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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9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8)
지난주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가 6500선까지 밀리는 약세장이 펼쳐졌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퍼졌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 위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2009년 상반기면 어느 정도 위기가 끝나리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지금은 올해 안에 경기가 살아나리라고 보는 사람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이번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깨닫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지요.

상황이 점차 악화하면서, 이번 경제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한 회의도 늘었습니다. 미국 정부. 그리고 FRB의 위기 해법은, 쉽게 말해 "돈을 풀어 해결하기"입니다. 돈이 부족해 위기에 몰린 은행,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주택담보 대출금을 못값아 고생하는 국민에게도 돈을 빌려주고, 정부의 예산을 늘려 더 많은 돈이 시중으로 흘러가도록 함으로, 결국은 경제 전체에 활기가 돌아 위기가 끝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지요.

하지만, 미국 정부가 450억 달러를 지원한 시티그룹의 주가가 1달러 선까지 떨어졌고, 134억 달러를 지원한 GM은 300억 달러를 더 요청하는 등,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세금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만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러니 다우지수가 곤두박질 쳐도 당연하겠죠.

경제위기가 시작한 지 6개월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미국 정부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원인은, 미국 정부가 과거의 경제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이트너 장관이나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학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케인스주의와 통화주의의 이론대로 문제를 해석하고 해법을 찾지만, 이러한 경제학은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결코 올바른 문제 해결의 길잡이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과거의 패러다임에 따른 해법을 많이 내놓을 수록 경제 상황은 점차 안 좋아질 수 밖에 없죠.

경제학은 진공 속에 존재하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되는 학문입니다. 어떤 이론이 유행하다가, 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경제현상이 나타나면 새로운 환경을 잘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이 유행하는 식이지요. 예를 들어, "정부가 간섭하지 않을 때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최상의 효율을 낸다"는 아담 스미스의 주장은 국가의 간섭을 거부하던 신흥 상공인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기억에서 사라졌을 것이고, "유효수요가 부족할 때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 유효수요를 진작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이론은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유효수요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경제 이론뿐 아니라 경제 제도도 현실이라는 실험을 통해 탄생하는 법입니다. 중앙은행이라는 제도도 그렇습니다. 미국은 20세기 초까지 제대로 된 중앙은행이 없었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의 흐름을 조절해 시민을 착취하는 또다른 권력이라는 거부감이 강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1907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예금주들이 동시에 은행에서 예금을 빼가는, 이른바 "run on the bank"가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멀쩡한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에 빠지면서 무녀졌죠. 이러한 경험 때문에 중앙은행에 대해 거부하던 미국인들도 결국은 중앙은행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1913년 연방준비제도 (the Federal Reserve System)가 탄생합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연방준비은행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에 자금을 대줌으로 은행이 부도가 나지 않도록 막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탄생의 배경 때문에, 작년에 많은 미국 은행들이 위기에 빠지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the Federal Reserve System을 이끄는 지역 책임자를 governor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모인 조직이 the Federal Reserve Board죠)는 "아,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으니 우리가 돈을 빌려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엄청난 금액을 은행에 지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버냉키 의장이 추진한 quantitative ease 정책이었죠. 하지만, 1907년의 유동성 위기는 뱅크런 때문에 갑자기 자금이 부족한 은행들이 무너진 것이고, 2008년의 금융위기는 파생상품에 지나치게 투자한 은행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아니고, 따라서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FRB는 전통을 따라 은행에 현금을 퍼붓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돈만 낭비하고 은행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결국, 이번 경제위기 해결이 늦어지는 원인은 미국 정부가 20세기 경제학과 20세기 경제 기구로 21세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제위기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이론과 경제 기구가 탄생하기까지, 세계 경제는 당분간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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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