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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9 페이스북과 트위터 (8)
  2. 2010/05/13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 (3)
  3. 2010/05/04 상상력의 시대 (7)
  4. 2010/05/03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7)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최근 인터넷의 큰 흐름으로 떠오른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두 서비스의 규모를 따져 본다면, 페이스북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용자가 4억 명에 달하고, 트위터는 전체 가입자 7천5백만 명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20% 미만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이 몇 배 크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가끔 트위터 관련 기사가 보일 뿐입니다. 이는 트위터라는 매체가 언론인이 활용하기에 좋고, 따라서 트위터에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언론인이 매력을 느끼니 트위터에 대한 기사가 비교적 자주 나오는 것이죠.

트위터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에 좋은 서비스입니다. 트위터의 핵심인 follow는 내가 상대방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기에, 상대방이 내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내 정보를 받아들이겠다고 팔로우를 하면 나도 상대방의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팔로우를 해야 한다(이른바 맞팔)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자발적인 선택이지 상대방에게 강요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처럼 트위터가 일방적 정보 전달에 유용하기에 트위터의 세계에선 유명한 사람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사실 한국에 그나마 트위터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몇 명의 유명 인사와 트위터를 대단히 사랑하는 트위터 전문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트위터에 계정 하나 만들고 이렇게 트위터 계에서 유명한 사람 몇 명 팔로우 하다 보면 트위터 하는 재미가 생기기 때문이죠. 실제로 KAIST 연구팀이 트위터 전체 사용자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트위터 전체 사용자의 22%만이 맞팔을 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일방적으로 연결된 관계라는 뜻이죠.

이에 비해 페이스북은 철저하게 쌍방향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페이스북의 핵심인 Friend 관계는 한쪽이 요청을 보내 다른 쪽이 동의한다면, 그때부터 두 사람은 동등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 관계에서 나는 상대방의 소식을 들을 권리가 있고, 상대방도 나의 관계를 들을 권리가 생기죠.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Friend request를 보내지 않는 것이 좋고, 보낸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Friend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는 뜻인데, 모르는 사람과 이처럼 친밀한 관계를 맺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이러한 관계 연결방식의 차이 때문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용 패턴은 뚜렷하게 구분이 됩니다. 트위터에선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마음껏 할 권리를 얻는 셈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계에서 정보를 매개하는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합니다(신문을 보니 카이스트 팀은 팔로워가 많다고 RT가 많이 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데, 어쨌든 팔로워가 많으면 많은 사람이 메시지를 접하고, RT가 될 가능성이 올라가긴 하겠죠).

트위터에서 Retweet이 전파되는 모습. 몇 명의 Tweet은 특별히 많이 퍼짐. 카이스트 연구팀의 자료


페이스북은 내가 상대방의 정보를 들여다볼 권리는 얻는 대신 상대방에게도 내 정보를 들여다 볼 권리는 주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Friend를 맺지 않게 되고, 결국 Offline에서 나와 친한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마련입니다. 이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와 팔로워/팔로윙 관계의 대부분인 트위터와 매우 다른 점이죠. 페이스북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기에, 대부분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200명 정도의 친구가 있을 뿐, 500명 넘는 친구를 맺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비교적 소수와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보편적으로 유용한 정보보다는 개인의 삶과 관계된 정보를 많이 올리게 됩니다. 물론 트위터에도 개인적인 정보를 올릴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나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에 대해 관심을 표명해 온다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나 오늘 여친과 롯데월드 갔다 옴"이라고 쓰면 친구들이 "놀이기구 뭐 탔는데?"하고 질문해도 괜찮지만, 같은 질문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놀이기구 뭐 타셨어요?"한다면 과연 답변을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트위터에 객관적인 정보를 올리고,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질문할 때 추가로 답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관계가 다르니 자연스럽게 올리는 정보도 달라지는 것이죠.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페이스북은 친교를 위한 장이고, 트위터는 정보 제공을 위한 장으로 역할이 구분됩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도 친구들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트위터에서도 교제를 나눌 수도 있지만, 각 서비스의 특성상 특정한 역할에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왜 한국에서 트위터의 바람은 불어도 페이스북의 바람은 불지 않는지 설명해줍니다. 트위터는 내 주변에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어도 가입해서 몇 명의 유명인을 팔로우 하기만 해도 유용합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내 주변에 사용자가 별로 없다면 거의 쓸모가 없는 서비스죠. 한국에서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적기 때문에 유용성이 떨어지고,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늘지 않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입니다. 이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라는 페이스북의 특징상 피하기 어려운 문제죠.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자면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인의 상당수가 활동 중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유용하고, 이렇게 유용하기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많은 선순환 구조를 보입니다. 그에 비해 트위터는 트위터라는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만 가입하고, 가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 얼마나 성장을 유지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두 서비스가 어떻게 성장할지, 그리고 한국에서 두 서비스가 정착에 성공할지 궁금해지는군요.

P.S. 저는 내일 아침부터 10일에 걸쳐 회의 및 출장을 다녀옵니다. 혹시 중간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분은 제 트위터 계정( @cimio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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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Facebook이 방문자 수 기준으로 구글을 추월했다는 소식은 페이스북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에겐 매우 충격적으로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때 전 국민이 싸이월드에 접속했듯,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거의 절반이 가입한 페이스북이 가장 방문자가 많은 사이트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구글은 검색 결과를 보고 다른 페이지로 옮겨가지만,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의 특성상 한 번 접속하면 오랜 시간 머물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인터넷 사용시간 중 페이스북의 비중이 높다는 말이죠.

페이스북의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한 세기에 한 번 나오기 어려운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이처럼 페이스북을 중요하게 보는 근거는 페이스북이 익명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성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익명의 사용자가 익명의 인물이 만든 웹페이지를 찾아다니는 공간이었죠. 익명성은 사생활 보호라는 점이 장점이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할 수 없기에 정보를 신뢰하기 어렵고, 정보를 획득하는 사람의 신분도 확인할 수 없기에 정보의 전파과정을 파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즉,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만든 정보를 누군가가 전파하고, 다시 익명의 대중이 흡수하는 방식이었죠. 구글은 이러한 익명의 인터넷에 잘 어울리는 서비스입니다. 나는 무명의 정보 제공자가 되어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정보를 올리고, 구글은 이러한 정보를 가져다가 무명의 검색자에게 제공합니다. 이렇게 구글이라는 중계자를 통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간들이 정보를 주고받게 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모델은 다릅니다. 페이스북은 나와 친한 사람들이 관계를 통해 묶인 네트워크입니다. 페이스북에서 나는 익명의 존재가 아니고, 내가 올리는 정보는 나와 연결이 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정보를 그 정보를 올린 사람과 묶어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페이스북의 목표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구체적인 인간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계정으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 할 수 있도록 하는 Connect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서비스에 가입한 사이트에서 페이스북 계정으로 접속하면 자신이 남긴 댓글이 페이스북에 연동하여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과거엔 사이트마다 다른 계정으로 접속했기에 자신이 인터넷 곳곳에 남긴 댓글이 연관성 없이 흩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내 댓글은 페이스북이라는 허브를 통해 일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러한 "정보의 개인화"는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들에도 큰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기업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기에 불필요한 광고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인터넷이 탄생하기 전, 대중을 상대로한 광고(거리의 광고판, TV나 종합일간지의 광고)는 대부분 지독하게 비효율적이었죠. 미국의 기업가들이 "우리 회사 광고 예산의 절반은 낭비가 된다. 문제는 어떤 절반이 낭비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는 농담은 이러한 상황 때문에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TV에서 주방용 고무장갑 광고를 보는 시청자 중에 실제로 고무장갑을 구입할 사람이 몇%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고무장갑의 주 소비층을 찾아내 이들에게만 광고할 방법이 없어서 전 국민이 보는 매체를 통해 광고하고 그 중 타켓 구매층이 반응하길 기대했던 것이죠. 인터넷이 나오면서 상황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Adsense로 유명해진 문맥 광고는 문맥을 분석해 그와 연관된 광고를 띄워 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블로그가 컴퓨터와 관련된 글을 많이 싣는다면, 이 블로그를 찾는 독자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을 것이고,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관련 광고를 띄워주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방식이 과거의 무작위 광고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컴퓨터가 문맥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여전히 한계가 분명합니다. 말이란 매우 미묘하고 모호해서 컴퓨터가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페이스북이 정보의 허브로 등장한다면 기업들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을 쓰는 사람은 나이, 성별, 직업, 종교, 결혼 여부 등을 프로필에 적어 넣습니다(이는 선택사항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러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어떠한 행동양상을 보인다는 식으로 정보를 얻는다면, 이를 이용해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LA에 거주하는 20대의 남성이 아바타가 나오기 전 이 영화의 트레일러를 가장 많이 클릭했다."는 정보가 있다면, 영화 배급사는 이들이 이 영화의 중요한 타겟 소비자라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나설 수 있습니다. 과거엔 "아바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정확히 잠재적 관객의 나이이나 성별 등을 파악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이러한 정보를 페이스북에서 쉽게 얻게 된 것이죠.

물론 페이스북을 통한 정보의 개인화는 사생활 침해라는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연애의 기록을 남기다 헤어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듯, 자신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는다는 사실이 꼭 좋은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대표 마크 저커버그는 개인의 사생활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러 번 구설에 올랐기에 페이스북에 개인정보를 맡기기가 무섭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를 악용하거나, 해커의 침투를 막지 못한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이기에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사용자에게 정보보호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페이스북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늘고, 이는 페이스북에 위기가 될 것입니다. 과연 페이스북이 인터넷 사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인터넷의 중심으로 성장할지 주목됩니다.

참고글- Great Wall of Facebook (W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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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시대

사회 2010/05/04 02:45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는 Status라는 칸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이 칸에 자신이 지금 하는 일, 자신의 감정 상태, 자신이 생각하는 내용 등을 자유롭게 쓸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각 사람이 Status를 올리면 나는 이를 News Feed 페이지에서 모아서 볼 수가 있습니다. 길게 글을 쓸 필요 없이 간단하게 친구 간에 의사소통하기 좋은 장치죠. 한국에서 이와 유사한 장치로는 메신저 대화명을 들 수 있습니다만, 대화명은 지금 로그인해서 내 대화명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전달되기에 과거에 쓴 내용도 모두 기록이 되는 페이스북의 Status와는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페이스북의 Status는 간단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지만, 페이스북 내의 작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과거엔 페이스북 상의 친구만이 Status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Security option에서 공개여부를 선택할 수 있죠) 유용성이 제한되었습니다. 그런데 Twitter라는 회사가 생기고, Facebook의 Status 기능을 독립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이러한 소통방법이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사진 올리기부터 채팅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강력하지만, 때로는 번잡하게 느껴지는 Facebook과 달리, Twitter는 140자를 쓰고 읽는 기능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훨씬 단순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을 무기로 트위터는 탄생한 지 4년 만에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은 한 달에 10억 개의 메시지가 올라올 정도로 사용자가 많습니다.

트위터가 성공을 거둔 원인은 간단한 아이디어의 잠재성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단문으로 세상과 소통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Facebook의 Status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간단한 기능을 독립해서 제공하려고 생각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이것이 복잡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생길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지금도 많은 사람은 트위터로 무엇을 해야 할까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트위터의 설립자들은 단문 서비스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상상력의 힘만으로 인터넷을 움직이는 거대한 회사를 만든 것이죠.

최근에 상상력이 중요해진 원인은 각 분야를 구분하는 벽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한가지 영역의 지식이 그 영역에서만 쓸모 있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지식은 고유의 영역을 넘어서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제약분야의 예를 들자면, 지금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은 유전자 공학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공학은 제약과 직접 관련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유전자 공학으로 획기적인 약효를 보이는 신물질이 개발된다면 제약업계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죠. 피터 드러커는 이처럼 지식이 고유의 영역을 넘어서면서 전통적인 기업의 연구소들이 쓸모가 없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정 영역을 열심히 연구하는 기업 보다, 다른 분야에 대해 다양하게 알고, 이러한 지식을 창조적으로 자신의 영역에 적용하는 기업이 더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애플은 컴퓨터용 운영체제인 OS X을 개발했지만, 이를 휴대전화에 적용해 iPhone을 만들었을 때 엄청나게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자 수십년간 휴대전화만 개발해온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애플의 뒤를 쫒느라 난리가 났죠. 이처럼 하나의 지식을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시대엔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상상력은 인터넷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입니다. 과거엔 돈과 권력이 사회를 움직였지만, 대부분의 활동에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인터넷 세상에선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음악공유 서비스인 냅스터를 세운 션 패닝은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입니다. 90년대 말 고등학생이던 패닝은 쉽게 음악을 찾는 방법을 원했습니다. 당시 음악 공유는 인터넷 서버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특정한 서버에 음악 파일을 올리면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접속하면 서버가 다운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사용자를 Peer-to-Peer 방식으로 연결한다면 각 사용자가 파일을 전송하기 때문에 서버 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파일을 주고받는 개인이 법적인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인터넷으로 다른 프로그래머들과 나눴지만, 오직 "사람들이 뭣 하러 익명의 대중과 음악 파일을 공유하겠느냐?"라는 회의적인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은 기꺼이 음악을 공유할 것이다"라고 믿고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그가 냅스터 서비스를 개시하자 사람들은 그의 예상대로 무료로 음악을 주고받았고, 결국 냅스터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냅스터를 통한 음악 공유는 불법이었고, 이 서비스는 2년 만에 문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션 패닝은 다른 사람이 예측하지 못한 사람들의 행동(익명의 대중에게 음악을 공유함)을 상상함으로써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쓸 수 있었습니다. 결국, 냅스터가 대중화한 P2P 기술은 오늘날 인터넷의 중요한 한 요소로 자리 잡았죠.

20세기 이후로 기술의 발달을 통해 물질적 한계가 극복되면서 우리는 상상력이 인간의 한계를 결정짓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상상력만 무궁하다면, 물질적인 한계는 쉽게 극복되기 때문이죠. 오사마 빈 라덴은 상상력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입니다. 그는 이미 90년대에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주도해서 경계의 대상이 됩니다. 그가 테러리스트로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돈과 무기와 병력을 다양한 지역으로 옮겨 다니면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대의 교통, 통신 기술을 활용해 테러 활동을 벌인 것이죠. 그가 현대 기술을 활용해 혼자서 국가를 상대로 투쟁을 벌였기에 토마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그를 "Super-empowered individual"의 예로 들기도 했죠.

하지만, 그의 활동은 외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극히 한정되었고, 그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고자 초대형 테러 계획을 세웁니다. 이를 위해 그는 거대한 폭탄을 만들거나, 수만 명의 군대를 조직하는 대신, 몇 명의 테러리스트를 미국으로 보내 비행기 조종법을 배우게 합니다. 그는 이들이 민간 항공기를 납치한다면 비행기를 무기 삼아 중요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당시 미국은 이러한 공격을 상상도 못하였기에 이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프리드먼은 9/11사태에 대해 "미국이 상상력 싸움에서 졌다."라고 한탄했죠. 한쪽은 미국을 공격하려고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미국은 이러한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났다는 말이죠.

이처럼 상상력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상상력을 쓰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빈곤을 퇴치하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실제로 빌 게이츠가 세운 재단은 세계의 보건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길 기대한다는 말이죠. 과거라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거대한 금액을 투자해 체계적인 연구부터 했겠만, 지금은 엄청난 자료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누군가가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놓기만 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은 아프리카에서 열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담은 설명서와 약이 들어 있는 상자를 나눠주기만 해도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가 수 많은 생명을 구하는 예입니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도 현실에 얽매여 상상력이 갇힌 사람 보다는, 상상력으로 현실을 바꾸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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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무한한 정보가 있는 거대한 영역이지만, 막상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특정한 사이트 몇 곳을 방문하게 됩니다. 포털은 이러한 사용습관을 이용해서 이메일, 뉴스, 경제정보, 만화, 블로그 등 사용자가 원할만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함으로 사용자를 붙들어 두고, 여기서 많은 광고 수입을 얻습니다. 하지만, 포털은 정보를 얻는 데는 유용하지만 인간관계를 돕는 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관계를 넓히고 유지하기 원하는 사람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이용하기 마련이죠. SNS의 좋은 예로는 싸이월드를 들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1999년에 시작한 관계 중심의 사이트로, 전 세계적으로 봐도 SNS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누구나 쉽게 작은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한때 "전 국민이 싸이를 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싸이월드의 인기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해외로 진출하려던 싸이월드의 노력도 변변한 결실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싸이월드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My Space와 Facebook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Facebook은 미국에서 방문자수가 구글을 제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싸이월드는 시장 선도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Facebook에게 밀려나게 되었을까요?

싸이월드의 큰 약점은 싸이월드가 한국인에게 특화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싸이월드는 한국에서 시작한 서비스고,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방식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니홈피의 디자인과 미니미, 미니룸 등은 모두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입니다. 이는 싸이월드를 외국으로 옮겨가려면 외국인에게 맞게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던지, 외국인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추길 기대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에 비해 페이스북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고, 그래픽이 적기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나 그럭저럭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단, 한국인이 보기에 페이스북의 디자인은 너무 심심하고, 그래서 한국인 중에 페이스북 사용자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싸이월드는 윈도우 중심인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맞춰 설계되었기에 윈도우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맥 사용자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다양한 환경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여러 나라의 환경을 반영하였기에 어떤 플랫폼이나 브라우저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는 외부에 대해 닫힌 체제(closed system)라는 점에서 페이스북과 차이가 큽니다. 싸이월드의 모든 서비스는 싸이월드에서 제공되고, 다른 회사는 싸이월드 사용자와 관계할 수가 없습니다(소수의 특수 관계 회사는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죠).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API를 공개해서 다른 회사가 페이스북과 연동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Tripit.com에서 여행일정을 관리하는데,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과 연동하기에 Tripit.com에 여행일정을 올리면 페이스북의 내 프로파일에 여행일정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또한,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사랑을 받는 FarmVille이나 Mafia Wars 등도 페이스북이 많은 게임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만든 게임이죠. 이처럼 다양한 회사들이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하나의 플랫폼의 역할을 할 뿐이고, 서비스는 수많은 회사가 제공하죠. 이렇게 서비스 제공 회사가 많아지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늘면서 광고수입이 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도 좋은 일입니다.

이러한 API 공개는 페이스북만이 아닌 최근 인터넷의 중요한 흐름입니다. 트위터도 API를 공개하였기에 다양한 관련 서비스가 생겨났는데, 한국어 메뉴를 지원하지 않는 트위터를 한글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twtkr.com 도 그러한 좋은 예입니다. 만약에 싸이월드도 미국이나 일본에 자회사를 설치하는 대신, API를 공개하고 현지에서 싸이월드 서비스가 자생적으로 생겨나도록 했다면 어떨까요? 사실 싸이월드도 이러한 흐름에 자극을 받아서 API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으로선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도 장래가 밝지 않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을 하고, 따라서 인터넷의 중심도 데스크탑에서 모바일기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처음부터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로 업데이트가 가능했고, 페이스북은 각종 스마트폰으로 어플을 발표해서 실제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접속을 합니다(페이스북에 모바일 기기로 접속을 해서 글을 남기면 표시가 남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바일 기기로 접속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이제서야 모바일용 어플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컴퓨터에 특화한 싸이월드 디자인이 모바일용으로 얼마나 잘 표현될지도 의문이고, 어쨌든 페이스북 등 다른 서비스보다 대응이 훨씬 늦었다는 점이 문제로 남습니다(싸이월드가 모바일 기기용 어플을 늦게 내놓은 원인은 아이폰 도입이 늦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아이폰이 나오면서 모바일 기기용 어플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이 빨리 시작되었는데, 한국은 작년 말에야 아이폰이 들어왔고, 그만큼 시장의 흐름에 늦게 반응한 셈이죠).

한국인이 만든 싸이월드가 SNS의 원조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페이스북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페이스북이 구글만큼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싸이월드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면 한국에서 구글만 한 기업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결국,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아이디어나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을 읽는 눈과, 문화적 장벽을 넘어 여러 나라에서 통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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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