 은행의 외환부족은 은행이 외국에 나가 돈을 빌려 오던지, 아니면 외환 스왑 시장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요즘 이 두가지가 모두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SDE님은 현 상황에 대해 "한국의 크레디트 라인이 끊어졌다"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 원인이었기도 하죠. 그런데 'IMF 망령'에서 벗어났다 는 선언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외환위기 끝났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외환위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찌 고민할 때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한미 통화 스와프 타결로 고비를 넘겼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곳이 많더군요. 정말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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