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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의 위험

경제 2008/11/17 04:14
헌재의 종부세 부분 위헌판정이 나온 후, 정부는 벌써 종부세 환급방안 마련에 들어갔고, 한나라당은 종부세 개정안 신속 처리 방침을 밝혔으며, 보수언론은 종부세의 완전폐지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감세를 주요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종부세를 변경 또는 폐지할 근거가 생겨서 매우 기쁜 듯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레이건 대통령의 "Trickle-down economics"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Trickle-down economics란 부자의 세금을 줄여주면 부자가 기분이 좋아 돈을 많이 쓸테니 결국 경제가 잘되 가난한 사람도 경제적 이득을 얻고, 정부는 경기 활황으로 세수가 늘어나 모두에게 좋은 상황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해, 그냥 부자의 세금을 줄여준다면 반발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부자의 세금을 줄여주면 결국 부자에게만 유익하고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면서 이번 미국 대선에선 "부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걷겠다"고 주장하는 오바마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만큼 Trickle-down economics는 미국에서 조차 폐기된 이론입니다.

블로거 이정환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수준을 10등분할 때, 가장 소득이 적은 두 등급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이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면 바로 지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이런 사람의 세금을 줄여주면 바로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살아납니다. 그에 비해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면 쌓아두는 돈이 늘 뿐이지 지출은 크게 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부자에 대한 감세를 추진하는 이유는 명백하지 않겠습니까?

많은 사람은 정부가 호황기에는 세금을 많이 거둬 비축하고, 불황기에는 비축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면 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호황기든 불황기든 국민은 "더 많은 혜택"을 약속하는 정치인을 뽑기 마련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좋은 예를 보여 줍니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당시 재정적자를 줄이는 정책을 썼고, 재정적자가 사라지자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어 90년대 장기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부자를 위한 감세와 이라크전 때문에 재정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지금은 연방정부 빚이 8조 7천억 달러에 이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 정부는 영원히 빚을 갚지 못할 것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심각합니다.

미국이 이처럼 심각한 재정적자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국채인 재무부 채권 (이른바 T-bill)이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 워낙 인기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자산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아도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T-bill을 구입했고, 따라서 미국 정부는 아무리 재정적자가 나도 별 걱정을 하지 않고 T-bill을 발행해 돈을 구했습니다. 심지어 딕 체니 부통령은 "로날드 레이건은 재정적자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니, 미국 지도자들이 재정적자에 대해 얼마나 느슨하게 생각했는지 알만합니다.

원래 미국 국채는 대부분 30년 만기 고정이율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발행된 국채는 3년, 5년, 10년물이고 변동이율입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한다면 미국 정부가 내야 하는 이자 부담이 급등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진 미국 국채의 안전성이 인정되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 정부가 돈을 더 이상 빌리지 못해 부도를 낼찌도 모릅니다. 이러한 부도를 피하려면 돈을 찍어내야 하는데,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금리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국채 이자를 갚기 위해 돈을 더 찍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하이퍼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빚을 탕감하기 위해 하이퍼플레이션을 발생시킬찌도 모른다고 예측합니다. 하이퍼플레이션이 발생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몇조 달러도 결국 아무런 의미 없는 돈이 되기 때문에 채무탕감이 이뤄지는 셈이지요. 물론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가 동시에 무너지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적습니다만, 어쨌든 최근에도 금융구제에 700억 달러를 쓰는 등 돈을 펑펑쓰는 미국 정부를 보면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내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2조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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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획재정부(한국통합재정수지)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는 248조원으로 GDP의 33.4%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단 접어두게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계속해서 감세와 토목공사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추진한다면 정부빚이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로 16.4조에 이르는 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간 경기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돈을 있는대로 풀었는데, 그 결과 국가채무가 GDP의 147%에 달하는 "빚덩어리 국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국 정부도 지금처럼 돈을 풀다간 10년 후 어떤 상황이 될 찌 모르는 일이죠.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크고, 특히 미국은 외국에서도 미국 정부의 국채를 구입하기 때문에 국가 채무가 많아도 당분간은 그럭저럭 정부운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면 경제 전체가 어려워집니다. 국채 발행이 늘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국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도 올라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집니다. 이것만 해도 경제에 큰 짐이죠. 또한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국가 부도율이 오르면 외국의 자본이 빠져나가 갑자기 경제가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와 토목공사를 통한 경기활성화는 경기는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국가채무 증가로 경제만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얼마나 해칠찌 심히 염려됩니다.

참고도서: I.O.U.S.A. by Addison Wiggin and Kate Incontr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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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