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최근 인터넷의 큰 흐름으로 떠오른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두 서비스의 규모를 따져 본다면, 페이스북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용자가 4억 명에 달하고, 트위터는 전체 가입자 7천5백만 명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20% 미만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이 몇 배 크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가끔 트위터 관련 기사가 보일 뿐입니다. 이는 트위터라는 매체가 언론인이 활용하기에 좋고, 따라서 트위터에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언론인이 매력을 느끼니 트위터에 대한 기사가 비교적 자주 나오는 것이죠.

트위터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에 좋은 서비스입니다. 트위터의 핵심인 follow는 내가 상대방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기에, 상대방이 내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내 정보를 받아들이겠다고 팔로우를 하면 나도 상대방의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팔로우를 해야 한다(이른바 맞팔)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자발적인 선택이지 상대방에게 강요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처럼 트위터가 일방적 정보 전달에 유용하기에 트위터의 세계에선 유명한 사람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사실 한국에 그나마 트위터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몇 명의 유명 인사와 트위터를 대단히 사랑하는 트위터 전문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트위터에 계정 하나 만들고 이렇게 트위터 계에서 유명한 사람 몇 명 팔로우 하다 보면 트위터 하는 재미가 생기기 때문이죠. 실제로 KAIST 연구팀이 트위터 전체 사용자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트위터 전체 사용자의 22%만이 맞팔을 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일방적으로 연결된 관계라는 뜻이죠.

이에 비해 페이스북은 철저하게 쌍방향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페이스북의 핵심인 Friend 관계는 한쪽이 요청을 보내 다른 쪽이 동의한다면, 그때부터 두 사람은 동등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 관계에서 나는 상대방의 소식을 들을 권리가 있고, 상대방도 나의 관계를 들을 권리가 생기죠.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Friend request를 보내지 않는 것이 좋고, 보낸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Friend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는 뜻인데, 모르는 사람과 이처럼 친밀한 관계를 맺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이러한 관계 연결방식의 차이 때문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용 패턴은 뚜렷하게 구분이 됩니다. 트위터에선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마음껏 할 권리를 얻는 셈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계에서 정보를 매개하는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합니다(신문을 보니 카이스트 팀은 팔로워가 많다고 RT가 많이 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데, 어쨌든 팔로워가 많으면 많은 사람이 메시지를 접하고, RT가 될 가능성이 올라가긴 하겠죠).

트위터에서 Retweet이 전파되는 모습. 몇 명의 Tweet은 특별히 많이 퍼짐. 카이스트 연구팀의 자료


페이스북은 내가 상대방의 정보를 들여다볼 권리는 얻는 대신 상대방에게도 내 정보를 들여다 볼 권리는 주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Friend를 맺지 않게 되고, 결국 Offline에서 나와 친한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마련입니다. 이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와 팔로워/팔로윙 관계의 대부분인 트위터와 매우 다른 점이죠. 페이스북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기에, 대부분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200명 정도의 친구가 있을 뿐, 500명 넘는 친구를 맺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비교적 소수와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보편적으로 유용한 정보보다는 개인의 삶과 관계된 정보를 많이 올리게 됩니다. 물론 트위터에도 개인적인 정보를 올릴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나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에 대해 관심을 표명해 온다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나 오늘 여친과 롯데월드 갔다 옴"이라고 쓰면 친구들이 "놀이기구 뭐 탔는데?"하고 질문해도 괜찮지만, 같은 질문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놀이기구 뭐 타셨어요?"한다면 과연 답변을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트위터에 객관적인 정보를 올리고,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질문할 때 추가로 답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관계가 다르니 자연스럽게 올리는 정보도 달라지는 것이죠.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페이스북은 친교를 위한 장이고, 트위터는 정보 제공을 위한 장으로 역할이 구분됩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도 친구들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트위터에서도 교제를 나눌 수도 있지만, 각 서비스의 특성상 특정한 역할에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왜 한국에서 트위터의 바람은 불어도 페이스북의 바람은 불지 않는지 설명해줍니다. 트위터는 내 주변에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어도 가입해서 몇 명의 유명인을 팔로우 하기만 해도 유용합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내 주변에 사용자가 별로 없다면 거의 쓸모가 없는 서비스죠. 한국에서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적기 때문에 유용성이 떨어지고,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늘지 않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입니다. 이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라는 페이스북의 특징상 피하기 어려운 문제죠.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자면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인의 상당수가 활동 중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유용하고, 이렇게 유용하기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많은 선순환 구조를 보입니다. 그에 비해 트위터는 트위터라는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만 가입하고, 가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 얼마나 성장을 유지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두 서비스가 어떻게 성장할지, 그리고 한국에서 두 서비스가 정착에 성공할지 궁금해지는군요.

P.S. 저는 내일 아침부터 10일에 걸쳐 회의 및 출장을 다녀옵니다. 혹시 중간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분은 제 트위터 계정( @cimio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스북과 트위터  (8) 2010/05/19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  (3) 2010/05/13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7) 2010/05/03
트위터와 정보의 민주화  (2) 2010/04/30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인터넷은 무한한 정보가 있는 거대한 영역이지만, 막상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특정한 사이트 몇 곳을 방문하게 됩니다. 포털은 이러한 사용습관을 이용해서 이메일, 뉴스, 경제정보, 만화, 블로그 등 사용자가 원할만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함으로 사용자를 붙들어 두고, 여기서 많은 광고 수입을 얻습니다. 하지만, 포털은 정보를 얻는 데는 유용하지만 인간관계를 돕는 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관계를 넓히고 유지하기 원하는 사람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이용하기 마련이죠. SNS의 좋은 예로는 싸이월드를 들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1999년에 시작한 관계 중심의 사이트로, 전 세계적으로 봐도 SNS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누구나 쉽게 작은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한때 "전 국민이 싸이를 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싸이월드의 인기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해외로 진출하려던 싸이월드의 노력도 변변한 결실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싸이월드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My Space와 Facebook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Facebook은 미국에서 방문자수가 구글을 제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싸이월드는 시장 선도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Facebook에게 밀려나게 되었을까요?

싸이월드의 큰 약점은 싸이월드가 한국인에게 특화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싸이월드는 한국에서 시작한 서비스고,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방식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니홈피의 디자인과 미니미, 미니룸 등은 모두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입니다. 이는 싸이월드를 외국으로 옮겨가려면 외국인에게 맞게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던지, 외국인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추길 기대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에 비해 페이스북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고, 그래픽이 적기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나 그럭저럭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단, 한국인이 보기에 페이스북의 디자인은 너무 심심하고, 그래서 한국인 중에 페이스북 사용자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싸이월드는 윈도우 중심인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맞춰 설계되었기에 윈도우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맥 사용자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다양한 환경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여러 나라의 환경을 반영하였기에 어떤 플랫폼이나 브라우저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는 외부에 대해 닫힌 체제(closed system)라는 점에서 페이스북과 차이가 큽니다. 싸이월드의 모든 서비스는 싸이월드에서 제공되고, 다른 회사는 싸이월드 사용자와 관계할 수가 없습니다(소수의 특수 관계 회사는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죠).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API를 공개해서 다른 회사가 페이스북과 연동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Tripit.com에서 여행일정을 관리하는데,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과 연동하기에 Tripit.com에 여행일정을 올리면 페이스북의 내 프로파일에 여행일정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또한,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사랑을 받는 FarmVille이나 Mafia Wars 등도 페이스북이 많은 게임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만든 게임이죠. 이처럼 다양한 회사들이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하나의 플랫폼의 역할을 할 뿐이고, 서비스는 수많은 회사가 제공하죠. 이렇게 서비스 제공 회사가 많아지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늘면서 광고수입이 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도 좋은 일입니다.

이러한 API 공개는 페이스북만이 아닌 최근 인터넷의 중요한 흐름입니다. 트위터도 API를 공개하였기에 다양한 관련 서비스가 생겨났는데, 한국어 메뉴를 지원하지 않는 트위터를 한글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twtkr.com 도 그러한 좋은 예입니다. 만약에 싸이월드도 미국이나 일본에 자회사를 설치하는 대신, API를 공개하고 현지에서 싸이월드 서비스가 자생적으로 생겨나도록 했다면 어떨까요? 사실 싸이월드도 이러한 흐름에 자극을 받아서 API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으로선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도 장래가 밝지 않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을 하고, 따라서 인터넷의 중심도 데스크탑에서 모바일기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처음부터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로 업데이트가 가능했고, 페이스북은 각종 스마트폰으로 어플을 발표해서 실제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접속을 합니다(페이스북에 모바일 기기로 접속을 해서 글을 남기면 표시가 남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바일 기기로 접속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이제서야 모바일용 어플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컴퓨터에 특화한 싸이월드 디자인이 모바일용으로 얼마나 잘 표현될지도 의문이고, 어쨌든 페이스북 등 다른 서비스보다 대응이 훨씬 늦었다는 점이 문제로 남습니다(싸이월드가 모바일 기기용 어플을 늦게 내놓은 원인은 아이폰 도입이 늦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아이폰이 나오면서 모바일 기기용 어플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이 빨리 시작되었는데, 한국은 작년 말에야 아이폰이 들어왔고, 그만큼 시장의 흐름에 늦게 반응한 셈이죠).

한국인이 만든 싸이월드가 SNS의 원조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페이스북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페이스북이 구글만큼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싸이월드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면 한국에서 구글만 한 기업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결국,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아이디어나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을 읽는 눈과, 문화적 장벽을 넘어 여러 나라에서 통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관련글- 싸이월드가 남긴 거대한 공백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스북과 트위터  (8) 2010/05/19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  (3) 2010/05/13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7) 2010/05/03
트위터와 정보의 민주화  (2) 2010/04/30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얼마전 이정환님의 블로그에 보니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 1위로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2위로 허핑턴 포스트라는 팀블로그 형태의 사이트를 창업한 아리아나 허핑턴이 뽑히는 등, 25명의 중요 언론인 중 블로그 관련자가 5명에 이를 정도로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글이 올라왔더군요. 역시 미국에서 블로그는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 전통적인 TV 방송국이나 신문사 만큼이나 중요한 주류사회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긴 전설적인 테크 칼럼니스트인 데이빗 포그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전파하는데 앞장서는 세스 고딘 등도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할 뿐 아니라, 이들의 블로그가 엄청난 독자를 확보하였다는 사실을 봐도 블로그의 주류 진입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는 참으로 낙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것이 2007년말부터인데, 1년 반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더 후퇴하면 후퇴했지, 크게 발전한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는 곧 전국민이 블로그를 만들고, 스타 블로거는 외국 처럼 엄청난 수익을 얻는 시대가 오리라는 흥분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블로그는 하나의 틈새 영역(niche)이 되어 버렸기에 일반인은 블로그를 생소해하는 분위기고, 블로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도 2008년초까지는 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해서 베스트도 여러 번 뽑히고 해서 잘 알지만, 하루에 만 명씩 찾아오는 블로그도 한달에 광고 수익 30만원 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 천 명 찾아오는 정도로는 생활비는 커녕 용돈도 안나온다는 뜻이죠. 그러니 "전업 블로거"는 미국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물론 블로거로 인기를 끌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내거나 강의를 해서 생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블로그 운영이 아닌, 작가와 강사로 생활비를 버는 것이기에 "전업 블로거"라고 하기가 어렵겠죠.)

블로고스피어의 침체는 한국적 인터넷 환경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미국은 기업가가 새로운 흐름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주류 언론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일반인이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창의성을 살려 인기를 끌고, 이는 좋은 컨텐츠의 대량생산으로 이어져 더욱 사용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보입니다. 짧은 글을 쉽게 올리는 트위터라는 서비스가 생겨나고, CNN 등 주류 언론이 이를 받아들여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고, 일반인 사용자들 중에서도 트위터를 통해 재치있는 글을 올리는 사람이 늘고, 이처럼 주류 언론과 적극적인 일반인 사용자가 늘면서 트위터에 등록하면 흥미로운 짧은 글을 많이 접할 수 있기에 갈수록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좋은 예입니다. 페이스북이나 flickr 등도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성공을 거두었죠.

그에 비해, 한국은 대부분의 서비스가 미국 서비스의 한국판 개념으로 시작하기에 독창성이 없고, 서비스를 시작해도 주류 회사나 언론이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려고 하지 않고, 일반인 중에서라도 이러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이 적고, 이처럼 주도적 사용자들이 적으니 컨텐츠가 쌓이지 않고, 결국 일반인들은 실망해서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고 마는 악순환이 자주 발생합니다. 블로그도 미국에서 나온 개념을 한국에서 받아들인 예인데, 일단 블로그가 관심의 대상이 된 후에도 조중동이나 KBS, MBC, SBS 등 주류 언론은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자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해 생색만 내면서 공짜 컨텐츠를 얻는 전략을 썼고, 일반인은 처음엔 조금 호기심을 느꼈지만 블로그 방문자 수도 많지 않고 광고 수익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열심히 운영하는 사람이 늘지 않았고, 이렇게 해서 좋은 블로그 컨텐츠가 많이 생산되지 않자 블로그에 대한 관심도 줄고, 블로고스피어 자체도 위축되어버렸죠.

한때 많은 공공기관, 기업이 블로그 도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한국 문화에서 주류 조직이 블로그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블로그는 아무나 찾아와 블로거와 댓글로 소통하는, 참으로 평등한 매체인데(그에 비해 신문은 읽고 난 후 기자나 편집자에게 즉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일방적 매체이죠), 주류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찌질한 댓글을 달지도 모르는 익명의 다수를 만나기를 꺼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주류 기업가나 언론인 중에서 제대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죠. 게다가, 모 언론사의 대기자는 자신의 칼럼에 대해선 댓글도 못달게 막아놓을 정도로 "나는 잘났으니 너네는 다 내 말을 들어라. 나는 너희 말을 듣지 않겠다"는 식의 권위주의가 아직도 지배하는 한국의 언론계 특성상, 노벨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이 악플러와 싸우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미국의 모습은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죠.

물론 한국에도 박경철님이나 이찬진님 처럼 사회적으로 유명하면서 블로그도 제대로 운영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사실은 희망을 줍니다. 그리고 싸이월드는 흥미롭게도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가 성공한 과정을 그대로 밟았다는 점(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보다 먼저 나온 Social Network 서비스->유명인들도 미니홈피를 개설->일반인도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활동->대부분의 사람이 싸이를 하니 싸이의 유용성이 커지면서 결국 큰 인기)에서 중요한 예입니다. 즉, 싸이월드는 한국에서도 주류 사회와 일반인 적극 활동가의 참여로 인해 성공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죠.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은 하드웨어와 통신망을 기준으로 하는 말일 뿐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마인드와 컨텐츠의 양과 질을 따져보면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기엔 매우 부족한 모습입니다. 지금이라도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주류 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일반인이 늘어야 한국도 서비스 부족, 컨텐츠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게 될 것입니다.

[내일은 독일 공휴일이라 저도 하루 쉬고, 금요일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한국에서 블로그가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는 원인  (4) 2009/05/21
스티브 잡스는 왜 같은 옷만 입을까?  (7) 2009/05/09
비범한 사람  (7) 2009/04/29
지식과 창조성  (18) 2009/04/10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얼마전 호주에 갔을 때, 호주사람들이 Facebook을 열심히 하기에 저도 Facebook계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Facebook은 우리나라의 싸이월드와 비슷하게 친구들끼리 연락하기 좋은 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이죠. 처음엔 내용이 전혀 없이 시작하는 Facebook의 특성상 매우 낮설었는데 (그에 비하면 싸이월드는 포털처럼 첫화면 부터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죠), 점차 친구도 추가하고 사진도 올리고 하면서 재미를 들였습니다. 호주에서 돌아오고 나니 조금 시큰둥 하긴 하지만, 멀리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유지하는데는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이런 SNS가 많이 유행합니다. 얼마전까지 Myspace가 강세였는데, 요즘은 완연하게 Facebook의 사용자가 느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인기인 orkut이나 독일의 studiVZ 등 특정 지역에서만 강세인 사이트도 많죠. 물론 블로그를 쓰는 사람도 많지만, 전에 설명하였듯, 블로그는 주로 검색 엔진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객관적인 정보전달을 하는데 더 유용하기에, 개인간의 친목 도모용으로는 SNS가 훨씬 낫죠. 또한 블로그는 운영을 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 네티즌 중 소수만이 블로그를 만들겠지만, SNS은 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SNS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SNS의 원조는 바로 한국의 싸이월드입니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SNS 시대를 연 마이스페이스가 2003년에 시작하였고, 페이스북이 2004년에 시작한데 비해, 싸이월드는 1999년 시작하였고, 2003년에 벌써 "싸이질"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죠. 하지만 SNS의 종주국인 한국은 싸이월드가 SNS을 평정하여 독점구조가 된 이후에 SNS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었고, 그에 비해 외국은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으로 이어지는 히트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한국은 SNS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맙니다.

최근엔 싸이월드 자체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블로그의 개념을 결합한 홈2를 내놓았는데,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SNS와 블로그는 다른 개념이고, 따라서 SNS의 일종인 싸이월드는 계속 SNS를 개발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블로그를 경쟁상대로 보고 흉내를 냈으니 좋은 결과가 없는 것이죠.

물론 아직도 중고등학생이나 여성들은 싸이월드를 많이 씁니다만, 직장인, 특히 남성들은 싸이월드를 많이 쓰지 않습니다. 21인치 모니터도 작아 보이는 이시대에 손바닥만한 화면 크기를 강요하는 미니홈피의 개념이나, 중년 남성에게는 너무도 거리감 느껴지는 귀여운 미니미, 아기자기한 미니룸 등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왜 싸이월드를 쓰지 않는지 쉽게 이해할 것입니다.

문제는 싸이월드를 쓰지 않으면 인터넷으로 마땅히 친구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메일을 쓸 수 있긴 하지만 요즘 이메일은 업무용으로만 쓰는 분위기고, 채팅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자료가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비디오도 올릴 수 없고, 미투데이 같은 마이크로블로깅은 아직은 사용자도 적고 사용에도 제약이 많고, 그렇다고 페이스북 같은 외국 서비스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고, ...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은 싸이월드를 쓰기도 뭣하고 싸이월드의 대안도 찾기 힘들기에 그냥 인터넷으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 자체를 안하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공백 상황에서, 만약 어떤 새로운 사이트가 최근에 나온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SNS 사이트를 만든다면 큰 히트를 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페이스북을 써보면 싸이월드에는 없지만 유용한 개념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 친구 태그하기). 싸이월드는 워낙 역사가 길고 덩치가 크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겠지만, 누군가가 처음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SNS 사이트를 시작한다면 단기간내에 돌풍을 몰고 오지 않을까요? 물론 지난 몇년간은 싸이월드가 워낙 인기라 다른 사이트들이 진입할 틈이 없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이트가 등장할 환경이 마련되었다고 봅니다. 부디 때를 놓치지 말고 새로운 SNS사이트가 등장하기를 희망해 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범한 사람  (7) 2009/04/29
지식과 창조성  (18) 2009/04/10
싸이월드가 남긴 거대한 공백  (4) 2008/09/03
이야기  (6) 2008/02/14
다음 블로거 뉴스 송고를 중지합니다  (42) 2008/02/12
꿀벌에게 배우는 블로깅의 비결  (5) 2008/02/11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